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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풍경(殺風景)
풍경을 죽이다 또는 풍경을 감소시키다는 뜻으로, 분위기에 걸맞지 않는 행동이나 풍류를 모르는 사람의 엉뚱한 말과 행동을 가르키는 말이다.
殺 : 죽일 살(殳/6)
風 : 바람 풍(風/0)
景 : 볕 경(日/8)
살풍경(殺風景)이란 말은 경치를 파괴하는 행위로, 도덕적인 기본 질서를 무시하거나 꼴불견의 행위를 하는 경우 또는 그런 사람을 일컫는 말이다.
당나라 후기에 유미주의(唯美主義) 정신으로 난해한 시를 쓴 이상은(李商隱)의 잡찬(雜簒)이라는 재미있는 책이 있다. 한마디로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위들을 열거하여 기록한 책이다.
인간자체와 인간의 행위는 별개의 것이라 했다. 선행은 당연히 칭찬을, 악행은 비난을 일으키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행위자는 악인이든 선인이든 간에 그 행한 경우대로 존경을 받거나 불쌍히 여김을 받는 것이 당연하다 할 것이다.
이상은은 그의 저서 잡찬(雜簒)에서 여러 가지의 살풍경(殺風景=꼴볼견)을 여럿 나열했다. 책마다 내용이 조금씩 다른데 다 모아보니 이렇다.
첫 번째가 송간갈도(松間喝道)이다. 소나무 숲길에 갑자기 '물렀거라' 외치며 등장한 벼슬아치다.
두 번째는 간화루하(看花淚下)이다. 꽃 보다 말고 눈물 짜는 행위다.
세 번째가 태상포석(苔上鋪席)이다. 이끼 위에 자리 깔고 앉는 행위다.
네 번째는 작각수양(斫却垂楊)이다. 시선을 가린다고 수양버들을 베는 행위다.
다섯 번째는 화상쇄곤(花上灑棍)이다. 꽃 위에 속옷 널어 말리는 행위다.
여섯 번째는 유춘중재(游春重載)이다. 먹을 것 잔뜩 싣고 나서는 봄나들이다.
일곱 번째가 석순계마(石筍繫馬)이다. 종유석 기둥에 말고삐를 묶는 행위다.
여덟 번째는 월하파화(月下把火)이다. 달빛 아래 횃불 드는 행위다.
아홉 번째는 기연설속사(妓筵說俗事)이다. 기생과 노는 술자리에서 세속사 말하기다.
열 번째는 과원종채(果園種菜)이다. 과수원에 배추 심는 행위다.
열한 번째가 배산기루(背山起樓)다. 집을 크게 지어 산을 가리는 행위다.
열두 번째는 화가하양계압(花架下養鷄鴨)이다. 꽃 시렁 아래 닭 오리 기르기다.
열세 번째는 청천탁족(淸泉濯足)이다. 맑은 물에 발 씻는 행위다.
열네 번째는 분금자학(焚琴煮鶴)이다. 거문고를 불태워 학을 구워먹는 행위다.
열다섯 번째는 대화철다(對花綴茶)이다.
꽃 감상 때 차 마시는 행위다. 대화상차(對花嘗茶)와 같다.
그래도 이런 것은 애교가 있다. 오늘의 살풍경은 어떤가? 버스 타고 음주가무, 산에 가서 고기 굽고, 지하철의 고성 전화, 패륜녀의 잇단 등장, 입법하는 국회에선 툭하면 무법 활극, 법 지키라 으름장 놓고 뒤로는 접대향응, 똥 뀐 놈이 성을 내고, 못난 짓 후 자화자찬.
이상은의 '잡찬'에는 불상칭(不相稱), 즉 걸맞지 않은 일 시리즈도 있다. 병이 든 의원, 글자 모르는 선생, 푸줏간에서 염불하기와 창가(娼家) 찾는 늙은이, 어깨가 떡 벌어진 신부(新婦) 등등. 하지만 이런 것은 이해 못 할 일은 아니다. 아! 살풍경스럽지 않은 세상에서 살고 싶다.
살풍경(殺風景)
우뚝 솟은 송전탑은 현대 문명의 한 상징이기도 하지만 주변 경관을 해쳐 큰 문제다. 집중적으로 들어선 송전탑이 기이하다 싶을 정도다. 이런 경우가 살풍경이다.
