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진강 굽어살피기

[유목민]

▣ 蟾津江 굽어살피기 ▣

☆ 일시 : 2010년 10월 3일.
☆ 여행/산행지 : 임실, 순창.
☆ 도보코스 : 진뫼마을-천담-구담-회룡-장구목(8km).
☆ 산행코스 : 화산옹바위-무량사-금돼지굴봉-당재-송대봉-장군봉-독집(4km).
☆ 함께한 인원 : 15명.


- 진뫼마을 당산나무에서 설레임이 살포시 드러난다 -

조용히 편지 봉투를 뜯어 보듯
蟾津江에서는 잠시 詩를 잊어도 좋습니다.
江이 널부러진 한 편의 詩가 된답니다.
오늘만큼은 모두가 시인이 된다고..시인이다고...

이 당산나무는 제13회 풀꽃상을 받은 늙은 정자나무이다.


- 진뫼마을 들머리의 "사랑비" -

강변마을에서 유년시절을 보냈던 자식들이 세상을 떠난 가난했던 부모를 기리며
고추밭에 세운 소박한 비석에서 "어머니의 강"인 섬진강을 봅니다.


- 진뫼마을의 입구에 있는 정자 長山樓의 편액 -

부모에 대하여 감사할 줄 아는 7남매가 자랐고
섬진강을 사랑할 줄 아는 시인이 사는 동네에
인덕이 산처럼 두텁게 쌓였다하여 장산루라 하는가 보다..
(이 마을 이름을 한자로는 長山..우리말로는 긴뫼..전라도 말로는 진메..)


- 섬진강 시인 김용택님의 생가 및 서재인 觀瀾軒(물결이 보이는 집)에서 한 컷 -

우리나라 사람들 속이야 어떨지 몰라도 겉은 이렇게 다 과묵하다.
찍사의 의무는 사진을 찍는 것보다
사람들의 감춰진 예쁜 속내를 드러내게 하는 것인데
때로는 나훈아처럼 바지라도 벗어내리고 싶을만큼 답답할 때도 있다.


- 진메마을 앞의 섬진강 -

전북 진안에서 솟아나는 섬진강은 임실을 지나면서 운암댐과 만납니다.
순창, 곡성, 구례를 지나 지리산과 백운산을 사이로 흘러들면서 경남 하동과 전남 광양의 경계를 이루지요.
관광객으로 가득한 봄과 다른 호젓한 매력이 가을의 섬진강엔 흐릅니다.



김용택 시인은 <꿈꾸는 섬진강>에서 섬진강 오백리길에서도 임실의 한자락을 흐르는
천담과 구담을 거쳐 장구목으로 흘러드는 물길을 가장 아름다운 물굽이로 꼽았다.


- 섬진강가에 게시된 詩 "천담 가는 길" -

진뫼마을 앞을 지나 ‘천담리’ 쪽으로 강과 나란히 걷는다.
김용택 시인이 2년 동안 ‘천담분교’로 출퇴근하면서도 걷는 사람을 한사람도 못 봤다는 그 길이다.
꽃과 안개와 바람과 눈과 비와 함께 다녔을 이 길..

활처럼 휘어 흐르고 못(潭)처럼 깊은 소(沼)가 많다 하여 천담(川潭)이라 한다.


- 진뫼마을에서 천담마을의 옛 천담분교(섬진강수련원)를 잇는 3.5㎞의 비포장 흙길 중간에 놓여진 징검다리 -

건너편 강변에는 방목 중인 흑염소들이 한가롭게 풀을 뜯거나 뿔을 마주 대며 힘을 겨루고 있고,
물 가운데 바위에는 백로며 왜가리들이 조용하게 서 있다.
간혹 물오리떼가 수면 위를 미끄러지면서 반짝이는 물방울을 털어낸다.
강을 끼고 있는 논에는 벼들이, 논둑에는 수수가 잘 익어 가고 있다.


- 천담을 지나 구담마을에 당도한다 -

숲속의 정자 이름은 구담정도 있고, 안담울정도 있다.
원래 이 마을의 이름이 안담울이었는데, 마을 앞 섬진강에 자라가 많다하여 구담으로 부르고
또는 아홉 군데의 소(沼)가 있다하여 구담(九潭)이라 부른다.
진뫼에서 이곳까지 아름다운 흙길을 걸어오면서 그동안 아스팔트에 쌓인 한을 다 풀었다.


