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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국지(三國志)제22편
🎎칙사 독우(督郵)의 행패
어전에서 이같이 끔찍한 일이 벌어지
자 영제는 크게 떨며 무서워하였다.
그러자 십상시들은 영제를 다른 곳으로 피신시키면서 말한다.
"폐하 ! 미친자의 말을 믿으셔서는 아니되시옵니다."
"그럼 모두 장균이 꾸며 낸 헛소리라
는 말이오 ?"
"그러하옵니다. 폐하께서 아직 어리신 것을 이용하여 환심을 사려한 것이옵니다."
"하지만 지금 성밖에는 공을 세우고도 기다리고 있는 유비란 자도 있다던데..."
"그런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사옵니다.
황건적을 소탕하는 데는 십여 년에 걸쳐, 수십 만명의 관군이 동원되었사옵니다.
그 많은 병사들의 공과를 심사하다 보면, 잘못하여 누락되는 사람도 나올 수 있는 일이옵니다.
하오니 폐하께서는 장균의 말을 전적으로 믿으셔서는 안 될 것이옵니다."
"그렇다면 다시 조사하여 불만이 없도록 하시오."
"당장 재조사하여 불만을 없애도록 하겠사옵니다."
"음, 그렇게 해 주시오."
이런 일이 있은 다음에, 십상시들은 논공행상에 불평이 있는 사람들을 무마하기 위해 대대적인 조사를 하게 되었고 많은 사람들에게 벼슬을 후하게 주었다.
성밖에서 외곽경비를 맡고있던 유비에게도 어느날 황제의 칙사가 찾아왔다.
황제의 칙명으로 유비는 중산부(中山府 = 하북성) 안희현(安喜縣) 현위(縣尉 = 경찰서장) 벼슬을 얻게 되었다.
시골 현위로 있으면서 오백여 명의 군사들을 데리고 갈 수는 없었다.
그리하여 오랫동안 고락을 같이해 온 부하들을 모아 놓고,
"여러 병사들이 방금 들은것 처럼 나는 안희현의 현위로 임명되었소.
현위의 신분으로 여러분을 거느릴 수는 없는 일이오.
지금까지 함께 싸우고 함께 고생하여 헤어지기가 섭섭하고 가슴이 아프나 어쩔 수 없이 우리 의용군은 이만 해산할 수밖에 없게 되었소.
그동안 군수품으로 사용하던 물품이 남아 있어, 이것을 공평하게 나눠드릴테니 각자의 길을 가기 바라오.
그동안 나라를 위하여 열심히 싸워주셨소. 나는 여러분들을 결코 잊지 못할 것이오."
그러자 부하 병사들이 입을 모아 말한다.
"저희들이야말로, 훌륭한 분 밑에서 싸워 온 것을 영광으로 생각합니다."
유비는 이렇게 오랫동안 고락을 같이해 온 부하 군졸들에게 노자를 후히 주어 고향으로 돌려보내고 측근자 이십여 명만 데리고 안희연으로 부임해갔다.
유비가 현위로 부임한 지, 석달이 안되서 안희연의 치안 질서는 이전과는 몰라 보게 바로잡혔다.
마을마다 들끓던 도둑들과 불량배를 비롯한 강도들은 자취를 감추고, 백성들은 두려움을 갖지 않고 편안한 일상 생활을 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백성들로서는 유비의 선정을 칭송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가 현위로 부임한 지 넉 달째 되는 늦은 겨울에 조정에서 칙사의 임무를 띤 독우(督郵)가 행정감사(行政監査)로 내려왔다.
유비는 관우,장비 두 아우와 함께 그를 영접하러 나갔다.
수레위의 독우는 유비를 내려다보며,
"안희현이란 곳이 지독한 산골이네그려. 오늘밤 나의 처소는 어디로 정했는가 ?
나는 워낙 깨끗한 곳을 좋아하는 성미니까, 깨끗한 곳으로 안내하게 ! "
하고 놀랍도록 교만을 부리는 것이었다.
관우,장비는 그 소리를 듣자 이맛살을 찡그렸다.
그러나 유비는 공손한 태도로,
"예, 칙사 어른께서 주무실 숙소는 이미 마련해 놓았습니다."
하고 말하며 독우를 객관으로 인도하였다. 독우는 객사에 들어서기가 무섭게 유비를 보고 힐난한다.
