1000자 수필
문득.1287 --- 한 해가 가면서 아쉬움만 남는다
남의 일은 시시콜콜 간섭하며 이러쿵저러쿵하고 싶으면서 막상 내 일은 알고도 모른 척하기를 바란다. 남들의 입줄에 오르내릴까 봐 전전긍긍한다. 그냥 모든 것이 묻히고 비밀이길 바란다. 내 것은 감추며 남을 흉볼 궁리를 한다. 내 것은 멀리 건성건성 간과하고 남의 것은 가까이서 세세히 들여다보려 한다. 못난이가 따로 없다. 그래서 “너 자신을 알라.”고 한다. 하루가 저물면 노을 앞에 서고, 한 해가 다하면 제야의 종소리가 들려온다. 열심히 했지 싶은데 돌아보고 돌아봐도 아쉬움만 남는다. 지그시 입술을 깨물며 다시 다짐해 보아도 미련만 반복하게 된다. 어김없이 들려오는 제야의 종소리다.
이제는 그만 어둠을 거두고, 희망이여 둥둥 떠올라. 새해를 환하게 비추어라. 지난해의 미련은 이쯤에서 내려놓고 새 꿈을 활짝 펼치어라. 끈적거리는 기억을 지우고 뜨거운 땀방울을 준비하려니 새날이여 밝아라. 비우며 채우며 충만함에 한 발씩 내디뎌 보자꾸나. 한 해를 보내고 맞으며 유등천인 버드내의 아침이 힘차게 밝아온다. 보문산 시루봉에서 떠오른 햇살이 대전 시내를 감싸고 버드내로 퍼져 금산을 넘어온 물줄기를 휘감는다. 한밭의 중심을 유유히 흐르는 대전천, 갑천, 유등천의 3천이 하나로 묶여 금강이 되고 다시 서쪽으로 흘러서 바다를 꿈꾼다. 아무 말 없이 묵묵히 흘러가는 냇물이다.
긴 목을 뽑아낸 백로는 먹어야 산다고 차디찬 냇물에서 기웃거린다. 시민은 산뜻하고 힘찬 발걸음이다. 우리에겐 하늘을 훨훨 날 수 있는 날개가 없고 자유롭게 헤엄칠 지느러미가 없다. 물어뜯을 사나운 이빨도 없고 긴 다리가 없어도 다행히 지혜로운 머리가 있어 필요하면 만들어 쓸 수 있다. 뜻 있는 곳에 길은 있다. 진공청소기를 돌린다. 기계음을 타고 먼지가 힘없이 빨려든다. 두려운지 저희끼리 솜뭉치로 뒤엉킨다. 언제 어디로 숨어들었는지. 누가 살짝 풀어놓고 간 것은 아닐까. 한 움큼씩 뭉크러진 군상이다. 먼지 속에서 함께 살아온 것이다. 인생 또한 먼지와 같은 것은 아니었나 갸웃거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