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크랩 어느 수맥전문가의 명당 처방

[예봉 (일우)스님]

2005년 여름 예전에 함께 풍수 공부를 하던 A씨로부터 연락이 온다.

“지선생! 우리 부모님 묘소에 간단한 작업이 있는데 함께 갑시다.”

“무슨 작업이신지요?”

“특별한 것은 아니고 자세한 것은 산에 가서 말씀드리겠습니다.”

사연인즉 공직생활을 하던 A씨 1990년 50초반에 심한 당뇨병에 걸려서 잘나가던 공직을 그만두게 된다.

그 후 이곳저곳 취미 삼아 풍수에 관한 강좌를 듣다가 혹시 당신의 건강이 조상 묘 때문인가 싶어 1999년 당시에 꽤 유명하다는 풍수선생께 의뢰하여 조부모와 부모님 묘를 이장하기에 이른다.

이장할 때 보니 백골이 까맣고 나무뿌리가 잔뜩 엉켜있어 이장하기를 매우 잘했다고 반대하던 가족들까지 좋아했다고 한다.

그러나 그 후에도 자신의 건강이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자 초조해진 A씨 이번에는 자칭 수맥전문가를 찾는다.

묘소의 사진과 주소만 있으면 현장을 가보지 않아도 천리 밖의 상태를 알 수 있다는 말에 감정을 받아보니, 묘소에 수맥이 지나고 생기가 없기 때문에 후손의 건강이 좋지 않다고 한다. 현장을 가보지 않고도 서울에서 경기도 이천에 있는 묘지의 상태를 알 수 있을 뿐 아니라 여러 방송에 출연한 것을 자랑스럽게 광고하더라는 것이다.

이러한 곳에는 자신이 개발한 도자기를 묻게 되면 수맥파와 각종 유해파를 차단시킬 뿐 아니라, 도자기에서 좋은 기가 발산되어 망자는 물론이고 도자기를 묻어준 사람에게까지 건강한 기운을 보내 준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하면 흉지도 명당으로 바뀌기 때문에 병이 낫는 것은 시간문제라는 것이다. 그 말에 혹한 A씨는 하나에 30만원씩 하는 도자기를 부모님 묘에 6개를 묻는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묘지 사방에 12개를 묻을 것을 종용했지만, 경제적 부담이 돼서 6개만 주문했다고 한다.

현장 묘소

현장에 도착하여 A씨 묻기를

“지선생께서 보기에 이곳의 풍수가 어떻습니까?”하고 묻는다.

그리하여 제가 답하기를

“양지바른 곳에 주산과 청룡·백호, 그리고 안산과 물길의 모습까지 모두 편안한 곳입니다. 이런 산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복이며 행운입니다.

전혀 걱정하실 것 없습니다.”

그래서인지 잔디도 연두색으로 윤기가 있는 상태였다.

참고로 터가 좋은 곳은 잔디 등 초목의 색깔이 연두색을 띠게 되고, 습하거나 부실한 곳은 잔디의 색깔이 짙은 녹색이나 검푸른 색을 띠게 된다.

또 기운이 좋은 곳은 잡목과 잡풀이 없어 양복에 구두를 신고도 수월하게 다닐 수 있지만, 기운이 좋지 못한 곳은 잡목과 잡풀이 무성하여 풀숲을 헤치며 나가야 할 정도가 된다. 그러므로 풍수를 모를 경우 초목의 상태와 색상 등을 보고 터를 정하면 된다.

고서에서 말하기를 雜木深山 不可葬, 陰濕深山 不可葬, 惡氣凶山 不可葬이라 했다.

A씨는 부모님 묘 양쪽 옆을 1m정도 파고 도자기를 묻는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제가 말하기를

“선생님! 이런 작업은 위험합니다.

땅은 한번 파게 되면 생토와 밀도가 다르기 때문에 쉽게 빗물이 침투 합니다. 그러면 빗물이 관속으로 스며들 우려가 있습니다.”

“지선생! 그럴 염려는 할 필요 없습니다.

수맥파를 차단하고 생기를 발산하는 도자기인데, 빗물쯤은 전혀 문제 되지 않을 뿐 아니라 오히려 부모님 유해를 보호해 준다고 합니다.”

자신이 믿는 방법이 최선이라 생각하고, 그렇게 해서 건강이 회복될 수 있다는 믿음이 있다면 더 이상의 말은 사족일 것이다. 아픈 사람의 입장에서는 지푸라기라도 잡아 보겠다는 절박한 심정이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지 않은 돈을 산에 묻고 온 A씨, 그 후 건강이 더욱 악화되었다고 한다.

한편 도자기뿐만이 아니라 부적이나 그림, 특수 제작하였다는 히란야, 심지어는 자신의 염력을 새긴 계란 등을 묻어도 수맥차단과 생기를 발생하는 효과가 있다고 하는데, 한결같은 주장은 다른 제품은 거의 효과가 없지만 자기 것만은 확실하다는 것이다.

묘소를 명당으로 바꾸는 방법도 참 다양할 뿐 아니라 어찌 보면 애교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러한 행태들이 풍수라는 이름으로 둔갑하여 행세하는 것에 대해서는 심히 개탄하지 않을 수 없다.

독자들은 절대 이런 것에 현혹되지 말기를 바란다.

어떠한 방법도 흉지를 명당으로 바꿀 수는 없다. 그리고 묘터에 대한 기대치는 무해무득한 곳이면 된다는 소박한 마음이면 실패하지 않는다는 것을 기억하기 바란다.

https://youtu.be/CmL6YNYnENQ

[JGW82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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