"자네는 도데체 이 고을에서 무엇을 하는 사람인가 ?"
"소인은 바로 이 고을의 현위인 유비이옵니다.
원로에 오시느라 고생하셨습니다."
"아하, 자네가 바로 이 고을의 현위였던가 ? 자네는 황명을 받들고 내려온 나를 무엇으로 알고 이리 더러운 곳으로 모셨는가 ?"
하고 따지듯이 묻는다.
그러자 유비는 겸언쩍은 말로 칙사를 위로한다.
"황송하옵니다. 시골이온지라 이 이상 깨끗한 객사가 없사옵니다."
"음 ... 그건 그렇다 치고, 자네는 어디 출신인가 ?"
"소인의 고향은 유주 탁현이옵는데, 본시는 중산정왕의 후손입니다.
오랫동안 초야에 묻혀 지내다가 이번에 황건적을 토벌한 공로로 이곳 현위가 되었사옵니다."
그러자 독우는 벼락같은 고함을 내지른다.
"이 우라질 놈아 ! 입을 닥치거라 ! 너 같은 미천한 놈이 무슨 중산정왕의 후손이란 말이냐 ?
나는 너처럼 거짓말로써 백성들을 우롱하는 벼슬아치를 다스리려고 내려온 칙사다. 당장 물러가거라 ! "
유비는 변명을 하려다 말고 그대로 물러나와 버렸다.
그리고 수행원의 한 사람에게 물었다.
"칙사 어른께서 무엇 때문에 이리도 화를 내시는지 말씀좀 해주시오."
그러자 수행원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이렇게 대답하는 것이었다.
"현위께서는 눈치도 없으시군요.
우리 칙사님께서 화를 내시는 이유는 뻔한 일이 아닙니까 ?
오늘 칙사를 영접하시는 객사에서는 은밀히 뇌물을 준비하셨다가 드려야 할 것인데, 보아하니 그런 것도 준비하시지 않은 것 같고, 어여뿐 관기(官妓) 로 하여금 맞아들이셨어야 될 일 인데 아무것도 준비하신 것이 없으니 화를 내실 수밖에 없지 않겠소."
유비는 그 소리를 듣고 기가 막혔다. 백성들은 황건적의 난동이 막 지난 후인 지라, 입에 풀칠을 하기도 어려운 지경인데, 누구한테서 돈을 거두어 뇌물을 바치란 말인가 ?
유비는 조정의 칙사를 맞으며 뇌물과 여색을 바칠 준비를 한다는 것은 꿈에도 생각하지 않았었다.
독우는 다음날에도 뇌물을 가져올 기색이 없어보이자 크게 화를 내며 수행원들에게, "현리(縣吏)들을
모조리 불러오너라 ! "
하고 추상같은 호령을 내렸다.
그리하여 득달같이 불려온 현리들이 대령하자, 독우는 그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 고을에 현위라는 자는 일개 천민으로써 왕실의 후예인 양 사칭하고 있으니 불측스럽기 짝이없는 놈이다.
내가 낙양으로 올라가거든 황제 폐하께 아뢰어 당장 파직을 시키도록 할 것이니, 너희들은 그런 뜻으로 이 자리에서 황제 폐하께 올리는 상소문을 한 장씩 쓰도록 하여라."
현리들은 평소의 유비의 인정(仁政)
에 탄복하고 있었는지라, 칙사의 명령에 떨기만 할 뿐,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하고 눈치만을 살피고 있었다.
"너희들이 상소문을 안 쓸 작정이냐 ? 그렇다면 너희들도 같은 죄로 다스릴 것이다 ! "
독우가 이렇게까지 엄포를 하는 바람에 현리들은 마지못해, 유비의 없는 죄상을 열거하며 상소문을 쓰지 않을 수가 없었다.
독우가 그런 상소문을 살펴보더니 낙양으로 올려 보낸 것은 말할 것도 없었다.
그로부터 사오 일이 지난 뒤였다.
황제의 칙사가 고을로 들어와서 유비에게 뇌물과 여색을 바치라는 생떼를 쓰고 있는 것을 뻔히 알고 있던 장비가 홧술을 마시고 집으로 돌아오다 보니, 칙사 독우가 거처하는 객사앞에 백 여명의 농부들이 땅바닥에 모여 앉아 소란스럽게 떠드는 것이 보였다.
