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두환이 생각나다 (펌

[새터]

1983년 10월 9일 버마 독립 영웅 아웅산의 묘지 천정에서 폭탄이 터졌다.  곧 도착할 전두환을 기다리며 그 아래에 도열해 있던 한국 정부 요인과 수행원들은 그야말로 폭탄 세례를 온몸으로 받았고  한국인 17명 버마인 4명이 목숨을 잃었다.  그 끔찍한 현장에서 꼼짝없이 죽어간 이들의 직함과 이름들을 주워섬기다 보면 기가 질릴 정도다.  부총리, 외무부장관, 동자부장관 (요즘으로 치면 지식경제부이려나),상공부장관,대통령 비서실장 등 장관급만 해도 5명이 죽었다.  전두환이 "경제는 당신이 대통령이야."라고 인정했다는 김재익 경제 수석도 목숨을 잃었고 개그맨 심현섭의 부친인 심상우 총재 비서실장도 그 자리에서 숨을 거두었다.    한 나라의 정권 수뇌부를 그야말로 일망타진하고자 했던 테러였다. 

  얼마 전 폴란드 대통령 전용기 추락 사건 정도를 제외하면 한 나라의 고위급 인사들이 이토록 심대한 피해를 입은 예도 드물 것이다.  개인적으로 전두환을 바라볼 때에야 폭탄 세례가 아니라 폭탄 샤워가 가해져도 하나도 아프거나 슬플 일이 없긴 하지만, 감정의 색깔을 빼고 보면 아웅산 사건은 상상을 뛰어넘는 대담한 테러 그 자체였다. 

 
  버마 의장대의 나팔 소리를 기다려 폭발 스위치를 눌렀던 공작원들의 국적은 북한으로 밝혀졌다.  3명의 용의자가 버마 군경의 포위망에 걸렸고 한 명은 체포 과정에서 사망했지만 두 명은 재판을 받아 사형을 당하거나 얼마 전 옥중에서 죽었다. 비동맹 사회주의를 표방하고 있었던 버마는 남북한과 동시 수교를 하긴 했지만 아무래도 북한쪽과 더 친밀한 편이었다.   그 나라 정부가 북한과 외교관계 단절은 물론, 한때는 국가 승인까지 취소할 정도로 격분했으니 랭군의 어느 강변에서 체포되었다는 Korean들의 출신이 어디인가는 의심의 여지가 적다 하겠다.   (아웅산 사건도 남한의 조작이라고 우기는 분들도 있긴 한데 동정의 눈길과 함께 패스하도록 하겠다.) 


  
 테러의 직접적인 목표는 당연히 전두환이었다.   당시 테러 현장에서 목숨을 잃었던 주 버마 한국 대사를 전두환으로 오인하고 폭파 스위치를 눌렀을 것이라는 추측(고인 역시 이마가 넓었던지라)이 아니더라도 그 공격에 가장 치를 떨며 분노해야 할 사람은 바로 전두환이었다.    박정희 역시 자신을 겨냥한 1.21 청와대 습격 사건 이후 미국 대사를 불러 북을 공격하겠다고 펄펄 뛰었거니와,  사건 후 급거 귀국한 전두환의 눈에서는 TV 화면을 넘어서서 전해지는 살기가 넘쳐 나고 있었다.  얼마전  전쟁 기념관에서 각 잡으신 분의 포스와는 그 내용과 수준이 다른 진짜 '살기'였다.