- 구담마을 느티나무 언덕 위에 올라서면 섬진강의 유유한 물길이 한눈에 내려다보인다 -

당산에 놓인 나무데크에 올라서면 물돌이의 모습을 더욱 선연히 볼 수 있다.
쭉쭉 뻗은 당산나무와 당산제를 지낼 때 쓰는 제단,
그 뒤쪽으로 아이를 점지해 준다는 삼신할미 무덤과 그 제단도 남아 있어 흥미롭다.


- 구담마을은 영화 < 아름다운 시절 > 의 촬영지이다 -

10여 년 전 개봉된 이 영화는 한국전쟁 전후를 시대배경으로 하는데,
동양화 같은 여백미로 시선을 사로잡았던 강변 신이 순창의 장구목과 구담마을 일대에서 촬영되었으며.
TV 문학관 ‘소나기’, 드라마 문학관 ‘쑥부쟁이’ 도 이곳에서 촬영됐다.


- 구담마을에서 회룡마을로는 징검다리를 건너야 한다 -

징검다리를 건너면서 잠시 회상에 젖어본다.
물가를 가만가만 걸으면 풀벌레 소리와 물소리가 이야기를 나누듯 조화롭게 들린다.
바위에 앉아있던 백로와 왜가리가 푸드덕 날아오르고 목을 길게 뺀 자라가 일광욕을 즐기다 슬며시 물속으로 들어간다.
강가에서 마을 사람들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며 다슬기를 잡는다.


- 순창 회룡마을로 건너고서 바라 본 임실 구담마을-

몽환적인 풍광을 연출하는 곳에 멈추니 보이는 건 다슬기국처럼 푸른 강줄기요 들리는 건 물소리다.
비릿한 풀냄새와 물 냄새가 코끝을 간질인다.
햇살이 비치니 다시 정겨운 섬진강 줄기가 보이고 마을이 깨어난다.
일생에 한 번 쯤은 지켜보아야 할 물돌이동 구담마을의 풍광이다.


- 회룡마을의 폐가 -

마치 70년대에서 시간이 멈춰버린 듯한 오롯한 시골풍경은 누구나에게 마음속 고향으로 남겨 두고 싶은 그런 곳이다.


- 섬진강 물 내음을 머금은 씀바귀 -


- 섬진강 시골길 생태관광지 조성사업의 일환으로 마무리 중인 현수교 -

'자연은 자연 그대로 있을 때 가장 아름답다.'


- 전북 임실군과 순창군의 경계에 있는 장구목(전북 순창군 동계면 내룡리·이 동네 사람들은 '장군목'이라고도 부른다) -

그 어떤 신비롭고 덩치 큰 동물이 이 바위 위를 뛰어다닌 걸까.
공룡 수천 마리가 강 위에서 기쁨에 겨워 달린 것처럼,
커다란 돌들 위엔 기괴한 모양의 구멍이 움푹움푹 패었다.

 

이 바위가 굴러 자갈이 되고, 그 자갈이 다시 굴러 하류의 모래가 된다.


- 요강바위 -

동그란 구멍은 성인 남자가 들어가도 남을 정도로 크고 깊다. 높이 2m, 폭 3m, 무게 15t….
한국전쟁 당시 이 거대한 바위 속에 숨어 화를 피한 이들도 여럿이란다.


- 트래킹을 마치고 책여산행을 위해 무량사 입구에서 준비를 한다 -

한강처럼 거대하지도, 동강처럼 세차지도 않은 530리(약 212㎞) 묵묵하고 조용하게 흐르는 섬진을 조망하기 위하여..


- 책여산 안내판 -


- 미륵바위를 향하여 -


- 미륵바위 -


- 미륵바위 안내판-


- 미륵바위에서 바라 본 적성들녁과 섬진강 -

들판에는 벼가 익어간다.
라이너 마리아 릴케가 기도한 남국의 햇살이
들판과 강물에 넉넉히 쏟아져 내린다.

