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국민지지율 20%를 넘는 대권후보는 이명박, 박근혜 두 사람이 유일하다. 그리고 이 두 사람은 모두 한나라당 정치인이며 따라서 한나라당은 지금 차기 정권을 자신들이 찾아올 수 있다는 꿈에 부풀어 있다. 그리고 이 같은 꿈은 정말 꿈이 아니라 현실이 될 확률이 매우 높다.
현재 한나라당과 대응할 정치세력으로는 국회의석 103석을 가진 열린우리당과 열린우리당을 탈당 새로운 교섭단체를 꾸린 통합신당모임, 그리고 이 통합신당 모임과의 합당하여 새로운 신당으로 출범할 준비를 하고 있는 민주당이 있다. 하지만 이들 정당들은 현재 뚜렷한 차기 대권주자를 갖고 있지 못하며 이에 따라 계속 이합집산 중이다.
우선 열린우리당 사정을 보면 이는 매우 복잡하다. 노무현 대통령을 만들고 그와 함께 열린당을 창당, 당의장까지 지내며 명실상부한 2인자 노릇을 했던 정동영 전 통일부 장관이나 또 그 비슷한 여정으로 정 전 장관과 같은 급의 대우를 받으며 비슷한 길을 걸었던 김근태 전 보간복지부 장관 등이 여권의 유력한 대권후보로 그동안 언론의 조명을 받았다.
하지만 그들의 국민 지지도는 이제까지 한나라당 대권후보들의 지지도를 넘어본 적이 없으며 현재도 5%를 밑돌고 있다. 따라서 이들의 지지도 때문에라도 여권이 지리멸렬 이합집산을 하고 있다는 말이 무색하지 않을 정도다.
그리고 이는 이들을 대체할 유력주자를 찾는데 골몰하는 사태로 번져 그동안 언론들의 조명을 받은 정운찬 전 서울대 총장, 문국현 유한킴벌리 사장 박원순 변호사 등 까지 차기 대권주자의 대안으로 영입하려 하고 있으며 심지어 얼마 전까지 한나라당의 대권주자였던 손학규 전 경기도지사를 영입하려고 하기도 한다.
그뿐 아니라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 한명숙 전 총리, 김혁규 전 경남도지사, 유시민 현 보건복지부 장관 등 조금이라도 가망성을 보이는 사람이라면 모두 대권주자를 만들려는 시도를 하지만 이들 모두 좀처럼 국민지지도는 오르지 않고 있다.
이 같은 이유 때문에 열린우리당 내에서는 탈 노무현이 해법이라고 생각했던 사람들의 탈당 러시가 있었고 이는 호남이라는 특정지역을 석권하려는 의도로 민주당과의 통합을 논의하기도 하고 급기야 최근에는 대권주자 앞으로 해쳐 모이자는 열린우리당 현직 의장의 발언도 있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이 같은 설왕설래는 계속될 것이며 이는 어쩌면 12월 대선에 임박해서까지 해결되지 못한 난제로 남을 공산도 있다.
그러므로 한나라당은 상대의 이 같은 지리멸렬을 느긋한 마음으로 지켜보며 자당 내의 분란을 막는 것이 최선의 대권획득 방법이라고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그리고 이 같은 판단 때문에 현재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주자 들인 이명박-박근혜 양 측은 지금 물밑과 물 위를 가리지 않고 치열한 샅바싸움을 하고 있다.
이는 때로는 대권주자 검증론으로 과거행적을 놓고 이전투구를 하기도 하며, 상대의 유력 공약들에 대한 허점을 공박, 공약 싸움을 하기도 하고 당내 조그마한 지분이라도 가진 사람이라면 자파로 만들기 위한 줄 세우기 경쟁도 서로 간에 마다하지 않는다. 그래서 또 이들의 쟁투는 여야의 쟁투보다 어쩌면 더 치열하게 보이기도 할뿐 아니라 많은 정치 분석가들에게 이들이 결국은 한 배를 타지 못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게 하기도 한다.
