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말에 속아 시작된 비극.. 82년 인생을 바라보다
이선필 입력 2022. 02. 11. 11:18 오마이뉴스
[미리보는 영화] 다큐멘터리 <보드랍게>
[이선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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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큐멘터리 영화 <보드랍게> 관련 사진. |
ⓒ 박문칠 |
누구나 살면서 잠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때가 있을 것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삶의 궤적에서 자신이 생각했거나 원했던 걸 취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 하물며 시대의 비극, 나라 잃은 설움을 겪어야 했던 이 여성은 얼마나 더 자신을 부정해야 했을까?
오는 23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영화 <보드랍게>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의 또다른 이면을 드러내는 작품이다. 지금까지 밝혀진 피해자들의 면면과 일본 제국주의 만행을 날을 세워 고발하기 보단 한 사람의 인생을 하나하나 되짚으며 우리의 이웃이었을, 가족이었을 피해자를 향해 부드럽게 다가가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1928년 음력 4월, 경상북도 경산시에서 태어난 김순악씨는 16세 나이에 대구 공장에서 일하며 돈을 벌 수 있다는 말에 속아 기차를 탔다. 그때부터가 시작이었다. 성적 착취, 강요된 강제 노동 등으로 몸과 마음이 피폐해진 그는 말 그대로 견뎌내왔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생일지도 모른다.
태어난 시대부터가 그랬다. 여자라는 이유로 이름에 한자 '옥'자를 쓸 수 없어 순악이라는 이름을 가진 이 여성은 일본은 물론이고 당시 대한민국의 구조적 차별과 편견의 희생자이기도 했다. 당시를 살았던 대부분의 여성이 아마 그랬을 것이다. 회한이 가득했을 수 있는 순악씨는 말 그대로 놀라운 생존력, 그리고 특유의 재치와 밝은 기질을 잃지 않았다.
'왈패, 사다코, 데루코, 요시코, 마쓰사케, 위안부, 기생, 마상, 식모, 엄마, 할매, 미친개, 술쟁이, 개잡년, 깡패 할매, 순악씨'. 82년 평생 김순악씨를 따라다닌 별명들이다. 그 누구도 김순악씨가 겪은 비극에 대해 고생 많았다며 부드러운 말을 건네지 않았다던 생전 고백에서 비롯된 제목대로 영화는 굴곡진 그의 삶을 오롯이 관객에게 전하고자 한 흔적이 강하다.
2018년 대구 '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모임'의 제안으로 시작된 이 영화는 캐나다 출신의 박문칠 감독이 연출을 맡았다. "전쟁 이후 투사가 된 모습과 돌아가시기 직전까지의 시간을 보여주기 좋은 인물이란 생각이 들었다"던 박문칠 감독은 "그분을 온전히 하나의 인간으로 이해하고 만날 수 있는 영화를 만들고 싶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가) 성에 대한 현재의 차별 및 폭력과도 이어지는 문제라는 걸 말하고 싶다"며 지난 9일 언론 시사회 현장에서 취지를 말한 바 있다.
감독의 말처럼 영화 곳곳에는 김순악씨의 삶과 함께 현재를 살아가는 세 여성의 고백이 담겨 있다. 모두 성폭력 피해와 관련해 자신을 드러낸 미투 운동 당사자들이다. 영화적으로 중심인물인 김순악씨와 현재 여성의 미투 고백이 다소 투박하게 연결되는 면이 있지만 충분히 서사적으로 설득력을 가진다.
한줄평: 그때도 지금도 견뎌내고 있는 여성들에게 건네는 특별한 위로
평점: ★★★☆(3.5/5)
영화 <보드랍게> 관련 정보 |
감독: 박문칠 출연: 김순악, 안이정선, 이인순, 송현주 외 제작: 박문칠, (사)정신대할머니와함께하는시민 배급: ㈜인디플러그 관람등급: 전체관람가 장르: 휴먼 다큐멘터리 러닝타임: 73분 개봉: 2022년 2월 23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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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누구나 살면서 잠시 자신의 인생을 돌아볼 때가 있을 것이다.
나이가 많든 적든 삶의 궤적에서 자신이 생각했거나 원했던 걸 취한 사람은 몇이나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