햇살이 깊고 두텁다.
춥지도 덥지도 않는 가을 어귀, 함양 길 안의 홍로 사과 한입 베어먹은 듯
마음이 너그럽다.


- 금돼지굴봉에서-

안정감이 느껴지는 발자국
그 발소리를 따라 갑니다.

내삶은 처음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다만 누구를 좇아가는 삶일 따름이었습니다.

이제 뒤를 돌아다보니
좇아가는 느린 걸음의 삶이
나를 나답게 한 유일한 특징이었습니다.


- 송대봉(정상)과 괴정리들녁, 그리고 섬진강 -

가을에 이르는 문은 이토록 아름답고 우아했던 것인가.
군더더기 없는 명징한 이 아름다움 위로.. Friedrich Gulda의 투명하기 짝이 없는 피아니즘이 넘친다.

거칠기만 했던 숨자락을 턱하니 내려놓는다.
세상은 온통 위로와 안도의 빛이다.
정녕 해방의 빛이다.

나는 한가로이 날고 있는 나비처럼
가을빛 고운 하늘을 날고 있다.


- 남원의 명산인 문덕봉~삿갓봉~고리봉라인과 한반도를 닮은 외배미 -

누구나 사랑을 할 수는 있지만 사랑을 소유 할 수는 없다.
소유된 사랑은 사랑이 아니라 구속이니까..

누구나 산을 사랑하지만 산을 다 가질 수는 없다.
산은 사랑과도 같다.

산을 가질 수는 없지만 속할 수는 있는
이 무한한 자유.
無所有의 소유.


- 아름답게 펼쳐진 들녁과 섬진, 그리고 용골산과 회문산 -

알아야 할 것은 언제나 눈 앞에 있다.
산이 우리를 어디로 데리고 가려는지,
다음 순간 내가 어느 발을 내딛뎌야 할지를
경건한 마음으로 주위를 기울여 주변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산행은 매 순간 이런 경건한 선택이 뒤따른다.
나는 산행이 주는 이 신비로운 경험에 경의를 표한다.
산에 대한 나의 모든 열정은 이런 진정한 사명감에서 나오는 것 같다.


- 송대봉에서 바라 본 장군봉(우측)과 섬진, 그리고 괴정리들녁 -

깨어 있다는 것만으로도 준비는 충분하다
내 마음은 언제나 산을 향해 열려 있으니..

산을 향한 열정에 조금이라도 귀 기울인다면
그 다음 발걸음을 내딛기 위한 모든 준비는 끝난 것이나 다름없다.

나는 나에게 주어진 행운을 의심없이 받아들였다.
섬진 굽어살피기는 처음부터 행운인 셈이다.


- 섬진과 적성면소재지 그리고 들녁 -

사랑이 늘 선인것 같아도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사랑은 그냥 움직임일 뿐이다.
길들여 지지 않은 힘,통제되지 않는 힘이다.

우리가 사랑을 가두려 들 때 마침내 사랑의 노예가 되어 버린다.

사랑을 향해 이해의 손짓을 보낼 수록
사랑은 우리를 방황과 혼돈 속에 놓이게 한다.

혼돈이 걷힌 말간 낯빛으로 적성벌이 펼쳐진다.
어디에도 놓이지 않은 사랑을 느낀다.


- 송대봉(화산, 342m)에서 -

힘들여 산에 오르는 것에는
어떤 사회적 의미도 사실 없다.
오직 고통만이 지혜의 유일한 원천이다.
그래서 산에서 만나는 풍경은
풍경의 풍경이 아니라 마음의 풍경인 것이다.


- 송대봉에서 바라 본 섬진과 적성교 -

레테의 강을 건너 Euridice를 찾아 온 Orpheus처럼
앞만 보고 걷다보면
정말 뒤돌아 보고 싶을 때가 있다.

과연 내가 어떤 풍경 속에 담겨져 있는지..
내가 지나온 길이 어떤 길이었는지..
혹여 놓쳐버린 풍경이 있는지...


- 24번 국도가 굽이쳐 흐름에 가담하여 장관을 연출한다 -

고난을 당할 때
결코 혼자가 아니라는 인식은 얼마나 소중한가.

