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1년, 비행훈련 중 충돌 추락
탈출 포기…사람 피해 필사의 운전
추모비·추모행사로 희생정신 계승
기사사진과 설명
공군 제공1991년 12월 13일 이상희 대위의 전투기 추락사고 후 장병들이 파편을 수거하고 있다. 공군 제공생전의 고 이상희 대위의 모습.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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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배 장병들이 광주 공군기지 ‘상희공원’에서 이상희 대위를 추모하고 있다. 이상희 기념사업회 제공 |
“추락한다. 탈출하겠다. 앗! 전방에 마을이 보인다. 탈출이 불가….”
자신의 안위보다 국민을 먼저 생각한 공군1전투비행단 소속 고 이상희(학군17기) 대위(추서계급)는
1991년 12월 13일 오후 3시1분쯤 F-5A 전투기 기종 배치를 위한 전술기동훈련을 마치고 착륙을 준비하던
중 교관의 전투기와 충돌했다. 이 대위는 충돌 직후 낙하산으로 탈출할 수 있는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자
신이 조종하던 전투기가 통제불능 상태에서 가옥이 밀집한 광주광역시 서구 유덕동 덕흥마을을 향해 급강
하하자 필사의 노력으로 끝까지 조종간을 당겨 민간인들의 피해를 막고 자신은 장렬히 산화했다.
당시 전투기 블랙박스에는 ‘전방에 마을이 보여 탈출이 불가능하다’는 이 대위의 음성과 긴박한 교신 내
용이 남아 있었다. 이 대위의 헌신적인 희생으로 전투기는 민가에서 10여m 떨어진 미나리밭에 추락해 추
가 인명 피해를 막았다. 이 대위는 국립대전현충원 장교 제1묘역에 잠들어 있다.
고교 동창·선후배들, 기념사업회 설립해
이 대위와 학창 시절을 함께한 경기도 성남 성일고등학교 동기들과 선후배들이 지난 2011년 이 대위의 2
0주기에 맞춰 ‘이상희 대위 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
기념사업회에는 회장·부회장·사무총장 등 임원과 지역사회 주민 등 회원 70여 명이 활동하고 있다.
이 대위와 고교 시절 절친했던 강형식(48) 기념사업회장은 “키 크고 잘생긴 친구, 마음은 순하지만 불의
를 못 참는 친구”라고 이 대위를 소개했다. “상희는 어릴 때부터 조종사가 꿈이었어요. 시력이 안 좋아서
공군사관학교에는 못 갔지만, 한국항공대 조종학과에 들어가 공군소위로 임관하면서 조종사의 꿈을 이루
는가 싶었는데…. 꿈 많은 친구가 그렇게 가서 너무 안타깝습니다.”
기념사업회와 관련해 강 회장은 “상희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계승하고 후배들에게 전함으로써 공동체사
회 건설에 이바지하고자 기념사업회를 설립했다”고 설명했다.
기념사업회는 이 대위의 살신성인 정신을 기리기 위한 조형물과 기념관 건립, 장학사업 등을 펼치고 있
다. 특히 기념사업회에서 추진하고 있는 직업멘토링 스쿨은 해마다 성일중·고등학교 학생들에게 다양한 멘
토링을 진행하고 있다.
추모 행사에 간간이 모습을 나타내는 이 대위의 부모님에 대해 강 회장은 “연세가 여든이 넘으신 데다 특
히 아버님은 건강이 안 좋아 휠체어를 타고 다닐 정도”라며 “부모님은 20여 년이 흐른 지금도 아들 얘기만
하면 슬퍼하시며, 사람들의 기억에서 사라지는 것을 안타까워하신다”고 전했다.
강 회장은 이 대위의 부모님을 위해 꼭 해야 할 숙제가 있다고 말했다.
“상희 부모님은 저희를 스물넷에 간 상희처럼 생각하시고 반겨주십니다. 만날 때마다 정말 고맙다고 하시
고요. 상희에게 누나와 남동생이 있지만 두 분이 돌아가실 때 저희가 큰아들처럼 마무리해야 한다고 생각
하고 있습니다. 그렇게 해야 나중에 저희들도 상희에게 떳떳하게 말해줄 수 있을 것 같네요.”
이 대위와 이별한 지도 어느덧 24년. 강 회장은 “사진을 보면 상희는 그대로인데 저만 늙어가는 것 같다”
면서 “어릴 적 함께 꿈을 꾸고, 미래를 설계했던 평생지기가 사라져 가끔 허전하고 보고싶지만 훗날 상희
를 다시 만나면 ‘그래도 내가 너 많이 챙겨줬다’고 얘기하고 싶다”며 떠난 친구를 그리워했다.
이상희 대위를 기리기 위한 다양한 추모 행사 이어져
사고 직후 국민을 위해 살신성인의 길을 택한 이상희 대위를 기리는 언론 보도와 국민적 추모 분위기가
확산됐다.
광주 공군기지에서는 전 장병 및 군무원이 뜻을 모아 ‘상희공원’을 조성하고 1992년 1월 21일 현석비 제
막식을 거행했다. 제막식에서는 이 대위에게 보국훈장 광복장이 추서됐다. 현석비는 2013년 11월 22일 국
가보훈처로부터 현충시설로 지정됐다.
1992년 2월에는 덕흥마을 주민들과 광주시의 지원으로 ‘이상희 대위 추모비’가 건립됐다. 또한 1995년에
는 이 대위가 태어나서 자란 경기 성남시 분당구 야탑동에 ‘상희공원’이 조성돼 그의 숭고한 정신을 기리고
있다. 아울러 지난해 12월 13일에는 경기 성남시 상희공원과 고령친화종합체험관에서 성일고등학교 총동
문회 주관으로 이 대위의 기념비 제막식이 열렸다.
첫댓글 훌륭한 조종사님의 고귀한 희생정신을 배우고 나갑니다.
훌륭한 군인이자 조종사이셨던 이상희 대위님의 희생을 기억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