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병일기:
갑상선암 발견동기
2010년 8월 말경 2개월후면 남편 직장관계로 외국에 나가서 3년정도 거주할 예정이였습니다
외국은 의료수가가 비싸니 가기전에 건강검진을 받아보라고 주위에서 많이 권하시길래 가벼운 마음으로 위, 대장 내시경 여성암 검진위주로 검진을 받던중 유방암 검사가 끝나고 갑상선도 보실래요 물으시길래 예 봐주세요 초음파 대기가 무섭게 하시는 말씀 큰혹이 있는데 모양이 안좋아요 암같아요 응급으로 세침검사 합시다 결과는 다음날 오후 1시에 전화드릴께요 너무 당황해서 양재에서 인천집까지 운전을 어찌했는지 기억도 없네요 6살 4살 두 애들은 자기 엄마가 암이 걸렸는지 어쩐지도 모르고 뒷자리에서 메가패스 팽이 안사준다고 떼를 쓰고 울고 너무 착찹해서 혼도 못내겠고 울음도 안나오고... 그렇게 갑상선암이 발견되었습니다
다음날 전화드리니 당분간 외국 못가겠네 하시더니 유두암 맞고 우 1.2센치 좌 0.4미리 왼쪽유방 물혹2개 유방은 급한거 아니니까 정기검진 하면되고 우선 갑상선 수술이 급하니 병원을 어디 예약할지 정하라고 하시더군요 마음을 못정하고 있으니 강남세브란스 장항석 선생님께 의뢰해주셨어요
다음날 급하게 남편도 귀국했고 빨리 예약을 해주셔서 3일후에 장항석 교수님을 만나뵐수 있었습니다
가지고간 슬라이드 결과지 보시고 정밀초음파랑 목시티, 흉부 엑스레이 검사하고 오후에 결과보고 다시 면담하자고 하시더군요
검사 결과 정밀 초음파상 전이소견은 없지만 시티 결과는 전이가 된걸로 보이고 갑상선 피막도 뚫은거 같다 수술해서 눈으로봐야 정확한걸 알수있고 우측 좌측 경부림프절 청소술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고 하셨어요 수술시간은6시간 흉터는 좀 클거라고 저는 할말을 잃었고 같이간 언니가 물어보더군요 정밀초음파상 전이소견이 없으니 아닐수도 있지요 장선생님 말씀 네 초음파만 믿는다면요 헐 수술날짜는 11월21일 2달반은 기다려야한다구 하셔서 일단은 수술예약하고 왔습니다 저는 간수치가 조금 높아서 소화기내과에 예약을 해주셔서 간초음파랑 간스캔을 다시 받았습니다 두려움 가득한 제얼굴이 안되보였는지 위로를 해주시더군요 넘 걱정마세요 갑상선암은 암은 암인데 우리 는 암 아니라고 생각하기도 한답니다 그만큼 예후가 좋기 때문이고 암세포가 잘떠돌아 다니질 않는다고 유방암은 이리저리 돌아다녀서 골치아프죠 그런생각하면서 수술 잘 받으세요 간수치높은건 약드시면 되구요 지방간 때문에 높은거고 수술받고 체중조절하세요 아셨죠 힘내세요
저는 그 어떤말 보다 소화기내과 선생님 그분의 말씀이 넘 위로가 되었답니다
기다리는 2달남짓 시간
남편은 휴직을 했고 아이들과 공기좋은곳 찾아 여기저기 여행도 다니고 친정에서 푹쉬기도 했지만 순간순간 드는 불안과 걱정은 완전 떨치기가 어려웠어요 불면증도 우울증도 겪었고 밥 맛도 잃었고 체중도 저절로 8키로정도 빠졌습니다
엄마 목아파서 수술하는거야 물어보는 어린애들보면 심난하고 그래도 와이프 병간호 한다고 휴직한 남편보면 미안하기도 하면서
괜시리 짜증도 났지요 평소에 집안일 애들 돌보는것도 다 내차지더니 스트레스 받아서 이런병이 왔나싶고 뭐 이유는 알수가 없지만 이미 병은 걸렸고 평생 약먹으면서 재발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또 다른병까지 걸리면 어쩌지 오만가지 부정적인 생각이 많이 들더군요 이제 겨우 41살 착찹했지요
수술
남편아시는분 도움으로예정보다 3주정도 빠르게 수술이 앞당겨졌습니다 그냥 기다리시는분들께 정말 죄송했습니다
수술전날 오후5시까지 입원을 했고 2인실 배정을 받았어요 저녁8시에 항생제 알러지 반응검사 한거 말고는별다른 검사는 없었고
밤9시에 같이 수술할 전문의가 와서 수술스케줄과 수술방법 자세하게 이야기해 주시더군요 병원 서비스가 종말 좋아졌다는걸 새삼 느꼈어요 10시엔 마취과 의사가 직접와서 마취에 대해서 자세하게 설명을 해주시더군요 의료서비스 많이 좋아졌어요
다음날 아침 전문의가 다시 방문해서 원래는 연장자 먼저 수술하는데 상태가 심각할지 몰라 연로하신분을 뒤로하고 두번째로 수술 한다고 그때부터 급떨림 마음을 가다듬고 기다리니 2시에 수술대기실로 들어갔고 다른분들은 머리에 캡만 쓰는데 저는 캡쓰고도