"뭐요 ? 당신들은 무슨 일 때문에 여기 모여 앉아 떠드는 거요 ?"
장비가 농부들에게 물었다.
농부들은 장비를 보자 크게 반가워하면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나리께서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시는 모양이십니다그려 ? 칙사께서 우리 고을 현리들을 모두 불러 모아, 강제로 상소문을 쓰게하여 낙양으로 올려보냈다고 하는데 그 말씀을 듣지 못하셨습니까 ?"
"상소문이라니 ? 칙사가 현리들에게 무슨 상소문을 쓰게 했단 말이오 ?"
"우리들이 믿고 의지하는 유비 장군께서 우리고을 백성들을 무한히 괴롭히고 있다는 등, 세금을 가혹하게 받아낸다는 등, 뇌물을 마구 받아 먹는다는 등, 멀쩡한 거짓말 상소문을 어거지로 쓰게 했답니다.
그래서 우리들이 하도 기가 막혀서 칙사에게 우리의 옳바른 뜻을 말하려고 찾아 왔더니, 수행원들이 다짜고짜로 우리들을 마구 두들겨 패고 대문을 잠가 버리는 것이 아닙니까. 나리님 ! 세상에 이렇게
잘못 된 일이 어디 있겠습니까 ?"
장비는 그 소리를 듣자 전신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면서 농군들을 둘러보며 격분한 어조로 이렇게 말하는 것이었다.
"내가 그놈들의 버르장머리를 고쳐 줄 테니, 당신네들은 모두 물러가 있으시오.
여기 있다가는 나중에 무슨 앙화를 당할지 모르니, 어서 빨리 물러가도록 하란 말이오."
농군들은 술취한 장비가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모두들 멀찌감치 물러가 몸을 숨기고 엿보았다.
농군들이 몸을 피해 물러가자
장비는 객사의 대문을 부서져라
하고 두들겨댔다.
삼국지(三國志)제23편
🎎칙사 독우의 징계
"이놈들아 ! 빨리 문을 열어라 ! 빨리 열지 않으면 내가 모조리 부숴 버릴 테다 ! "
칙사의 부하들은 문틈으로 내다
보다가 장비의 무시무시한 기세에 그만, 기가 질려버렸다.
"문을 열지 마라 ! 대문을 열었다가는 큰일나겠다 ! "
칙사의 부하중에 지휘자인듯 한 자가 소리쳤다.
그러자 문밖에 장비는,
"이놈들아 ! 네놈들이 정말 순순히 문을 열어주지 않겠다는 말이지 ? 좋다, 그렇다면... ! "
장비는 그렇게 말하더니, 대문 기둥에 두 손을 대고 <끄응> 소리를 내며 힘차게 흔들어 대는 것이었다. 대문 기둥은 처음에는 끄떡도 하지 않는 듯이 보였다.
그러나 장비가 두 번째 흔들었을 때에는 약간 흔들리는 듯이 보이다가, 세 번째 끄응 하고 흔들었을 때에는 우적우적 소리를 내면서 안으로 자빠져 버렸다.
그 바람에 먼지가 풀석 일면서 하졸 몇 놈이 비명을 지르며 무너진 대문과 지붕에 깔려버리고 말았다.
그 순간 장비는 비호같이 대문을 밟고 넘어들어 가며,
"독우란 놈은 어디 있느냐 ?"
하고 호랑이가 울부짖듯 고함을 질렀다.
"저놈 잡아라 ! "
"저놈을 때려눕혀라 ! "
칙사의 하졸들이 한꺼번에 우르르 덤벼들었다.
"에잇 ! 강아지 같은 놈들 ! "
장비는 한꺼번에 덤벼드는 하졸들을 닥치는대로 집어던지고, 발길질을 해댔다.
"아이쿠 ! "..."으악 ! " ..."꽥 ! "
칙사의 하졸들은 장비의 손에 단박에 제압되었다.
장비는 그 길로 칙사의 객실로 뛰어들었다.
때마침 칙사 독우는 한낮인데도 불구하고 계집들을 모아 놓고 술을 마시며 노래를 즐기고 있었다.
장비는 방안으로 뛰어들기가 무섭게 독우의 멱살을 움켜잡았다.
"이 죽일놈아 ! 네놈이 우리 형님을 죄인으로 몰아 상소문을 쓰게 했다지 ! 너 같은 놈은 이 장비가 그냥둘 줄 아느냐 ! "
계집들은 혼비백산해서 악기를 집어던지고 줄행랑을 친다.