같이 기뻐하고 같이 고통을 나눌 수 있는 동지가 곁에 있다는 것은
우리가 자연을 향해 더 멋지게 역경과 맞설 수 있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받아들여야 할 고통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것.
이것이 산행의 가장 소중한 이상이다.


- 평화롭고도 풍요로운 풍광 -

비움을 보아라!
空을 觀하라!!
현세의 이 황당한 주문도 책여산에 서니 그 의미를 알 것 같다.

과연 비움이 보인다.
비움은 佛家의 일체종지
즉 뿌리가 되는 지혜이다.

공이요, 바라밀이다.
나는 그 空을 알지 못하지만,
알 수도 없겠지만
다만 어렴풋이 다가오는 그 무엇인가를 느낀다.
마치 공의 세계에 든듯 설명할 수 없는 이 벅찬 직관이야말로
진정 비움이 아닐까.


- 섬진의 물빛이 아름답다 -

보이지 않는 빛으로부터 무지개빛 스펙트럼이 만들어지듯
푸르름이 해체되며
숲은 온갖 빛들을 만들어 내고 있었다.
슬픈빛이 아니라
분주한 꽃단장에 가까운 빛이었다.


- 물감을 뿌린다해도 이렇게는 그려내지 못할 것이다 -

나는 가을에 남아있는 초록을 좋아합니다.
봄속의 싱싱한 초록이 아니라
젊음을 붙잡으려 더 이상 발버둥치지 않는
숙명의 주기에 스스로 자족하고 초연한 그런 성숙한 빛입니다.


- 위험한 암릉구간을 철구조물을 설치하여 안전을 확보하게 되었다 -

모든 것을 다 이루었다는 마음으로 길을 걷습니다.
산행에 있어서 언제나 현재는 고통이요
미래는 희망입니다.

고통이 사라질수록 미래는 희망으로 빛납니다.
고통으로부터 벗어난 홀가분함이 가을바람처럼 가볍습니다.


- 대자연이 차려준 푸짐한 상차림에 도취된 모습 -

이렇게 폼 잡을 때가 좋을 때다.
사진 속의 나는 언제나 과거이고 혹은 미래다.
나는 미래를 지향하며 과거 속에 잡혀버린다.

왠일로 오늘은 내가 다 보고 싶어지는 걸까.
별난 폼은 아니지만 나도 돌들 사이에서
그냥 바위처럼 굳어 조형이 되고 싶은 모양이다


- 암릉에 햇살이 머무니 황홀함이 피어난다 -

갑자기 '눈 몸살'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어 봅니다.
경치가 너무 좋아 눈에 경치를 마구 쑤셔 넣으니 눈 몸살이 날 밖에요.
'산의 땡김질'이라고 다소 저속한 표현도 써 봅니다.


- 천길 낭떠러지에서도 어김없이 행복함이 넘실거린다 -

불현듯 낯선 풍경을 만난다.
엄연히 같은 길을 걸어 왔건만
풍경은 우리 뒤를 살금 살금 따라온 그림자 처럼 늘 내 뒤에 붙어있다.

분명한 것과 분명하지 않는 것.
마치 눈 먼자들의 도시를 걸어 온 이 느낌.

나는 묘한 기분에 사로 잡혀
돌아 볼 필요도 없는 위치에서
자꾸 시간의 끈을 붙잡으며
앞으로 나아가기를 힘들어 한다.
먼 추억처럼 산들에 갇힌 들이 보인다.


- 줌으로 담아낸 마을과 들녁 -

과분한 가을 햇살이 들녁을 뒤덮어
황금빛 광채로 눈부시게 섬진에 굵은테를 만듭니다.

그리고 남아있는 잔광을 모두 거두어
낮게 흐르는 저 강물에조차
길고 고운 빛들의 그림자를 수놓습니다.

색들에 눌려 허공에는 짙은 침묵이 가득합니다.
하늘을 어지럽히며
구름이 간혹 그림자를 만듭니다.

그 사이에 섬진을 겨우 내려 온 물빛들이
쪼르르 바람을 타고 흘러갑니다.


- 아슬아슬한 암릉구간이니 네발로 진행한다 -

어느 시인은
빛이 우리에게 등을 돌릴 때
빛이 비치지않는 생의 한 측면을
죽음이라고 하였다.

