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마쓰모토 세이초 영감님에 (정확하게는 그의 인생에) 푹 빠져 있는데요. 마쓰모토 세이초의 문학적 ‘장녀’로 일컬어지는 미야베 미유키가 엄선한 단편집 <마쓰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 컬렉션下> 에 실린 문학평론가 조영일의 “문학의 기적-마쓰모토 세이초의 삶과 문학”이라는 두툼한 해설은 정말 일독할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사실 이 해설은 예전에 제가 먼저 서점에서 발견하고 대충 훑어 본 후, 추리소설 평론가이신 백휴 선생님에게 권했던 내용이었습니다. 그렇게 서로의 수많은 수다 가운데 하나로 잊어버리고 있던 중에, 최근 백휴 선생님이 읽으시고는 제게 재권유를 하시는 바람에, 좀 더 꼼꼼하게 읽게 되었습니다.
그 중에서 똑같이 1909년 생인 다자이 오사무, 김내성, 마쓰모토 세이초, 세 사람을 비교하는 내용 중 한 대목을 인용해 봅니다.
“다자이 오사무나 김내성의 중요한 작업은 삼십 대에 거의 이루어졌다. 그에 반해 마쓰모토 세이초는 이들이 나름대로 자신들의 재능을 다 펼친 뒤, 다시 말해 경기가 끝난 뒤에야 겨우 도착한 지각생이었다. 사실상의 처녀작으로 간주되는 <어느 고쿠라 일기 전>으로 세이초가 아쿠타가와 상을 수상할 때 그의 나이는 무려 마흔네 살(한국 나이로는 마흔다섯 살)이었다. 그런데 이런 생각이 든다. 이 나이에 뭔가 새로운 것을 하는 게 가능하긴 한가?”
데뷔가 늦었기 때문에 “시간이 부족하다”는 말을 버릇처럼 달고 살면서, 죽기 직전까지 네 편의 장편을 연재하고 있었던 노 작가의 삶이 묵직하게 가슴에 내려앉는군요.
기회가 닿으시면, 꼭 일독을 권합니다.
첫댓글 저도 팬입니다.
묵혀 두었던 책을 꺼내서 간만에 읽어 봐야겠습니다. ㅎ
최근에 다시 제대로 번역, 출간되고 있어서 독자 입장에서 참 행복합니다. ^^
저도 <마츠모토 세이초> 걸작 단편선에 게재된 조영일 평론가의 글을 유심히 봤는데요, 세이초의 일생과 추리문학을 잘 비추더군요. 그랬더니 어느 날 트위터에 '소조'라는 닉네임으로 활동하고 계셔서 재미난 얘기와 문학시장에 대한 정보를 종종 접하고 있습니다. 세이초 책은 대충 넘기기엔 뭔가가 강하게 울림이 있더군요. 서사적인 것도 마음에 들고. 한 문장을 예사로 넘겼다간 전후맥락이 매치가 어려운 것이 세이초의 글 아닐까요... 물론 주관적이지만요. ^^
허니문 차일드님의 답글을 읽고 냉콤, 소조님을 찾아서 팔로잉 했습니다. 참, 뜬금없이, 세상 참 좁다는 생각이...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