독우는 멱살을 붙잡힌 채 발발 떨었다.
"아 ! 이, 이, 이 무슨 무례스러운
일이뇨 ?"
"이것 봐라 ? 네 놈이 아직도 큰소리를 쳐 ? "
장비는 독우의 멱살을 움켜잡은 채 바깥으로 질질 끌고 나와 마당에 내동댕이 치며 이렇게 꾸짖었다.
"너같이 썩어빠진 놈 때문에 나라가 어지러운 거야 ! 이놈 ! 너는 천하의 의병 대장 장비가 이곳에 있다는 것을 몰랐던 모양인데, 오늘 제대로 맛 좀 보거라 ! "
이러는 동안에도 장비의 기세에 눌려서 아무도 독우를 구하러 달려오는 놈이 없었다.
장비는 홧김에 독우를 발길로 걷어찼다. 독우는 볼썽사나운 비명을 질렀다.
장비는 반쯤 늘어진 독우의 목덜미를 잡아당기며 일갈하였다.
"너 같은 놈은 여러사람 앞에서 본때를 보여줘야 한다 ! "
하고 말하며, 밧줄로 독우의 몸을 칭칭 묶어, 마당 한쪽에 서있는 버드나무 굵은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았다.
그리고 나서 제법 굵은 버들가지를 꺾어서 독우의 등허리를 냅다 후려갈겼다.
"이놈 ! 채찍 맛이 어떠냐 ! "
"아고고, 사람죽네 ! "
"이놈아 ! 백성들의 피가 빨리는 고통을 모르는 놈이 네 몸에 채찍내리는 아픔은 안단말이지 ?
가렴주구(苛斂誅求)의 고통이 이만할 줄만 아느냐 ? 네놈도 필시 십상시놈들의 수족이 되어가지고 백성들의 등을 쳐먹는 놈이 틀림없으렸다 ?
너같은 흉물은 아에 햇볕에 말려 죽여도 시원치 않을 판이다 ! "
장비는 호령과 함께 채찍을 <따악 딱>내리갈기는 바람에 버들가지는 금방 껍질이 벗겨져 나갔다.
칙사 독우는 체면과 위신은 간 곳 없이 이제는 흑흑 흐느껴 울기까지 하며 통사정 조의 말을한다.
"용서하소서 ! 다시는 안 그럴테니 목숨만 살려주소서 ! "
"이놈아 ! 내가 그런 속임수에 넘어갈 줄 아느냐 ! "
장비는 여전히 채찍을 후려갈겼다.
사실 황제의 칙사인 독우나 그의 하졸들을 장비가 제대로 후려갈겼다면, 단 한 방의 주먹질로 아구창이 으스러지며 이빨이나 눈알이 모두 튀어나왔을 것이고, 그의 힘찬 발길질 한 번이면 정강이 뼈나 갈비뼈가 모조리 부러지고 으스러져서, 그 자리에서 모두 죽어버렸을 것이다.
그러나 장비는 처음부터 놈들을 단순히 혼내 줄 의도를 가지고 있었기에 독우와 그의 하졸들은 장비에게 경을 치고도 죽지 않았을 뿐이었다.
이날 유비는 전날 있었던 칙사의 행패가 너무도 불쾌하여 관아에도 나가지 않고 집에 들어앉아 있었는데, 때마침 사오 명의 백성들이 헐레벌떡 달려와 큰소리로 말한다.
"유 장군님 ! 큰일 났습니다. 지금 장비 나리께서 술김에 황제의 칙사를 버드나무 가지에 매달아 놓고 마구 채찍을 가하고 있습니다."
유비는 깜짝 놀라며 현장으로 달려왔다. 관우도 그 소식을 듣고 부리나케 달려오며,
"드디어 그동안 참고 참았던 장비의 심술이 터진 모양이로구나."
하고 혀를 찼다.
현장에 와 보니, 칙사 독우는 불쌍한 몰골을 하고 있었다.
밧줄에 온몸이 꽁꽁 묶여 버드나무 가지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었는데, 흙이 묻은 옷은 갈기갈기 찟겨있었고, 드러난 등줄기에는 채찍에 맞아 피가 줄기줄기 어지럽게 맺혀 있었다.
뿐만 아니라 팔다리에는 시퍼런 멍 조차 들어있는 것이 아닌가 ?
