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양가를 밑도는 아파트 매물이 속출하고 있다.
이달부터 입주에 들어간 경기도 광주시 S아파트 단지에서는 최근 분양가를 밑 도는 시세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32평형의 분양가는 1억6760만원 정도였지만 이보다 300만~500만원 낮은 수준에 서 아파트를 골라잡을 수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 2002년 분양 당시 1순위에서 5.7대1의 경쟁률을 기록하고 10 00만원 정도 웃돈이 붙을 정도로 인기를 끌었다.
그러나 지금은 주택시장이 침체되면서 웃돈은커녕 분양가에 물건을 내놓아도 거래가 어려운 상태다.
인근 S공인중개사 관계자는 "현재 매물 80여 개 중 20여 개가 분양가 아래로 나온 것"이라며 "이 아파트 소유자 가운데 60% 이상이 투자자여서 매도를 서두 르는 분위기가 역력하다"고 설명했다.
투자 목적으로 아파트를 샀다가 부동산 시세가 하락기인 것으로 확인되자 매물 을 쏟아낸 것들이 대부분이라는 얘기다.
물론 일부는 실제 입주를 위해 분양을 받았던 것들도 포함돼 있다.
인천 서구 P아파트 33평형은 지난달부터 입주를 시작했지만 분양가보다 1000만 원 싼 매물이 나와 있다.
이 아파트는 지난해 김포신도시 계획이 발표되면서 한때 3000만여 원까지 웃돈이 형성됐지만 지금은 분양가 수준을 받는 것도 쉽 지 않다.
인근 D아파트 33평형 분양권은 1억2800만원 수준에 매물로 나온 것들도 있다.
분양가보다 550만원 정도 싸다.
부동산 경기가 냉각되고 최근 2~3년 간 급등에 따른 시세 하락이 상당 기간 지 속될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대적으로 인기가 높았던 수도권과 충청권에서도 분 양가보다 낮은 아파트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이들 지역은 경기 광주시, 인천 서구, 충남 천안 등 최근 입주물량이 많았던 곳들이다.
외환위기 이후 아파트 공급이 줄었다가 2002년부터 주택경기 활황세를 타고 늘 어났던 공급물량이 많았던 지역에서 올해부터 아파트 입주가 시작되면서 매물 로 쏟아지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부동산 가격이 약세를 지속하고 거래마저 거의 중단되면서 아파트 시세가 분양가를 밑도는 지역도 핵심지역으로 점차 이동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 다.
서울 강남권에서는 입주중인 주상복합 아파트가 웃돈 없이 거래되거나 분양가 보다 약간 낮은 가격에 매물로 나온 것들도 있다.
현재 입주가 진행중인 강남 D주상복합 13평형은 분양가인 1억2790만원에 매물 로 나와 있고, 시세를 약간씩 밑돈 급매물도 간혹 섞여 있다고 인근 부동산중 개업소는 전했다.
주로 웃돈을 노리고 아파트를 분양받았던 투자자들이 시세차익을 노리기 어렵 게 되자 서둘러 처분에 나선 물건이다.
입주 후 등기를 하려면 취득ㆍ등록세를 비롯해 1000만∼1500만여 원의 비용을 부담해야 하기 때문에 거래를 서두르는 것도 원인이다.
◆ 대전ㆍ천안지역에도 등장=대전 천안 등 충청권도 예외는 아니다.
정치권의 행정수도 이전 논란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데다 공급과잉으로 주택시장이 맥 을 못추고 있기 때문이다.
내년 초 1029가구가 입주하는 천안 구성동 S아파트 32평형의 경우 최초 분양가 인 1억7300만원에서 200만∼300만원씩 낮게 거래되고 있다.
대전에서는 행정수도 재료를 등에 업고 최근 1~2년 새 주상복합 신축 바람이 불었으나 매수세가 끊긴 상태다.
이 때문에 지난해 말 분양 직후 최고 4000만 원까지 프리미엄이 형성됐던 노은 D주상복합은 하락을 거듭해 최근에는 분양가 수준 또는 그보다 500만원 낮은 가격에 매물이 나오고 있다.
◆ "해약해 달라" 다툼도=아파트 처분이 어렵게 되자 해약을 요구하는 사례도 늘고 있다.
수도권 A아파트는 최근 입주를 시작했지만 잔금을 치르지 않고 해약을 원한다 는 전화가 건설사로 수십통이나 걸려왔다.
그러나 건설사는 이를 다 들어줬다가는 집주인을 새로 찾아야 하는 번거로움을 겪고 수익성도 떨어질 수 있다며 난색을 표시하고 있다.
아파트 표준계약서상으로는 소유자 개인 사정으로 해약할 경우 중도금을 1회 이상 냈다면 건설사의 허락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