스산하면서 어딘가 숨을 꽉 막히게 하는 모습을 일컬을 때 살풍경(殺風景)이라는 단어를 쓴다. 좋은 경치 죽인다는 엮음이다.
사전적인 뜻에 따르면, 좋고 훌륭한 경치를 망가뜨리는 어떤 모습이다. 이런 살풍경이 빚어지는 경우는 예나 지금이나 다 많다.
소설가 심훈은 작품 ‘영원의 미소’에서 “여러 해를 두고 갉아 먹은 산과 언덕이 살풍경을 면하기는 앞으로…”라고 썼다. 메마르고 볼품없는 풍경을 말한 것이다. 좀 더 나아가면 “광기가 어린 살풍경은 귀신이라도 잡을 듯했다”(이기영, 고향)는 표현도 나온다. 살기까지 느껴지는 분위기라는 뜻이다.
문을 열어 놓고 달리는 자동차, 향긋한 차 한 잔 앞에 내놓는 폭탄주, 음악 연주회에서 갑자기 울리는 휴대폰 벨 소리, 힘겹게 선 버스의 노인 앞에 다리 꼬고 앉은 젊은이, 경치 좋은 곳에 들어선 채석장…. 우리가 자주 마주치는 이런 모습이 바로 살풍경이지 싶다.
중국에서는 당(唐)대의 유미파(唯美派) 시인 이상은(李商隱)이 본격적으로 이 단어를 사용한 것으로 나온다. 그는 잡찬(雜纂)이라는 책에서 여섯 가지의 살풍경을 들었다. 시공은 다르지만 나름 제법 공감할 수 있는 내용들이다.
우선 흐르는 맑은 물에 발 씻기다. 청류(淸流)의 맑고 깨끗한 풍취가 오탁(汚濁)의 발 씻기 앞에 무너지고 있다.
다음은 화사한 꽃 위에 바지 올려놓고 말리기다. 아름다움을 상징하는 꽃에 일상의 범속함이 끼어들어 정취가 망가지고 있다.
가파른 산에 집짓기는 산의 좋은 경치가 사람의 욕망 앞에 무너지는 경우다.
거문고 태워 학 삶아 먹기도 있다. 분금자학(焚琴煮鶴)으로 적는 상황이다. 거문고와 학은 인문(人文)을 상징하는 물건이자 동물이다. 지식사회의 전통을 대변하기도 한다. 그런 거문고를 태워 장작으로 삼고, 그 위에 죽인 학을 냄비에 담아 삶는 행위다. 사람이 지닌 고급스런 정신을 망가뜨리는 일이 아닐 수 없다.
꽃 앞에서 차 훌쩍거리며 마시기, 고요한 숲에서 큰 소리로 외치기가 그 다음을 잇는다. 꽃이 지니는 아름다움이 먹고 마시는 일 때문에 흩어지고, 세속을 벗어난 고요함이 저 잘났다고 하는 사람에 의해 무너지니 살풍경으로 꼽기에는 그럴 듯하다.
살풍경은 煞風景으로도 적는다. 마찬가지 뜻이다. 앞의 첫 글자는 모두 죽이다, 없애다 등의 의미를 지녔다.
위의 여럿 가운데 주목하고 싶은 살풍경은 거문고 태워 학 삶아 먹기다. 자고로 거문고와 학은 문사들이 자신들의 정신세계를 의탁하는 수단이기도 했다.
따라서 분금자학은 그런 인문의 정신을 말살하는 경우다.
이 말은 간혹 문사의 정신이 현세의 답답한 상황에 막혀 출구를 찾지 못할 때 선비 스스로 취하는 극단의 행위라는 뜻으로 쓰이기도 한다. 그런 상황이 아님에도 문인과 문사들이 스스로 앞장서서 거문고를 태워 학을 삶는다면 어떨까.
요즘 판사가 금전을 수수한 뒤 재판에 간여해 붙잡혔고, 검사가 친구의 돈을 받는 일이 생겨 화제다. 어제 오늘의 일일까. 오랜 관행 아닐까. 이런 의문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그럼에도 사회의 중추, 곧은 저울로서 작용해야 할 법의 토대가 무너지고 있다는 탄식이 여기저기서 배어나온다.