"여보게 장비 ! 이게 무슨 짓인가 ! "
유비는 다 떨어진 버들가지를 들고 있는 장비의 손을 움켜잡으며 소리쳤다.
"형님 ! 내버려두시오. 백성들의 고혈을 빨아먹는 이런 놈은 아예 없애 버려야 합니다."
나무에 매달린 독우는 유비를 보자, 고개를 굽신거리며 이렇게 애걸하였다.
"오오, 현위 유공이시어 ! 공의 부하 장비가 술에 취해서 나를 죽이려 하고 있소.
나는 장비의 잘못을 용서하고, 공 에게도 높은 벼슬을 내리도록 상주할 테니, 제발 나를 좀 살려 주시오."
순간 유비는 그토록 위세가 당당하던 칙사 독우의 비루한 비명의 소리를 듣고 나자, 갑자기 장비를 나무랄 생각이 없어지고 말았다.
그러나 아무리 독우가 비루한 인간일지라도 그는 황제의 칙사가 아니던가 ? 유비는 그 점을 생각해서,
"여보게 장비 ! 그만두지 못하겠는가 ! "
하고 책망하며 장비의 뺨을 호되게 후려갈겼다.
장비는 그제서야 채찍을 던져버리고 독우를 노려보기만 하였다.
유비는 독우에게 다가가 나무에 묶인 밧줄과 몸을 감고 있는 밧줄을 풀어주었다.
그러자 지금까지 잠자코 구경만 하고 있던 관우가 한걸음 다가서며 말한다.
"형님 ! 이런 놈을 살려두어서 무슨 쓸모가 있다고 그러시오 ?"
"이 사람아 ! 그게 무슨 소린가 ? 내가 무슨 쓸모를 기대하고 이 사람을 살리는 줄 아는가 ! "
"그건 저도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런 놈은 백 번 살려 주어도 나라에 해독이 있을 뿐입니다."
"그건 나도 알고 있네. 그러나 이분은 잘났거나 못났거나 황제의 칙사가 아닌가 ?"
"칙사요 ?"
관우는 전례없는 코웃음을 치고 나서,
"형님 ! 우리가 오늘날 이런 비루한 놈에게 욕을 보게 된 것은, 형님이 현위라는 보잘 것 없는 감투를 쓰고 있기 때문입니다.
옛날부터 <지극비란봉소서(枳棘非鸞鳳所捿) 라고,탱자나무와 가시덤불 속은 봉황이 살 곳이 아니다>라는 말이 있습니다.
우리들은 애초에 살아야 할 곳을 잘못 택한 것 같습니다.
그걸 성질이 급한 장비가 오늘 행동으로 표현했을 뿐입니다.
그러니 우리는 이제, 이곳을 떠나 원대한 계획을 다시 세워 보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
하고 추연히 말하는 것이었다.
"관우 형님 ! 역시 내 형님이오. 내 기분을 이렇게나 잘 이해 해 주는 것을 보니 ! "
장비가 반색을 하며 관우의 손을 붙잡았다.
그러자 관우와 장비의 이런 모습을 지켜 보던 유비도 생각되는 바가 있어 고개를 끄덕이며 말한다.
"옳은 말이오 ! 나 역시 그동안 이곳은 <우리가 있을 곳이 아니다>라는 생각을 계속해 왔소.
다만 젊은 혈기로 섣불리 행동했다가 모두에게 폐를 끼칠까 보아 가만히 있어왔지만, 오늘의 사태를 겪고 보니 이제는 우리가 이곳을 떠날 때가 된것 같으오."
유비가 말을 마치자 관우,장비가 유비의 곁으로 다가와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삼형제는 누구랄 것도 없이 서로의 손을 맞잡았다.
이렇게 도원결의 삼형제는 손에 손을 맞잡고 서로를 격려하였다.
"형님 ! " ..."유비 형님 !..." 아우님들 ! 그동안 고생이 많으셨지 ! "
이윽고 유비는 독우를 향하여, 가슴에 달고 있던 현위의 인수(印綬)를 끌러 주면서 말했다.
"당신같이 백성을 괴롭히는 오리
(汚吏)는 마땅히 목을 베어 만인환시
하에 효시(梟示)하여야 할 것이나, 당신의 가족들이 놀랄까봐 살려주겠소.
