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60년, 그 우정의 세월, 점촌 점빵길에서
파릇하게 솟아나는 싱그러운 새싹과, 장난꾸러기처럼 토닥거리는 빗방울 소리를 봄의 선물로 그대에게 드립니다.
향기 가득안고 달려오는 봄바람을 당신에게 드리고, 봄 햇살에 너울거리는 아지랑이 꿈도 당신에게 드립니다.
만물이 탄생하는 이 계절에 양지쪽에서 먼저 싹트는 봄의 환희를 고운 당신에게 드립니다.
겨우내 꽁꽁 묶어두었던 그리움의 사랑도, 촉촉하게 봄비내리는 날, 그대의 마음 밭에 심겠습니다.
봄의 환희를 그대에게 드리고 싶습니다. 봄이 오는 길목에서 그대의 아름다운 미소와 달콤한 향기를 맡으렵니다.
내겐 너무 소중한 그대, 지금은 비록 멀리 떨어져 마음으로 이어지는 사랑이지만, 같은 하늘아래서 그리워 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감사하며 행복한지요.
봄의 햇살이 내려쬡니다.
모두가 기다려 다는 듯이 신비한 조화를 이루며, 오래된 정원에도 아름답게 봄이 탄생합니다.
그대여!
생동하는 봄입니다.
봄을 그대에게 드립니다.
그대 마음에 사랑이 움터, 행복의 꽃을 피우소서!//
중학교 동기동창인 윤종렬 내 친구가, 요 며칠 전에 아름다운 연주곡을 배경음악으로 해서 그와 같은 글을 카카오톡 메시지로 내게 전해왔다.
글 제목이 이랬다.
‘그대에게 드리는 봄’
친구가 스스로 지은 글인지, 아니면 어딘가 좋은 글에서 인용했는지는, 내 모른다.
그저 친구의 따뜻한 마음을 전해 받는 것으로 고맙다 했다.
내가 그 메시지를 받을 즈음에는, 아내와 내 고향땅 문경시내의 ‘점촌 점빵길’을 걷고 있었다.
마침 그 길 가까운 곳에 오랜 인연의 여인이 낸 점빵이 하나 있었다.
‘비너스 와코루’라는 여성의류점이었다.
내 나이 20대 초반으로 참으로 세상 살아내기 힘들 때에, 나로 하여금 좌절하지 않고 버텨 살게 해줬던, 그러나 이젠 이미 고인이 되어버린 김병채 내 친구의 부인이신 전경숙 여사가 그 점빵 주인이었다.
그 점빵을 찾고 싶었다.
그런 내 마음을 어찌 알았던지, 아내가 먼저 앞서서 그 점빵으로 발걸음을 향하고 있었다.
아내를 뒤따르면서 또 하나 떠올린 얼굴이 있었다.
중학교 한 해 후배이면서도 ‘동심회’라는 이름으로 김병채 친구와 함께 어울리던 신구호 친구의 부인이신 손명순 여사가 그 얼굴의 주인공이었다.
두 친구들 살아생전에 부부동반으로 퍽이나 함께 하면서 정을 붙이고 살았기에, 그 두 부인은 추억 속에서 결코 떼놓을 수 없는 깊은 인연이었다.
‘손 여사도 함께 있었으면....’
그렇게 바라면서 ‘비너스 와코루’ 그 점빵으로 들어섰다.
놀랍게도 내 그 바람이 이루어지는 현장이었다.
마침 점심 때로, 두 부인 같이 점심밥상을 차려서 먹고 있다가, 나와 아내가 들어서는 모습을 보고는, 반색으로 맞아주고 있었다.
따뜻한 봄날, 점촌 점빵길에서의 해후였다.
지난날 우리 숱하게 만났던 그 추억의 순간들이 주마등처럼 눈앞을 스쳐지나가고 있었다.
그렇게 두 부인들과 만나면서, 나는 또 다른 해후를 생각하고 있었다.
내 중학교 동기동창 친구들과의 만남을 두고 하는 말이다.
중학교 졸업한 지 올해로 한 갑자 세월을 맞아, 그 기념행사가 모교인 문경중학교 교정에서 있다 했다.
이날의 만남을 기다려, 다들 가슴이 들떠 있다 했다.
그 가슴에도, 이 봄의 따스함이 담겼으면 참 좋겠다.
점촌 점빵길에서의 내 생각이 그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