이제 우리는 그런 살풍경을 적어 경계해야 할 때인지 모른다. 테이블 밑으로 돈을 세는 법정의 판사, 룸살롱에 스폰서와 앉은 검사, 국민 앞에 고개 떨어뜨리는 대법원장…
거문고 태워 학을 삶아 스스로 훼절(毁節)함으로써 빚어지는 우리 지식사회의 이런 살풍경 행렬은 어디까지 이어질까.
살풍경(殺風景)
정화(鄭和)라는 사람이 있었는데 문익공 정광필(鄭光弼)의 서자이다. 정화가 선천에 내려가 살 때에 유영길이란 사람이 선천 부사로 나갔다.
정화는 바다 갈매기 알 12개를 삶아서 부사에게 바치니, 부사는 편지로 답하기를 '자네가 지금 바다 위에 와서 살 자리를 마련하면서 먼저 12마리의 백구(白鷗)를 죽였으니 이 다음에 망기(忘機)할 때에는 누구와 어울려 놀려하는가?'라고 하였다. 이 때문에 그의 별명은 살풍경(殺風景)이라고 듣게 되었다.
송계(松溪) 권응인(權應仁)이 용만(龍灣) 여인과 사랑을 하게 되어 그에게 두어칸 되는 집을 마련해 주었는데 몇년 되지 않아 그녀는 집을 팔고 이사를 갔다.
어숙권이 역시 용만에 드나든 지가 무릇 19차례나 되었는데 그 유명한 구룡연(九龍淵)을 보지 못했다. 그러므로 권응인과 함계 살풍경이라는 별명을 듣게 되었다.
권응인은 시를 짓기를
殺鷗病憴緣無肉 撤屋佳人怨不來.
병든 늙은이가 갈매기 죽인 것은 고기가 없는 탓이고, 연인이 집을 팔고 간 것은 오지 않는 것이 야속해서이다.
若第殺風浮白飮 我今當飮第三盃.
아무튼 살풍경이라도 술상만 차려 놓는다면, 나는 당장 석잔은 마시고 말걸세.
그 이튿날 어숙권이 배를 타고 구룡연으로 올라가다가 거센 바람이 불어서 올라가지 못하했다.
이에 다시 전에 지은 시의 운자를 따라 시를 짓기를 '구룡이 힘을 모아 배를 뒤로 물러나게 하고, 백구는 떼를 지어 죄를 물어온다.'라고 하였으니 대개 어숙권과 정화를 조롱한 것이다.
九龍幷力排舟退 白鳥成群問罪來.
망기(忘機)라는 것은 경쟁하고 시기하고 질투하는 마음을 깨끗이 잊어버리는 것을 망기라고 한다.
살풍경(殺風景)이라는 것은 중국 이상은(李商隱)이라는 유명한 시인의 시에 나오는 말로서 다음과 같은 것들을 보기 싫은 살풍경이라고 한다.
❶꽃 사이에서 호통을 침(花間喝道)
❷꽃을 보며 눈물을 흘림(看花淚下)
❸이끼 위에 자리를 폄(苔上鋪席)
❹수양버들 가지를 잘라 버림(斫忣垂楊)
❺꽃위에 잠방이를 널어 말림(花上曝幊)
❻봄놀이에 짐을 많이 실음(遊春重載)
❼비석에 말 고삐를 맴(石筍繫馬)
❽달 밝은 밤에 횃불을 들음(月下把火)
❾기생 자리에서 세속사를 말함(妓筵說俗事)
❿과수원에 채소를 심음(果園種菜)
⓫산을 등지고 누각을 지음(背山起樓)
⓬꽃나무 아래 오리를 기름(花架下養鴨)
⓭맑은 물에 발 씻는 행위(淸泉濯足)
⓮꽃 앞에서 차를 마심(對花鑆茶)
⓯거문고를 태워 학을 구워먹음(煮鶴燒琴)
▶️ 殺(죽일 살/감할 살, 빠를 쇄, 맴 도는 모양 설, 윗사람 죽일 시)은 ❶형성문자로 뜻을 나타내는 갖은등글월문(殳; 치다, 날 없는 창)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글자 杀(살)이 합(合)하여 이루어졌다. 杀(살; 나무와 풀을 베다)와 때려 잡는다는 殳(수)의 뜻이 합(合)하여 죽이다를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殺자는 '죽이다'나 '죽다', '없애다'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殺자는 杀(죽일 살)자와 殳(몽둥이 수)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杀자는 짐승의 목에 칼이 꽂혀있는 모습을 그린 것으로 '죽이다'라는 뜻을 갖고 있다. 그래서 본래 '죽이다'라는 뜻은 杀자가 먼저 쓰였었다. 