이제 낙양으로 돌아가거든 부디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나랏일에 임하도록 하시오."
"가세, 관우,장비 두 아우님들..."
유비는 즉시 관우,장비와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이렇게 유비는 현위 벼슬을 받은 지 넉 달이 채 못 되어, 그 길로 두 아우와 함께 내일의 운명을 모르는 유랑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삼국지(三國志)제24편
🎎방랑의 길
한편... 장비의 손에 죽을뻔 하다가, 급거 달려온 유비 덕분에 간신히 살아난 독우는 한동안 온 몸이 아파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부하들에게 응급 치료를 받고 나서야 간신히 정신이 돌아왔다.
이렇게 정신을 차리고 나니, 장비는 물론이고 관우와 유비에게 당한 봉변이 분해 견딜 수가 없었다.
장비에게 당할 때만 하여도 살려만 주면 모든 것을 용서하고 유비에게 높은 벼슬을 주겠다고 맹세햇던 독우였지만, 이제는 원수를 갚을 생각만이 맹렬해졌다.
"여봐라 ! 현위 유비란 놈이 어찌 되었느냐 ?"
"현위는 벼슬을 버리고 두 아우와 함께 어디론가 자취를 감춰버렸습니다."
부하들이 대답했다.
"뭐라고 ? 그놈들이 나를 이렇게나 해놓고 감쪽같이 자취를 감춰버렸다고 ? 그놈들을 도망치게 하다니 말이나 되는 소리냐 !
지금 당장 그놈들의 수배령을 내리고, 아직은 멀리 도망가지 못했을 것이니, 가까운 정주(定州) 태수에게 속히 사람을 보내, 군사를 풀어 그놈들을 붙잡으라고 하란 말이다 ! "
본시부터 행실이 삐뚤어진 놈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어서, 독우는 목숨이 간신히 살아나자 또 다시 작패를 부리기 시작하였다.
그러나 넓디 넓은 중원 천지에서 유비의 일행을 체포한다는 것은 결코 용의한 일이 아니었다.
...
한편, 유비, 관우, 장비는 20여 명에 이르는 측근 부하들과 함께 각기 말을 타고 안희연을 떠나기는 하였으나, 정작 갈 곳을 정한 곳은 아무 곳도 없었다.
천하가 넓다 하여도 불의에 굽히지 않고 대의에 살려는 그들 일행에게는 몸 둘 곳이 없었으니, 천하는 이처럼 어지러웠던 것이다.
"자, 안희현을 벗어나긴 했지만 이제 어디로 가지 ?" 관우가 막막한 생각을 가지고 말했다.
그러자 언제나 곤란한 일을 만날 때 마다 선수를 치고 나오는 장비가,
"형님, 그건 나한테 맡기시오."
하고 자신감을 내보이는 것이 아닌가 ?
그러자 유비도 궁금해서,
"무슨 좋은 생각이라도 있나 ?"
하고 물었다.
그러자 장비는 엷은 미소를 지어가며 이렇게 말하는 것이였다.
"후후후, 이 장비가 발이 보통 넓은게 아니거든요. 이 넓은 천지에 우리가 몸을 의지할 데가 없다면 말이 되겠소이까 ? 하하하..! "
그러자 매사에 사리를 밝히는 관우가,
"하하하, 장비 자네가 자신이 있는 모양이군, 아무튼 좋아 ! 그러면 자네를 믿고 따라감세 ! 그런데 도대체 어디로 가는지나 알려주게 ! 이거야 참, 궁금해서 못견디겠는걸 ..."
하며 너스레를 떨었다.
그러자 장비가,
"형님들 ! 우리 대주(代州) 땅에 있는 오대산(五臺山) 밑으로 가보십시다."
"대주에 가면 무슨 좋은 수라도 있는가 ?"
"네 있지요. 대주 땅에는 유 대인(柳 大人)이 있어서 우리가 가면 반갑게 맞아 줄 것이오."
"아무 데로 가도 마음 편한 곳이 없으니 그럼 자네 말대로 하세그려 ! "
유비 일행이 급히 안희연을 떠나며 준비한 마른 식량이 거의 떨어질 무렵인 사흘째 되는 날, 오대산 밑에 도달하였다.
"자, 이제 오대산 밑에 도착했는데, 유 대인 댁은 여기 어디쯤 있는가 ?"
좀처럼 말이 없던 관우가 장비에게 물었다.
