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파이스(Spice). 향신료는 인간의 욕망이다. 식욕은 성욕보다 더 무섭다. 인류는 자극적이고 강렬한 맛을 위해 전쟁까지 치렀다. 16~17세기 에스파냐와 포르투갈, 영국과 네덜란드가 아시아를 놓고 다툰 전쟁 원인에 향신료가 있었다. 당시만 해도 향신료가 너무 비싸 엄청난 부를 가져다줬다. 시나몬과 클로브(정향), 후추, 생강 등은 세계 재편의 촉매제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호주 국제관계학자 잭 터너 저서 `스파이스`는 향신료로 인류 역사를 되짚어 본다. 성서와 고대 그리스ㆍ로마 시인의 풍자시, 요리책과 의학서, 유럽 고전문학, 아랍 문헌, 탐험가들의 항해일지 등 방대한 자료에서 향신료의 비밀을 끄집어낸다.
고대부터 유럽 사람들은 향신료에 병적으로 집착했다. 로마인들은 시나몬 연기가 죽은 자의 영혼을 하늘로 인도한다고 믿었다. 중세 그리스도인들은 시신에 향신료를 발라야 부활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 성서에서도 유대인 장례 관습에 따라 예수의 시신을 향료와 함께 아마포(리넨)로 감쌌다. 향신료는 단순히 독특하고 매운맛을 내는 식재료가 아니라 `영혼의 조미료`였던 셈이다.
기원전 13세기 이집트 람세스2세 미라에서도 후추가 발견됐다. 후추가 파라오의 육체를 불멸 상태로 보존하기 위한 방부제로 쓰였다는 증거다.
물론 맛에도 열광했다. 로마인은 후추를 거의 모든 요리에 넣었다. 채소와 생선, 고기, 와인, 디저트에 생기를 불어넣는 데 사용했다. 소금만으로는 음식 맛이 단조롭고 지루했기 때문이다. 냉장고가 없던 시절 약간 상한 고기 냄새를 덮는 데도 향신료가 최고였다.
부자들은 멋 때문에 향신료를 즐기기도 했다. 세련된 식탁의 상징이었다. 그들은 비싸고 화려한 음식으로 파티를 열어 재력을 과시했다.
향신료는 단순한 식재료를 넘어 만병통치약으로도 쓰였다. 건조하고 뜨거운 성질을 가진 스파이스는 차갑고 습한 음식을 해독하는 데 사용됐다. 염증을 치료하는 데는 후추를 썼고, 관절염을 예방하기 위해 시나몬을 먹었다. 소화기관 질병에는 카시아가 쓰였다. 전염병 예방 효과도 있다고 믿었다. 스파이스의 기분 좋은 향은 병을 치유한다고 생각했다. 구약성서에서 아론은 향로를 피워 역병을 피하려고 했다. 그리스인들은 향료를 바쳐 아폴론 신을 기쁘게 하면 역병을 막을 수 있다고 믿었다. 중세인들은 향료 통을 가지고 다니면서 천연두를 예방하려 했다. 하지만 무분별하게 향신료를 좇다가 역습을 당했다. 바로 흑사병(페스트)이다. 1348년 동양에서 향신료를 실어오는 장거리 무역선에서 흑사병이 퍼졌다. 페스트균에 감염된 쥐의 피를 빤 벼룩에게 물려 전염병이 돌았다. 원래 동남아시아에 살던 이 쥐는 인도와 해상 무역을 하던 로마인 때문에 유럽으로 들어갔다. 죽음의 병과 관련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향신료는 비난 대상이 됐다. 원산지 동양은 음탕하고 불결한 이미지를 갖게 됐다. 249년 로마 데시우스 황제는 그리스도인들을 박해하면서 향료도 불태우게 했다. 황제 그림 앞에서 제물을 바치면서 향을 피워 교인이라는 사실을 부인해야 했다. 만약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즉시 처형당했다. 이런 행태 때문에 향신료를 혐오하는 분위기가 확산됐다. 소박하고 절제된 생활을 옹호하는 고대 그리스ㆍ로마 시대 풍자시인들은 향신료를 남용하는 상류층을 날카롭게 조롱했다. 치밀한 고증을 통해 써 내려간 이 책은 스파이스에 매혹된 인류 욕망의 역사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전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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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추(Black Pepper)전쟁.
후추는 동양, 특히 서인도지역이 원산인 쌍떡잎식물의 후추목에 후추과 식물에서 얻는다.
16세기 영국, 스페인, 포르투갈, 네덜란드가 후추무역의 패권을 차지하기 위해 벌였다는 전쟁으로 전해진다. 이처럼 중세유럽에서는 후추를 금(金)이상으로 귀하게 여긴 향신료나 약품으로, 그리고 화폐를 대신하기도 했다. 또한 중세에는 세금으로 내기도 했다.
그 무렵에는 생강, 계피와 함께 부의 상징으로 칠 때였다. 후추를 이렇게 귀하게 여긴 이유는 소금을 대신할 수 있는 맛과 100가지 이상의 향을 낼 수 있고, 육류의 부패를 억제하는 항균작용이 있다. 여기에 암 유발을 억제하는 항산화작용, 특유의 매운 맛을 내는 '피페린'이란 성분이 혀를 자극하고 교감신경이 반응해 섭취된 음식물로부터 얻은 에너지를 축적하지 않고 연소시켜 대사를 돕는다. 뇌의 활성을 돕게 하고 소금 등을 대체 할 수 있다.
중세유럽인들은 음식을 오래 보관하는 문제, 육류와 생선비린내를 없애고 매우 자극적인 입맛을 충족하기위해 후추를 썼다.
영국의 역사가 '가일스 밀턴'의‘향료전쟁'이란 책에서 16~17세기 중반까지 향료전쟁을 벌였던 스페인, 포르투갈, 영국, 네덜란드 국가사이의 역사를 담고 있다. 이 책에서 16세기 초, 항해 기술이 발달하면서 향료무역의 패권은 베니스 상인들로부터 스페인과 포르투갈로 넘어갔고, 16세기 말에는 영국과 네덜란드가 치열한 무역전쟁을 벌였다.<신수용닷컴>
[출처] 1분상식 100분지혜-후추(Black peper)전쟁. |작성자 대전일보사 상임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