지금 소낙비를 맞듯
햇살 쏟아지는 바위 위를 걷고 있는 나는
생의 충만감으로 벅차야 한다.
과연 그렇다.
빛이 있고서 희망을 얻고
즐거움을 또 얻는다.


- 기기묘묘한 암릉과 일행님들 -

풍경에 빠진다는 것은 어떤 면에서
나와 풍경이 맺는 멜랑콜리한 수락이다.
나와 풍경이 자아내는 응결된 커뮤니케이션이다.
사진은 이런 관계의 집적적인 표현이다.


- ↑노을빛으로 물들어가는 섬진과 적성들녁↓ -


가을이 소복이 내려 앉은 들녁이
햇살에 지쳐 옅은 gas 층을 만들었습니다.
눈에 쏙 들어 오는 Green-Yellow를 잡지 못해
마음이 많이 아쉽습니다.

햇살이 재미있어 죽겠다는 듯이 적성벌에 넘칩니다.


- ↑이어지는 칼날암릉구간 ↓-


산에 대한 어떤 기억들은 생생한 현실감을 수반할 때가 많다.
마치 바위에 붙은 따개비처럼
의식의 벽에 강력하게 붙어
그때의 감촉의 무게조차 생생히 느껴질 때가 있다.

그것은 참으로 질기고도 아득한 맛이다.
곰삭은 맛이기에
세월이 가도 변하지 않는다.
나는 지금 눈앞의 풍경들이 종국에 그런 풍경이기를 갈망한다.


- 노을이 도와주니 또다른 작품이 탄생합니다 -

봄누에는 죽어야 실뽑기를 마치고
촛불은 재가되어 눈물을 그치듯
황금빛은 들녁을 삼켜서야 조락해 갈 것입니다.
농익은 가을빛들이 마침내 제 슬픔의 무게를 이기지 못하고 떨어질 때
우리는 비로소 우주의 준엄함을 깨닫습니다.


- 렌즈가 다르니 색감도 다르게 보인다 -

기회란 늘 오는 것은 아니다.
은총을 쓰지 않고 보관해 두었다는 말도 듣지 못했다.

행운이란 지금 당장 쓰지 못하면
영영 잃어버릴 수도 있는 것이다.

나는 오늘 나에게 주어진 은총과 기회를
전력을 다해 소중히 사용하였다.

과연 달콤한 과일처럼 향기로운 것이었다.


- 풍악산과 독집에서 비홍재로 가는 24번 국도 -

생각이 허무해지자
처마 밑의 빈 새둥지처럼
글을 쓴다는 것이 다 부질없이 느껴집니다.

가을 길에서 마음의 병을 얻어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나는 또 치유의 길을 생각합니다.


- 날머리에 가까와지자 아쉬움에 한번 더 담아낸 풍광 -

행복한 기분을 느끼기는 쉬워도
그 기분을 오래 간직하기는 참 힘들다.

느낌을 하나의 비유나 증거로
가슴 깊이 묻어두고 싶을 때가 있다.

마치 어린 시절의 일기장처럼 따뜻한 기운,
털옷처럼 포근한 추억을 하나 만든 듯한 테마산행이었다.

언제고 꺼내들면
당장 힘이되어 줄 것 같은 행복.
누구랑 나누기 조차 싫은 하루였다.


♬섬진강- 김용택 詩. 박찬숙 曲, 이근철 歌.

섬진강

1. 가문 섬진강 따라가며 보라 퍼가도 퍼가도 마르지 않고
개울물들이 끊이지 않고 흐른다 해 저물면 저문 대로 강을 보라
쌀밥 같은 토끼풀꽃 숯불 같은 자운영꽃 머리에 이어주며
지도에도 없는 동네 강변 식물도감에도 없는 풀들에 어둠을 밝히며
그을린 이마 훤하게 꽃등도 곱게 달아준다

2. 흘러 흐르다 목이 메이면은 영산강 물줄기 얼싸안고
지리산 뭉툭한 허리 감도는 섬진강을 따라가며 바라보라
섬진강 물이 몇사람 달려들어 퍼낸다고 메마를 강물이냐
지리산을 도는 저문 강에 얼굴씻고 일어서서
환하게 웃다가 물어보면
노을띤 무등산이 맞다고 고개 끄덕인다.