그리고 그 같은 조짐이 보이는 것이 바로 당내 경선후보 등록을 미루며 상대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현재 한나라당 당규를 보면 당의 후보 경선일 120일 전까지 당내 후보경선위원회에 경선후보 등록을 하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 같은 당규대로라면 오는 4월 23일이 당 경선후보 등록마감일이다.
이는 한나라당의 경선준비위원회가 만든 경선 룰에 따른 7월말 경선일이 이병박-박근혜 양측의 갈등으로 혼선을 거듭하자 강재섭 대표가 낸 중재안인 오는 8월 20일로 잠정 결정된데 따른 계산으로서 8월 20일로 경선일이 확정된 것이라면 그 120일 전이 바로 4월 23일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지금 한나라당 양대 주자는 며칠 남지 않은 당 경선후보 등록을 위한 작업을 해야 함에도 양 측 모두 겉으로는 4,25 재, 보선 유세일정에만 매달리며 경선후보 등록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그런데 이의 속내를 들여다보면 그 이유를 알 것 같다. 우리나라 선거법 상 특정정당 후보로 경선에 나선 사람은 중도에 경선을 포기하거나 하고 탈당을 해도 당해 선거에는 후보로 나설 수 없게 되어 있다. 즉 특정 정당의 경선후보로 등록한 뒤 경선레이스를 펼치다 자신이 불리할 것 같은 상황에서 그 당을 탈당, 새로운 정당을 창당하거나 또는 다른 특정 정당에 입당하더라도 당해 선거에는 후보로 나설 수가 없는 것이다.
결국 특정정당 후보로 경선등록을 한다면 경선에서 이겨 후보가 되거나 지게 되면 대권의 꿈을 포기해야 하는 두 가지 길 뿐이다. 따라서 현재의 한나라당 유력 후보들 중 누구라도 자신 있게 경선에서 지면 상대후보의 당선을 위해 헌신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선뜻 경선후보로 등록할 수가 없는 상황이다.
그리고 이는 지금의 여론 추세가 양 측 모두에게 결단을 내릴 수 없도록 하고 있다.
우선 국민지지도에서 평균 5~10% 앞서는 것으로 나타난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은 한 때 50%의 지지도를 넘나들며 대세론을 형성해 갔으나 그 후 꾸준히 지지도가 빠지면서 지금은 공히 35%내외의 지지도를 기록하고 있고, 또 아직도 당 대의원 지지도에서는 박근혜 전 대표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그러므로 이 정도라면 이 전 시장 측은 당의 경선에서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즉 여론조사와 대의원 투표가 각각 반반 정도인 현재의 경선 룰로 경선을 했을 때 국민여론조사에서 완벽하게 박 전 대표측을 제압해야 당 대의원 지지도에서 밀린 득표율을 상쇄할 수 있으나 현재 점차적으로 국민지지도가 빠지고 있는 상황에서는 이를 장담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는 박 전 대표 측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 측은 이명박 전 서울시장 측과는 반대로 아직도 거의 모든 여론조사에서 이 전 시장 측에 많게는 10%이상 적게는 5% 정도 뒤지고 있다. 그리고 이 전 시장의 지지도가 생각대로 쉽게 빠지지 않고 어쩌면 확고한 지지층을 만들어 가는 조짐도 보인다.
따라서 이 정도로는 아무리 대의원 지지도에서 앞선다고 해도 국민 여론의 압도적 지지를 받는 이 전 사장에 대항한 경선에서 대의원들의 표심을 완전 장악하기는 어렵다. 결국 박 전 대표 측으로서도 국민 지지도에서 이 전 시장 측과 막상막하의 시소게임을 해야만 현재의 대의원 지지도 우위를 계속 점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같은 양 측의 계산이 맞아 떨어진 관계로 지금 한나라당의 경선후보로 누구도 선뜻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국민들은 얄팍한 이런 계산을 좋아하지 않는다. 그리고 샤프한 파이팅과 클린한 승부를 좋아한다. 따라서 이 같은 눈치보기가 국민들의 눈에 좋게 보이지 않는다. 이런 얄팍한 눈치보기로 대권후보를 쟁취했더라도 국민들로부터 외면 받을 수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유력 대권 후보들의 깨끗한 파이팅을 기대한다. |
첫댓글 명상과 사색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