머리카락 한올한올 테이프를 붙이시더라구요 나중에 알고보니 곽청술 예상환자만 그런답니다 이럴줄 알았으면 눈썹이라도 그리고 올걸 아무리 수술 환자라지만 좀 예뻐보이는게 좋지 않을까 이런 황당한 생각까지 하면서 시간보내고 30분쯤 지나니 마취과 의사 다시와서 의치 나 임플란트 없냐고 물어보고 수술방으로 같이 침대 밀고 가주시고 넘 무서워서 언제 마취해요 마취하고 가면 안되요 물으니 마취는 수술방에 가서 합니다 이야기들은 다음부터는 아무 기억이 없습니다 말짱하게 깨어서 간호사에게 처음한말은 몇시에요 깨셨어요 5시 30분이요 에고 다행이다 곽청술 안받았구나 받았으면 9시나 끝난다고 했는데 정말 다행이다 곽청술이 어지간히 부담 스러웠나봅니다 환자분 병실로 옮겨드릴께요 그렇게 걱정하던 수술은 끝났습니다
회복
수술후 2시간후부터 복도 걸어다니고 일층 로비 왔다갔다 하며 운동했습니다
피주머니 2개가 불편했지만 빠른 회복을 위해서 다음날부터 목운동도 살살 했구요
목이 아파서 삼키기 어려울땐 턱을 밑으로 당기고 먹으니까 덜아프더라구요 아이스크림을 먹으니 통증이 경감되고 살만하더군요
기침이 날려고 하면 얼른 물 한모금을 마시면 진정되었고 나름 불편한건 있었지만 연세 있으셔도 다들 잘견디시는거 보면서
저도 많이 노력했네요 다들 이정도는 아프시겠지 모든것은 지나간다 그말을 생각하면서...사람마다 다르지만 보통4박5일이면
어지간한 통증은 다 견딜만하고 피주머니 빼면 한결 수월합니다 정말 제왕절개보다 덜 아픈거 같기도하고...
4박5일후 장교수님 아침 회진때 오셔서 전이도 없고 수술도 결과좋고 부갑상선도 건강해서 칼슘수치도 좋다고 퇴원하라고 하셨지만 집에가면 애들있고 차라리 병원에서 좀더 회복하고 가는게 서로가 좋을듯싶어 이틀더 있다가 퇴원했네요
진통제 씬지로이드 진해거담제 처방받았습니다
집에와서도 계속해서 하루3번 목운동을 했고 목조임 증상이 오면 도리도리를 100번정도 하고나면 신기하게 없어졌어요
수술전에도 후에도 심했던 목조임이 도리도리 운동으로 완전하게 없어진게 지금도 넘 신기합니다
참고로 저는 도리도리를 빨리빨리 했답니다 아침 저녁 하루 두번씩
일주일후 첫 외래진료 떨리는 마음으로 결과(좀더 정확한전이여부)를 들으러 남편과 내원했지요
장선생님 함박웃음을 지으시면서 정말 다행이에요 어디에도 전이가 없었어요 특수 검사까지 했는데도 전이소견이 없어 넘 기쁘다고 정말 본인 일처럼 기뻐해주시더군요 추가검사비용 십오만원을 부담했지만 기분은 좋았답니다
하지만 암이 갑상선 피막 근처에 있었으니 저용량30으로 동위원소 치료는 하자고 하셨고 12월 15일날 30하는걸로 예약을 하고왔습니다
지금저는
동위원소치료도 받았고 비록 저용량(30)이였지만 예은암에서 일주일 푹쉬고 집에와서 일주일 더 조심했답니다
3월 중순에 검사하는 시티랑 피검사 결과가 중요하다고 해서 마음 편하게 기다리고 있습니다
에필로그
왜 하필 나야 애들도 어리고 할일도 많은데 그런 생각을 했지요
고난이 축복이다 라는 말을 이해 못했던 시절도 있었구요
지금은 좀 달라졌습니다
남은생을 자기 성찰도 못하고 함부로 살다가 갈까 안타까워서 우주가 다시 나에게 시간을 주었구나 생각하니
모든게 감사할따름입니다
저는 종교가 없으니 기도 라고 하기도 뭐하지만 암에 걸린후 저에게 항상 하는 기도가 있습니다
힘들게 많이해서 미안해
잘못한거 있으면 용서해줘
지금이라도 병을 보여줘서 고마워 너를 사랑해 정말 40평생 해본적 없는 말이였지요
세포도 알아듣나 봅니다 가끔 힘이 하나도 없다가도 기운이 생겨나 집근처 율동공원을 한시간정도 산책을 합니다
기분이 좋아집니다 이유없이 자신을 싫어하고 미워했을때보다 차라리 지금이 더 행복하다는 생각까지 들려고 합니다
약한 사람인지라 가끔은 암이 아니였으면 좋았을걸 생각도 해보지만 다 부질없는 생각이지요
모든 시간은 다 지나갑니다 넘 좋았던 시간도 지나가고 행복했던 시간도 지나가고나면 추억으로 남듯이 지금 불안하고 두렵고
힘든 시간도 다 지나갑니다 그때 그런 일이 있었지...자신을 믿어주시기 바랍니다 아프면 아픈대로 슬프면 슬픈대로 견뎌내주는
자기 자신을 따뚯하게 안아주세요 결국 끝까지 어떤 고통도 함께 해주는건 자기 자신밖에 없습니다
이제 막 병을 발견하신분들이나 수술을 앞두고 두렵고 불안하신분들에게 조금 먼저 경험한 사람으로서
조금이라도 위로가 되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미흡하나마 이글을 올립니다
첫댓글 잘 읽었습니다. 어휴 아직 날짜도 못잡고. 있는데 축하드립니다 .쾌유하시길
2월1일 수술예정입니다.. 님의 글에 많은 위로를 받습니다..