 누가 자신의 뒤통수를 퍽치기하려 들었다면 돌멩이라도 들어 상대의 이마를 매우 치고 싶은 것이 인간의 인지상정 아니겠는가.    "명령만 내리소서." 구호는 1983년 가을의 남한 군부에서도 낯설지 않은 구호였다.  몇 개 군단이 북진 태세를 완료한 뒤 "명령"만 기다리고 있었고, 특수부대를 평양에 침투시켜  주석궁을 폭파하고 김일성을 자루에 넣어 오겠노라고 호언하는 치들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전두환은 휴전선을 넘겠다며 객기 부리는 전방 부대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경거망동을 삼갈 것을 요구했다.   "단 한 마디라도  내 명령 없이 한 사람이라도 움직였다간 반역으로 간주하겠다."는 경고까지 곁들이면서 말이다.   "이 이상은 못 참는다"며 당장이라도 피를 볼 것처럼 기세가 등등하던 군부는 전두환의 경고 앞에서 침묵할 수 밖에 없었고, 주석궁도 김일성도 무사할 수 있었으며 동시에 남북의 수백만의 생명도 제한전 내지 전면전의 위기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물론 작전 통제권 없는 나라의 대통령, 미군 없으면 눈뜬 장님이 되어 버리는 절름발이 군대의 통수권자로서 미국의 허락을 득하지 않은 상황에서 전두환이 그 이상 뭘 할 수 있었겠냐는 냉소도 가능하겠다.   하지만 아웅산 테러는 천안함 사태와는 비교가 안되는 도발 행위였고, 한 정권의 고위 인사들을 일망타진하겠다는 작심 하에서 자행한 준 군사적 공격이었다.   귀신도 모르게 어뢰를 쏘고 도망간 유령의 범죄가 아니라 제 3자에 의해 규명되고 범인이 잡히고 그 수행 과정까지 까발려진 심각한 테러였다.  그래도 북한은 부정했고 "우리가 어떻게 그 경계가 삼엄한 외국의 독립 영웅의 묘소에 폭탄을 장치했겠느냐."면서 남한의 자작극이라고 우겼다.  목숨이 경각에 처했었고 수족같은 부하들을 잃은 보스 입장에서는 아무리 큰형님이 말린다고 해도 몽니를 부려 볼 소지가 충분했다.  (8.18 도끼만행 당시의 경우 한국군은 미군과 별도로 개성 공격 작전을 수립하고 있었다) 하지만 전두환은 그러지 않았다.  

 
 오히려 전두환은 1984년 태풍 셸마로 기록적인 수해가 났을 때 북한이  " 쌀 5만석, 천 50만m,시멘트 10만톤, 기타 의약품을 제공하겠다"는 제안을 해 오자 그를 덥석 받아들임으로써 북한을 놀라게 했다.  이미 경제 규모면에서 북한을 앞지른지 오래였던 남한이 그 쌀과 시멘트가 아쉬웠서 받았다기보다는 당시 남측 적십자사의 성명대로 " 상부상조의 길을 트고 나아가서 남북간의 관계를 개선"해 나가자는 데에 있었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북한산 시멘트가 하역되고 그 천들이 항구에 부려진 것은 9월 30일과 10월 1일 어간.  아웅산 사건 1주년을 며칠 앞둔 시점이었다.   자신을 겨냥하고 17명의 수행원들이 목숨을 잃었던 사건 1주년을 앞두고 전두환은 북한에 대해 그렇게 미소를 지어 보였던 것이다.   


 전두환이 이른바 대인이어서 그렇다는 생각은 꿈에도 없다.  나는 내가 그 일로 죄값을 치루지만 않는다면 아무 양심의 가책 없이 전두환을 저승으로 보낼 자신이 있다.  아웅산에서 죽은 사람의 열 배 스무 배를 제 권좌의 콘크리트 아래 깔아뭉갰던 그를 어찌 곱게 볼 수 있으랴.  하지만 그런 위인조차도 , 적 아니면 아군이요 수틀리면 초전박살 싹슬이를 체화하고 살았던 살인마도 분단 국가의 대통령으로서의 책임을 방기해 버리지 않았다는 점에서 나는 그가 그립다.   수해물자가 오고 간 이후에는 사람도 오고 갔다.  장세동이 가고 박철언이 갔다.  그리고 더 많은 사람들이 오고 갔다.  이산가족 상봉이 시작된 것은 바로 그 다음 해 1985년이었다.


  김대중과 노무현 정권이 쌀 주고 뺨 맞았다고 힐난하는 사람들은 작년에 폭탄 맞고 올해는 쌀 받아먹었던 전두환을 어떻게 볼까.   아무리 남은 남이고 북은 북이었지만 삽으로 퍼내서 어디로 던져 버리지 않는 한, 서로 교감할 수 밖에 없고 견제할 수 밖에 없으며 그 존재감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두 분단 국가가 공멸을 피하기 위해서 행해 온 노력은 역대 어느 정권에서도 포기된 적이 없었다.  비록 양측의 삽질로 도로아미타불이 된 적도 많았지만 말이다. 


