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벨트 훼손 정책 포기하라
편집국장 고하승
이명박 정부는 최근 서민주택·반값아파트 공급확대위한 '터 잡기'의 일환으로 수도권지역 개발제한구역(그린벨트)해제 방침을 밝혔다.
정부의 이 같은 방침은 매우 우려스러운 일로 지금 당장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서거로 수면 하에 가라앉은 것처럼 보이지만, 국장이 끝나면 이를 둘러싼 찬반 논쟁이 다시 치열하게 전개 될 것은 불 보듯 빤한 상황이다.
앞서 이명박 대통령은 8ㆍ15 경축사에서 “집 없는 서민들이 집을 가질 수 있는 획기적인 주택정책을 강구하고 있다”고 밝혔고, 이에 따라 청와대와 정부는 접근성이 뛰어난 서울 인근의 그린벨트를 추가 해제하는 방안을 우선 고려하고 있다고 한다.
지난해에도 정부는 “서민에게 값싸고 유용한 집을 마련해 주라”는 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서울 수도권 인근에서 비닐하우스 창고 등으로 훼손된 그린벨트를 풀어 서민용 보금자리주택 150만 가구를 짓는 '9ㆍ19 대책'을 발표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정부는 이미 수도권 인근의 그린벨트 78㎢를 해제키로 한 상황이다. 그런데 여기에 추가로 그린벨트를 해제한다면, 서울과 수도권 지역의 녹색벨트는 완전히 무너지고 말 것이고, 그로 인한 환경파괴는 매우 심각할 것이다.
서울을 비롯한 대도시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끊임없이 악화되고 있다.
물고기가 오염 된 물에 살면서 가쁜 숨을 헐떡이는 것처럼, 수도권 지역 시민들은 지금 오염된 공기 속에서 조금씩 죽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신선한 공기를 끊임없이 제공해 주는 그린벨트야말로 보배 중의 보배가 아닐 수 없다.
앞서 필자가 수차에 걸려 지적했듯이 그린벨트는 고(故) 박정희 전 대통령이 100년 앞을 내다보고 만든 ‘도심의 허파’다.
실제 박 전 대통령은 지난 1971년 영국이 시행하고 있던 제도를 우리나라에 도입시켰다. 그는 지난 70년 1월, 서울시 연두순시 자리에서 그린벨트 지정 방침을 공식적으로 밝혔고, 이에 따라 이듬해 7월1일 서울 외곽지역에 최초로 그린벨트가 지정되기에 이르렀다.
당시 그린벨트는 '성역'이었다.
그린벨트 정책에 대한 박 전 대통령의 의지가 너무나 확고했기 때문이다. 그런 의지가 결국 그린벨트의 본산인 영국에서조차 실패한 제도를 우리나라에서 성공적으로 유지시키도록 하는 발판이 됐던 것이다.
역대 대통령들도 이 그린벨트의 중요성을 알기에 함부로 훼손하지는 못했다.
전 세계가 극찬하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주요업적인 ‘그린벨트’는 이렇게 유지돼 왔던 것이다.
그런데 이 그린벨트가 DJ 정권이 들어서면서부터 조금씩 훼손되기 시작하더니 급기야 이명박 정권은 아예 이를 완전히 망가뜨리려 하고 있다.
실제 DJ 정권과 노무현 정권은 그린벨트를 '박정희 정권의 잘못된 유산'으로 간주하면서 ‘사유재산권 보호’라는 미명하에 정작 필요한 토지매입 정책을 실시하지 않고, 그린벨트 훼손을 사실상 방치하다시피 했다. 그렇게 해서 훼손된 그린벨트 면적도 상당하다.
그런데 이명박 정부는 그 정도가 너무 지나치다.
주택정책이라는 명분으로 아예 정부가 직접 나서서 그린벨트를 훼손하겠다고 선언하고 있다. 마치 그린벨트를 콘크리트벨트화 하겠다는 뜻으로 여겨질 정도로 그 상황은 매우 심각하다.
비록 DJ 정권이 인기 정책의 일환으로 일부 그린벨트를 일부 풀어주기는 했으나, 지금의 이명박 정권처럼 ‘막가파’식은 아니었다.
거듭 말하지만 그린벨트는 도심에 남아 있는 마지막 휴식처다. 따라서 이를 함부로 훼손시켜서는 안 된다.
만일 해당지역 주민들의 지지를 얻기 위한 방편이라면 다른 방안을 강구하는 게 맞다.
특히 그린벨트가 해당 지역주민들에게는 ‘생존권을 옥죄는 고통의 띠’라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는 만큼, 정부 차원에서 그린벨트를 매입하는 등 해당지역 주민들에게는 그에 상응하는 별도의 조치를 강구할 필요가 있다.
지금처럼 이들의 고통을 방치하는 것 역시 국가의 올바른 태도가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와 여야 각 정당은 ‘수도권 도심의 허파’인 그린벨트를 훼손하지 않고도 지역주민들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을 강구해 주기 바란다.
아울러 이명박 정권은 그린벨트 훼손을 전제로 한 모든 주택정책을 포기하고, 새로운 대안을 제시해 주기 바란다.
그린벨트는 누가 뭐래도 우리 후손에게 길이 물려줄 ‘보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