소전에서는 여기에 殳(몽둥이 수)자가 더해지면서 '죽이다'라는 뜻을 더욱 사실적으로 묘사하게 되었다. 그래서 殺(살, 쇄, 설, 시)은 ①죽이다 ②죽다 ③없애다 ④지우다 ⑤감하다 ⑥얻다 ⑦어조사(語助辭) 그리고 ⓐ감하다(쇄) ⓑ내리다(쇄) ⓒ덜다(쇄) ⓓ심하다(정도가 지나치다)(쇄) ⓔ빠르다(쇄) ⓕ매우(쇄) ⓖ대단히(쇄) ⓗ맴 도는 모양(설) ⓘ윗사람 죽일(시)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죽일 도(屠), 윗사람 죽일 시(弑), 죽일 륙/육(戮), 다 죽일 섬(殲), 반대 뜻을 가진 한자는 있을 존(存), 살 활(活), 있을 유(有), 날 생(生)이다. 용례로는 남의 생명을 해침을 살해(殺害), 사람을 죽이거나 상처를 입힘을 살상(殺傷), 사람을 죽임을 살인(殺人), 살해를 당함을 피살(被殺), 자기 목숨을 스스로 끊어서 죽음을 자살(自殺), 있는 것을 아주 없애버림을 말살(抹殺), 때려 죽임을 박살(樸殺), 남에게 당한 죽음을 타살(他殺), 죄다 죽임을 몰살(沒殺), 참혹하게 마구 무찔러 죽임을 학살(虐殺), 보고도 안 본 체, 듣고도 안 들은 체 내버려두고 문제 삼지 않음을 묵살(默殺), 얄망궃고 잔재미가 있는 말씨와 태도를 와살(瓦殺), 낙인을 지워 없앰을 쇄인(殺印), 세차게 몰려듦을 쇄도(殺到), 덜어서 적게 함을 감쇄(減殺), 몹시 괴롭힘을 뇌쇄(惱殺), 수습하여 결말을 지음을 수쇄(收殺), 등급을 아래로 낮춤을 강쇄(降殺), 몹시 놀람을 경쇄(驚殺), 자신의 몸을 죽여 인을 이룬다는 뜻으로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옳은 도리를 행함을 일컫는 말을 살신성인(殺身成仁), 자기의 몸을 희생하여 절개를 세움을 일컫는 말을 살신입절(殺身立節), 삼국통일의 원동력이 된 화랑의 세속오계의 하나로 산 것을 죽일 때는 가려서 죽일 것을 이르는 말을 살생유택(殺生有擇),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변고를 일컫는 말을 살육지변(殺戮之變), 음악에서 곡조가 거세고 급하여 무시무시한 느낌을 주는 소리를 일컫는 말을 살벌지성(殺伐之聲), 죽여도 아깝지 않다는 뜻으로 죄가 매우 무거움을 이르는 말을 살지무석(殺之無惜), 무엇을 트집잡아 사람을 잔인하게 마구 죽이는 폐단을 일컫는 말을 살육지폐(殺戮之弊), 사람을 죽이고 살릴 수 있는 권리를 일컫는 말을 살활지권(殺活之權), 살기가 얼굴에 잔뜩 올라 있음을 이르는 말을 살기등등(殺氣騰騰), 살기가 있어 아무것도 무서워하지 않음을 일컫는 말을 살기담성(殺氣膽盛), 쇠뿔을 바로 잡으려다 소를 죽인다는 뜻으로 결점이나 흠을 고치려다 수단이 지나쳐 도리어 일을 그르침을 일컫는 말을 교각살우(矯角殺牛), 한 치밖에 안 되는 칼로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간단한 경구나 단어로 사람을 감동시킴 또는 사물의 급소를 찌름의 비유하여 이르는 말을 촌철살인(寸鐵殺人), 자기의 몸에 불을 질러 목숨을 스스로 끊음을 일컫는 말을 분신자살(焚身自殺), 칼을 빌려 사람을 죽인다는 뜻으로 남을 이용하여 사람을 해치는 음험한 수단을 이르는 말을 차도살인(借刀殺人), 증삼이 사람을 죽였다는 뜻으로 거짓말도 되풀이 해 들으면 믿어버리게 된다는 말을 증삼살인(曾參殺人), 사람을 죽이기를 꾀하다가 이루지 못한 행위를 일컫는 말을 모살미수(謀殺未遂), 살리든지 죽이든지 마음대로 함 또는 제 마음대로 날뛰는 것을 이르는 말을 활살자재(活殺自在), 살리거나 죽이고 주거나 뺏는다는 뜻으로 마음 내키는 대로 할 수 있음을 이르는 말을 생살여탈(生殺與奪) 등에 쓰인다.