 2010년 우리는 1984년으로 돌아갔다.  아니 어쩌면 1968년으로 돌아갔는지도 모르겠다.   이명박 역도 운운이 난무하고 까짓거 전쟁 한 번 하자는 포효가 우렁차며 북진을 윤허해 주소서 통곡하던 83년의 군인들의 호연지기에 맞먹는 각오도 도처에서 빛난다.  전두환이 수해 물자를 통크게 받아 김일성을 깜짝 놀라게 했던 이래 장구한 남과 북의 줄다리기는 많은 변화를 일구어 냈다.  개성공단은 북한의 방사포 부대를 개성 북방으로 밀어냈고 금강산에는 수백만 관광객의 발걸음이 닿았으며, 수천 명의 남한 사람이 북한에서 일했고 그보다 많은 북한 사람들이 남한 자본으로부터 월급을 받고 있었다.   그것이 2008년까지였다.  햇수로 3년간 이 모든 것은 거짓말처럼 사라질 위기에 처했다.   이런 걸 신기루라고 하는가 허깨비라고 하는가.   


 천안함의 비극을 만든 책임이 누구에게 있는지 나는 판단을 유보한다.  어제까지는 북한의 소행이라고 믿고 있었으나 TOD 영상을 두고 저렇게까지 거짓말을 늘어놓는 국방부는 신뢰를 받을 만한 '집안 내력'이 없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장관이 자신에게 질문하는 국회의원에게 집안 내력 운운했다니 이런 건방질 데가......)  더 슬픈 것은 명백히 전모가 밝혀졌으며 한 정권의 심장부를 겨냥해 가해진 테러를 당하고서도 전두환은 제 목숨을 겨냥했던 북한에 대범함을 보여 주면서 끌어낼 것을 끌어내는 수완을 보여 주었는데 이 정부는 그럴 희망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다. 


  다른 소리를 하면 잡아가둘 생각부터 하고 유언비어에 신경을 곤두세우는 것은 전두환을 닮았다.  그러나 분단국가의 안위를 책임진 정권으로서 전두환만큼의 책임감을 지닌 것 같지는 않다.  열성 유전 치고는 참으로 처참하고 가련하다.  이제 남한이 꺼낼 수 있는 카드가 무엇일까. 기껏 공들여 닦은 길 다 뒤집어 엎고, 우리 편 들어 주세요 중국에 매달리고 미국과 일본의 읏샤 읏샤 소리 끌어내는 것? 아니면 83년의 특수부대처럼 패러글라이더 타고 주석궁으로 침투하여 김정일을 자루에라도 넣어 올 것인가.  
 

 
  살다 살다 전두환이 그리워질 때가 다 오다니 이런.....

[타잔]

전두환마저 괜찮게 보이게 하는 쥐의 놀라운 능력... 근데, 저는 어쩌면 미국.일본.한국의 합동 자작극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도 들어요. 왜냐? 미.일.한이 아주 전쟁을 하자고 열을 내는 꼬라지 때문에요. 아주 기다렸다는 듯이 한.미.일 공조, 더구나 일본은 아주 적극적이더군요. 이번 일을 통해 깨들은 것은 아무리 좌파나 개혁인물이라 하더라도 남의 나라 놈들은 다 똑같다는 거... 오바마가 이렇게 우리 뒤통수를 칠 줄 누가 알았겠어요?

[청한]

오바마는 오바마의 일을 할 뿐이죠....
이번 건으로 미국이 얻은 혜택이 얼마나 큰데요
동아시아의 맹주 자리는 중국에게 넘긴 것 같긴 하지만
그래도 일본압박해서 후텐마기지 얻었지
한국 이명박 손들어주고 확고부동한 섭정자리 꿰차고 중국견제했지
서해상에서 군사훈련 실시하지
미국국민이 볼 때 영웅이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