♧. 저문 섬진강 따라가며 보라 몇 사람 몇 사람 퍼간다고
섬진강물이 메마를 강물인가를 퍼간다고 말라버릴 강인가를
아~섬진강

/ 유목민 편집 /

[백 두 대 간늑대]

트래킹 코스~ 운치가 담겨있네여 .언제함 밟어봐야겠네여

[유목민]

감사합니다..2년 전에 智異 오리정골 들머리(삼정)에서 인사를 나눴는데,,ㅎ 이렇게 컴에서 다시 나누니 넘 반갑습니다..산길에서도 뵙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쉬블링]

순창 책여산은 9월에서 10월 초,벼가 한창 황금색으로 변하여 갈적이 제일 멋진것 같습니다.송대봉 정상에서 바라보는 적성들녘이 한폭의 그림이었습니다.
순창 책여산도 이제는 철사다리로 만들어 놓아서 암릉의 아찔함은 반감되었지만 그래도 적성들녘의 풍경은 경이롭습니다.

김용택 시인의 생가에 언젠가 한번 들러 보고픈 생각이 절로 듭니다.

[유목민]

고마우신 댓글에 이렇게 답을 드립니다..^^ 책여산은 예전의 나이프릿지 맛은 없지만서도 가을이 물든 적성들녁과 굽이치는 섬진을 조망하기는 딱이랍니다...감사합니다...^^

[자벗]

경치가 아주 빼어난 곳이군요. 가고잡은 마음이 절로 듭니다.
좋은 산행지 소개 감사합니다.

[유목민]

함께하시면 더 좋지요~!! 봄에 모내기를 한 다음과 그 결실이 맺어지는 가을이 절경으로 친답니다..감사합니다...^^

[무시기]

낯익은 분들이 눈에 많이 뜨이네요 ㅎㅎ

[유목민]

무시기 님은 빛고을에 머무신다고 알고 있어 눈에 익은 분들이 계실 겁니다..이런 댓글이 아닌 산길에서도 뵙고 싶습니다..감사합니다...^^

[에델]

어떤 산행기보다 사진에 깊이가 잇고 글도 유익하고 재미있습니다.
방자님과의 서로 영향을 주고 받으신 것 같이...
맑은 물, 쭉 뻗은 길과 웅장한 다리, 풍요로운 가을 들녁, 건강하고 재미있는 분들 ....
즐겁게 감상했습니다.

[유목민]

방자와의 대화가 아닌 저만의 넋두리를 살갑게 맞아주신 에델 님께 고마움을 전합니다..건강하게 지내심서 해맑은 미소로 뵙기를 기대합니다..감사합니다...^^

[이수영]

유목님! 너무 오랜만입니다. 반갑습니다. 순창에 책여산이라는 산이 있었군요. 나름대로 산을 조금 안 다고
생각했는데 무식이 탄로납니다. 대충 위치를 보니 어딘지 짐작이 갑니다. 뽐뿌질 받아 언제 한번 들려야 겠습니다. ㅎㅎ
그건 그렇고 여전히 녹슬지 않는 문체에 빠져 헤어나지 못하다가 겨우 정신을 수습합니다. 유목님은 산꾼이시지만
보통산꾼이 아닌 시인산꾼입니다. 진주에 화가산꾼이 있듯이 말입니다. 많은 시와 수필을 읽었습니다.
앞으로 자주좀 얼굴을 뵈었으면 합니다. ^^

[유목민]

너무나 오랜만에 와서 허접한 게시물을 보여 드렸어도 정겹게 맞아 주시니 황송합니다^^ 저는 시인은 아니며, 그저 아름다운 우리의 산과 들, 그리고 물줄기를 누비면서 넋두리를 글적이는 山客에 불과합니다, 지기님~!! 다른 산도 좋지만 智異에 가실 적엔 저도 동행하고프니 연락을 주시면 흔쾌히 뵙고픕니다..감사합니다...^^

[함지박]

어 올여름에 요강바위를 갔었는데 그땐 다리가 없었는데 새롭게 생겼네요!!

[유목민]

네, 여름을 지난 즈음에 공사를 시작하여 마무리를 하고 있데요~!!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