▶️ 風(바람 풍)은 ❶회의문자로 风(풍)은 간자(簡字), 凨(풍), 凬(풍), 凮(풍)은 고자(古字)이다. 무릇(凡) 태풍이 지나간 다음에 병충(蟲)이 많이 번식한다는 뜻을 합(合)하여 바람을 뜻한다. ❷회의문자로 ‘바람’을 뜻하는 風자는 본래 봉황새를 그린 것이었다. 갑골문에 나온 風자를 보면 큰 날개와 꼬리를 가진 봉황이 그려져 있었다. 봉황은 고대 중국의 전설에 등장하는 상상의 새로 갑골문에 나온 風자는 바로 그 상상의 새를 그린 것이었다. 그러나 風자는 시간이 지나면서 바람이라는 뜻으로 혼용되기 시작했다. 바람의 생성원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고대인들은 봉황의 날갯짓으로 바람이 만들어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고대에는 風자가 ‘봉황’과 ‘바람’으로 혼용되기도 했지만 이를 명확히 구분하기 위해 凡(무릇 범)자에 鳥(새 조)자가 결합한 鳳자가 ‘봉황새’를 뜻하게 되었고 봉황이 몰고 왔던 바람은 凡자에 虫(벌레 충)자가 더해진 風자로 분리되었다. 그래서 風(풍)은 (1)허황하여 믿음성이 없 말이나 행동을 이르는 말. 허풍 (2)바람을 막으려고 둘러 치는 천 (3)정신 작용, 근육 신축, 감각 등에 고장이 생긴 병. 전풍(顚風), 중풍(中風), 비풍(痺風) 따위 (4)원인을 알기 어려운 살갗의 질환(疾患). 두풍(頭風). 피풍(皮風). 아장풍(鵝掌風) 따위 등의 뜻으로 ①바람 ②가르침 ③풍속(風俗), 습속(習俗) ④경치(景致), 경관(景觀) ⑤모습 ⑥기질(氣質) ⑦병(病)의 이름, 감기(感氣), 중풍(中風: 뇌혈관의 장애로 인한 병) ⑧기세(氣勢: 기운차게 뻗치는 형세) ⑨절조(節操: 절개와 지조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⑩노래, 악곡(樂曲), 여러 나라 민요(民謠) ⑪뜻, 낌새 ⑫풍도(風度: 풍채와 태도를 아울러 이르는 말) ⑬소식(消息), 풍문(風聞) ⑭멋대로, 꺼리낌 없이 ⑮바람을 쐬다 ⑯바람이 불다 ⑰풍간(諷諫)하다(완곡한 표현으로 잘못을 고치도록 말하다) ⑱감화시키다, 교육하다 ⑲외우다, 암송하다 ⑳유전(流轉)하다(이리저리 떠돌다), 떠돌다 ㉑암수가 서로 꾀다 따위의 뜻이 있다. 용례로는 옛적부터 행하여 온 모든 생활에 관한 습관을 풍속(風俗), 바람의 세력을 풍력(風力), 음식의 고상한 맛을 풍미(風味), 기후와 토지의 상태를 풍토(風土), 바람이 부는 방향을 풍향(風向), 어떤 상황이나 형편이나 분위기 가운데에 있는 어느 곳의 모습을 풍경(風景), 세찬 바람과 험한 물결을 풍파(風波), 속사를 떠나 풍치가 있고 멋들어지게 노는 일을 풍류(風流), 바람결에 들리는 소문을 풍문(風聞), 뜨거운 바람을 열풍(熱風), 몹시 세게 부는 바람을 폭풍(暴風), 자기가 가는 방향에서 마주 불어오는 바람을 역풍(逆風), 첫여름에 부는 훈훈한 바람을 훈풍(薰風), 갑자기 거세게 일어나는 바람을 돌풍(突風), 미친 듯이 사납게 부는 바람을 광풍(狂風), 산수의 경치가 너무나 맑고 아름다움을 풍광명미(風光明媚),새가 높이 날 때는 바람은 그 밑에 있다는 풍사재하(風斯在下), 맑은 바람과 밝은 달 등(等)의 자연(自然)을 즐기는 사람을 이르는 풍월주인(風月主人), 바람이 불어 구름이 흩어진다는 풍류운산(風流雲散), 바람에 불리면서 먹고, 이슬을 맞으면서 잔다는 풍찬노숙(風餐露宿), 바람 앞의 등불이라는 풍전등화(風前燈火), 부모에게 효도를 다하려고 생각할 때에는 이미 돌아가셔서 그 뜻을 이룰 수 없음을 이르는 풍수지탄(風樹之歎) 등에 쓰인다.