눈에는 눈물이 약간 고이고~~ 입에는 미소가 살짝 지어지는 그런 투병일기 였어요 ㅎㅎ~~~
한수지님 무지 반가워요~~ 자기 자신에게 '미안해' '고마워' '사랑해' 이 고백을 할 수 있는 분은 정말 축복 받은 분이라 하는게 맞겠지요?
많이 축하 드립니다~~~ 전이와 큰 수술이 기다릴 뻔 했는데 조기발견으로 마쳐진거 ...그리고 자기를 사랑 할 줄 아는 지혜를 얻으신거....
새해에는 더욱 더 기쁨으로 충만한 날들 되시고 남편과 이이들 더 많이 사랑하는 해 되시길 바래요 사랑합니다~~~^ ^
저 내일 입원합니다. 그간 덤덤히 잘 지내왔는데 날짜가 임박하니 잠이 잘 오지 않네요. 글 잘 읽고 도움 많이 되었어요. 정말 한수지님 말대로 어쩜 감사한 일이라는 생각 많이 했습니다. 저도 장항석 교수님에게 수술 예정인데 교수님과 다른 선생님과 간호사님들 그리고 수술받는 모든 분들을 위해 기도합니다. 저도 차분한 마음으로 수술실 들어 갈 수 있게 기도하고요. 수술 잘 받고 오겠습니다. 건강하세요~~~ 그리고 행복하세요~~~
축하드립니다. 전이도 없고 곽청술도 없고...다행이네요. 지나고나서 생각하면 아찔하시죠? 앞으로 건강관리 잘하시고요. 즐겁게 사시길 바랍니다.
수술전 전이여부 때문에 맘고생 많으셨을 텐데 수술후 결과가 좋아서 다행이네요 축하드리고 건강관리 잘 하시고 빠른 회복 바랍니다
수술을 기다리고 있는 한 사람으로 공감이 갑니다....글 올려 주셔서 감사합니다...얼릉 회복하셔서 기쁨 맘으로 지내시길 빕니다
수술전 검사로는 정확한거걸 알수없나보네요,,,전이가 있다가 수술하니 오히려 없고,,,ㅋㅋ 님 !! 정말 다행입니다.,,행복하세요..
미흡한 제글 읽어주시고 댓글달아 용기주시고 정말 감사드리고 사랑합니다 문득문득 불안하고 두려우시겠지만 용기를 내셨으면 합니다
수술을 앞두고 있는데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수술 잘되신거 너무 축하드리구요, 항상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랍니다.
저도 장항석 교수님께 수술을 압두고 있습니다. 남자고 50대 중반이라 다소 부담은 됩니다. 저도 직장에서 인정받고 승진을 위해서 워크홀릭의 개념으로
살아왔는데 저에게 주어진 훈장이 갑상선 암이라 처음에는 약간 당황했습니다. 보름후면 수술인데 담담하게 수수날자를 기다리면서
일에 더욱 몰두하고 있습니다, 한수지님의 수기 많은 도움이 될것 같습니다 건강하시고 가족과 함께 항상 행복하세요
저도 유학중 방학에 들어와서 건강검진 했는데 출국 일주일 남기고 알게 되어서 충격이 컸었어요. 그리고 이틀전에 수술하고 병원에서 회복중이네요. 다른 증상은 없는데 가끔 저림과 목조임 현상이 있네요..그래도 칼슘수치는 괜찮다고 해서 참을만 하여 약은 안 먹고 있어요. 글쓴이님하고 느낀게 비슷해서 리플 달아요.. 정말 매너리즘에 빠져서 낭비하던 내 인생을 좀 더 소중히 생각하라고 우주가 내려준 기회 아닌가 싶네요 ㅎㅎ 저도 종교가 없어서 기도라긴 좀 그렇지만 제 몸에게 미안하다 고맙다 자꾸 말하고 있어요.. 빨리 건강 회복하고 멋지게 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