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일대 노후 아파트 단지 12곳이 최고 70층에 달하는 마천루 단지로 바뀐다. 과거 ‘여의도 통개발’이 추진되기도 했지만 이번에 한강변 단지는 통합 재건축해야 한다는 강제성이 사라지며 대부분의 개별 단지 재건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서울시는 지난달 28일부터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 구역 지정 및 계획 수립안’ 공람을 시작했다. 지구단위계획은 미래 개발 수요를 고려해 도로, 공원, 학교 등 기반시설을 어디에 배치할지 결정하는 일종의 ‘개발 밑그림’이다. 이번 공람안에는 여의도 내 59만9795.1㎡, 12개 단지(광장아파트는 분리 재건축)의 용도지역을 높여 고밀 개발하고 높이 등 건축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이 담겼다.공람안에 따르면 12개 단지 중 △목화 △삼부 △한양 △삼익 △은하 △광장 1, 2동 △광장 3∼11동 △미성 등 8개 단지는 도심 중심지에 지정하는 일반상업지역으로 바뀐다. 학교와 가까운 △장미 △화랑 △대교 △시범 등 4개 단지는 역세권에 지정하는 준주거지역이 된다. 이들 단지는 3종 일반주거지역(상한 용적률 300%)에서 준주거지역(상한 용적률 400%) 또는 일반상업지역(상한 용적률 800%)으로 바뀌어 고밀 개발이 가능해지게 된다.
각 단지는 목화·삼부아파트(1구역), 장미·화랑·대교아파트(2구역), 한양아파트(3구역), 시범아파트(4구역) 등 9개의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모두 최대 높이 200m 이하로 지정됐으나 위원회 심의를 통해 더 높게 지을 수 있다. 높이 200m는 약 70층 내외(평균 층고 2.8m인 아파트 기준)로 서울 용산구 이촌동 첼리투스(최고 56층), 성동구 성수동1가 아크로서울포레스트(최고 49층) 수준이다. 한강변에서 가장 가까운 아파트(한강변 첫 주동)의 높이 규제는 기존 15층에서 20층 이하로 완화됐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은 2018년 “여의도 전체의 재개발이 예상되므로 선제적 준비를 하고 있다”고 발언하면서 ‘여의도 통개발’을 추진했다. 하지만 이후 여의도 집값이 급등하는 등 부동산 시장이 과열되자 긴급 입장을 발표하고 여의도 지구단위계획 수립을 보류했었다. 이후에도 일부 단지가 통합 재건축을 추진했지만 개별 단지마다 사정이 달라 사업이 지지부진했다.
이번에 한강변 단지의 공동 개발을 강제하지 않는 방안이 공식화되면서 단지별로 재건축하는 방안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보인다. 최인식 목화아파트 재건축조합장은 “재건축 준비를 다 갖춘 만큼 개별 재건축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김경희 삼부아파트 재건축 조합설립추진위원장도 “통합 재건축은 상대와 생각이 같을 때 추진할 수 있는 것”이라며 “주민들이 판단하겠지만 지금으로서는 통합 재건축이 어렵지 않겠느냐”고 했다.
다만 서울시는 한강과 가장 가까운 1, 2구역 단지에 대해 용적률 인센티브를 주겠다며 공동 개발을 권장했다.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은 11일까지 공람을 거친 후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 심의를 거쳐 최종 확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