▶️ 景(볕 경, 그림자 영)은 ❶형성문자로 暻(경)은 통자(通字)이다. 뜻을 나타내는 날 일(日; 해)部와 음(音)을 나타내는 京(경; 언덕 위에 궁전을 세움, 높은 臺대)으로 이루어졌다. 높은 대 위에 태양이 빛나다, 태양의 빛, 또 빛에 비치어 선(線)이나 색이 뚜렷해 지다, 물건의 그늘, 빛에 비치는 경치를 말한다. ❷회의문자로 景자는 '볕'이나 '햇살', '경치'라는 뜻을 가진 글자이다. 景자는 日(해 일)자와 京(서울 경)자가 결합한 모습이다. 京자는 높은 건물을 그린 것이다. 이렇게 높은 건물을 그린 京자 위로 日자가 더해진 景자는 건물 위로 햇볕이 내리쬐는 모습을 표현한 것이다. 참고로 景자에 그림자를 표현한 彡(터럭 삼)자가 더해지면 影(그림자 영)자가 된다 그래서 景(경, 영)은 (1)경치(景致) (2)경황(景況) (3)극, 스케치 따위에서 장면을 세는 단위 (4)성(姓)의 하나 등의 뜻으로 ①볕, 햇빛, 햇살 ②해, 태양(太陽) ③경치(景致), 풍치(風致), 풍물(風物) ④바람의 이름 ⑤남풍(南風), 온화(溫和)한 바람 ⑥환하다, 빛나다 ⑦경사스럽다, 상서롭다 ⑧우러러보다, 숭배하다 ⑨크다(=京) 그리고 ⓐ그림자(=影), 음영(陰影)(영) 따위의 뜻이 있다. 같은 뜻을 가진 한자는 빛 광(光)이다. 용례로는 기업을 중심으로 한 여러 가지 경제 사상의 상태를 경기(景氣), 자연의 아름다운 모습을 경치(景致), 어떤 지방에 공통되는 특색을 가진 풍물이나 그러한 지역을 경관(景觀), 산수 등 자연계의 아름다운 현상을 경개(景槪), 상품 이외에 곁들이어 주는 물건을 경품(景品), 경치가 아름다운 곳을 경처(景處), 경치가 좋음 또는 좋은 곳을 경승(景勝), 시절을 따라 달라지는 경치를 경물(景物), 덕을 사모하여 우러러 봄을 경앙(景仰), 가볍게 솔솔 부는 바람을 경풍(景風), 우러러 사모함을 경모(景慕), 재미로운 형편을 경황(景況), 무대의 뒤쪽에 그리거나 꾸며놓은 장치를 배경(背景), 어떤 상황이나 형편이나 분위기 가운데에 있는 어느 곳의 모습을 풍경(風景), 벌어진 일의 형편이나 모양을 광경(光景), 더할 수 없이 훌륭한 경치를 절경(絶景), 아름다운 경치를 가경(佳景), 눈이 내리는 경치 또는 눈이 쌓인 경치를 설경(雪景), 밤의 경치를 야경(夜景), 뛰어나게 좋은 경치를 승경(勝景), 마음에 감흥을 불러 일으킬 만한 경치나 장면을 정경(情景), 아름다운 풍경을 미경(美景), 행실을 훌륭하게 하고 당당하게 행하면 어진 사람이 된다는 것을 이르는 말을 경행유현(景行維賢), 좋은 시절과 아름다운 경치라는 뜻으로 봄 경치를 이르는 말을 양신미경(良辰美景), 필요하지 아니하여 생각에 두지 아니하는 일을 일컫는 말을 여사풍경(餘事風景) 등에 쓰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