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사람이 등장하는 것 같지만 사실은 두 사람뿐입니다. 그리고 얼마 후 한 사람만 남게 됩니다. 바다보다도 드넓은 저 우주 공간에서 홀로 남게 된 것입니다. 살 길은 오직 하나, 지구로 돌아가는 것뿐이지요. 돌아갈 방법은 있는 것인가? 다행스럽게도 있기는 합니다. 그러나 쉬운 일이 아니지요. 그래도 사는 방법이 그 외에는 없으니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수행해야만 할 과제입니다. 사느냐 죽느냐 하는 문제입니다.
우리 지구를 둘러싸고 엄청난 양의 쓰레기가 떠돌고 있다는 이야기를 보도를 통해서 읽은 적이 있습니다. 지구 밖의 일이니 대수로운 일인가? 싶었습니다. 하기야 여기 지구 안의 쓰레기 문제도 해결 못하고 끙끙거리고 있는 판에 지구 밖의 일에 관심 쏟을 여유가 있겠는가 싶기도 합니다. 그런데 과연 무슨 일이 일어날 수 있을까? 하는 궁금증은 있습니다. 어쩌면 그 궁금증을 해결해주고 있습니다. 여기서는 묻거나 소각하거나 재활용하거나 하는데 지구 밖의 쓰레기는 어떻게 하지요? 우주는 무한히 넓은데 왜 그 넓은 곳으로 멀리멀리 사라져버리지 못하는 것일까요?
쓸모없는 탐사 위성을 소속 국가에서 미사일을 발사하여 파괴시켰습니다. 문제는 그 파편들이 또 다른 쓰레기가 되어 무서운 속도로 우주를 비행한다는 겁니다. 멀지 않은 곳에서 위성을 수리하던 사람들이 그 쓰레기폭탄을 뒤집어쓰게 됩니다. 마음대로 피하기도 힘들고 문제는 피할 시간적 여유가 부족하였습니다. 함께 하던 승무원들이 희생을 당합니다. 두 사람이 남습니다. 그런데 스톤 박사마저 위성과 연결된 줄이 끊어지고 우주로 튕겨 나갑니다. 어디로 얼마큼 떨어졌는지도 알기 어렵습니다.
어디가 위인지 어디가 아래인지 구별이 안 됩니다. 어디로 얼마큼 떨어졌는지 파악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우주는 아름답다기보다 두려운 곳입니다. 어디 피할 곳이 없습니다. 그냥 둥둥 떠다닙니다. 마음대로 몸을 가눌 수도 없지요. 그러다 굶어죽는구나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굶어죽기 전에 숨을 쉬지 못하여 죽는구나,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습니다. 우주에서 사고가 나서 죽게 된다면 굶어죽는 것이 아니라 질식하여 죽습니다. 그러니 오래 걸리지도 않습니다. 불과 몇 분 안에 사람의 생이 끝나는 것입니다.
이 땅에서 일어난 사고에는 얼마 간 희망을 걸 수 있습니다. 매몰되었다가 열흘 아니 그 이상을 버티고 살아 돌아온 사람도 있습니다. 그런데 우주에서는 그런 일이 생길 수가 없습니다. 우주복에 지니고 있는 산소의 양은 한정되어 있습니다. 일단은 숨을 쉬어야 하기 때문에 그 공기 떨어지면 생명은 끝나는 것입니다. 구조작업이 거의 불가능하다는 뜻이지요. 자체적으로 구조하지 않으면 여기서 도와줄 방법이 없다는 말입니다. 우주선을 떠났다는 것은 곧 죽음을 뜻합니다. 그래서 더욱 두려운 재난이 됩니다.
‘외계인도 우주전쟁도 없다!
이것이, 누구도 경험하지 못한 진짜 재난이다!
지구로부터 600km, 소리도 산소도 없다. 우주에서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허블 우주망원경을 수리하기 위해 우주를 탐사하던 스톤 박사는 폭파된 인공위성의 잔해와 부딪히면서 그곳에 홀로 남겨지는데…’
이것이 광고의 전부입니다. 무엇을 이야기한다기보다는 우리가 보지 못했던 것 그래서 보고 싶은 것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재난이야 이 땅 어디에서든 일어날 수 있습니다. 그런데 그곳에서의 재난은 아직 경험을 하지 못했지요. 그래서 호기심이 생깁니다. 무슨 재난이 왜 생길 수 있을까? 하는 것부터 그 재난을 당하면 사람은 어떻게 될까? 그 재난을 피하거나 이겨낼 수는 있을까? 하는 등의 의문과 호기심이 생깁니다.
우주에서 바라보는 지구, 정말 아름답지요. 재난을 당한 사람은 죽기 살기로 발버둥치고 있지만 화면을 보고 있는 우리는 캄캄한 우주에 대한 경이로움과 아름다운 지구에 대한 감탄을 쏟습니다. 두려움과 아름다움이 함께 존재하는 곳이 저 드넓은 우주인가 봅니다. 그러나 이렇게라도 간접경험을 하고 보니 그곳으로 나가고 싶은 마음은 그다지 생기지 않습니다. 스톤 박사가 그렇게 말했습니다. 나는 우주가 싫어. 그리고 그런 호기심도 없다면 이 영화 정말 지루하기 짝이 없겠지요. 아, 나는 이 영화 정말 싫어, 이를 갈며 극장을 나올 수도 있습니다.
영화 ‘그래비티’를 보았습니다. 뜻은 ‘중력’이라네요. 바로 이 지구의 인력 때문에 지구를 둘러싼 쓰레기들이 우주 밖으로 날아가 버리지 않고 이 둘레를 계속 돌고 있는 모양입니다. 이제 곧 우주에 너도 나도 나갈 때가 올 텐데 서로 긴밀히 연락해야 할 것 같습니다. 우주에서의 사고는 곧 죽음과 직결됩니다. 많은 양의 위성이 돌고 있다는데 함부로 그리고 일방적으로 처리할 것도 아니구나 생각합니다. 아무튼 이렇게 땅을 밟고 살고 있다는 것에 새삼 감사가 나옵니다. 얼마나 돌아오고 싶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