"형님들은 여기서 잠깐 쉬고 계시오. 여기서 유 대인 댁은 멀지 않으니, 내가 잠시 먼저 다녀오리다."
장비는 나는 듯이 어디로 달려갔다가 얼마 후에 돌아오더니,
"됐습니다.
유 대인께서 우리를 반갑게 맞아 주신답니다. 그댁으로 함께 가십시다."
하고 말하는 것이었다.
"여보게 장비 ! 도대체 유 대인이라는 분은 어떤 사람인가 ?"
유비도 궁금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유 대인은 이 지방의 대지주이십니
다. 그 댁 사랑에는 항상 일이백 명의 식객(食客)들이 언제든지 묵고나고 있으니까, 우리들 이십 명쯤 신세를 지는 것은 문제가 안 됩니다.
유 대인은 워낙 덕망이 높은 분이라
서, 우리가 몸을 숨기며 지내는 데도 안성맟춤일 것이오."
"고마운 애기지만, 자네는 어떤 연유로 유 대인을 알게 되었나 ?"
관우가 사리를 따져 물었다.
"그분은 옛날에는 나의 구주(舊主)
였던 홍가(鴻家)와 친분이 두터워서 군량(軍糧)과 병마(兵馬)를 대 주시던 분이죠.
그때부터 나하고는 친분이 두텁게 지내던 분입니다."
"음... 자네가 많은 신세를 져온 데다가 이제 우리 이십여 명까지 몰려가면 눈살을 찌푸리지 않을까 ?"
"천만의 말씀이오. 내가 그런 눈치를 모르고 가자고 했겠어요 ? 내가 조금 전에 먼저 달려가서 우리 삼형제의 사정을 말했더니, 그분께서는 매우 감격해 하시면서, 몇 해라도 당신 집에 머물러도 좋다고 하시던걸요."
"그렇다면 염치불구하고 우리도 신세를 지기로 할까 ?"
유비가 그렇게 대답하고 일행은
유 대인 집으로 가기 시작했다.
📚삼국지(三國志)제25편
🎎방랑의 길에서 만난 여인
오대산 남쪽 기슭에는 집 앞으로는 넓은 들판이 있고 뒤로는 잘 가꾸어
진 과수원과 다시, 우거진 나무숲과 웅장한 산비탈을 등지고 있는 어마
어마하게 큰 기와집이 있었다.
장비가 손을 들어 가리키며 말한다.
"저 집입니다."
"대궐 같은 집이구나."
유비가 앞장서서 말을 천천히 몰아가노라니까 그 기와집 담장 옆으로 젊은 미인 하나가 동자에게 악기를 들려 가지고 대문 안으로 들어가는 것이 보였다. 얼핏 보아선 산골에서는 보기 드문 미인이었다.
유비는 그 얼굴을 보다가 흠칫 놀랐다. 먼 빛으로 보아서 얼굴을 자세히 알 수는 없었지만 뒤태를 보아하니 어디선가 본 듯한 사람이었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그 미인은 미처 얼굴을 확인할 사이도 없이 대문 안으로 들어가 버리고 말았다.
(저 낭자가 누구일까?)
그런 궁금증에 잠겨 있는 동안에 그들 일행도 대문앞에 이르렀다. 집 주인인 유 대인은 대문 밖까지 나와 있다가 유비 일행을 반갑게 맞아 주었다.
"내가 이 집 주인 유회(劉恢)올시다. 원로에 오시느라 고생이 많았습니다.
두 분의 말씀은 장비 공을 통해 잘 알고 있습니다. 내집이 마음에 드실지는 모르지만 1년이고 2년이고 내집처럼 편하게 지내십시오.
그리고 시골이라 대접할 것이 적지만, 술만은 넉넉하게 있으니까, 양 껏 드시면 되겠습니다."
유회의 말에 일동은 감격해 마지않았다.
"술만 넉넉하면 그만이지, 그 외에 우리가 또 무엇을 바라겠소. 형님들! 그렇지 않소! 하하하.."
장비가 너스레를 떨며 크게 소리내어 웃었다.
유비는 일행을 대신하여 주인에게 정중히 인사를 올린 뒤에 주인이 몸소 인도해 주는 깨끗한 객사에 들어앉았다.
주인은 유비, 관우, 장비를 위해 깨끗한 방을 특별히 제공해 주었다.
"형님들! 어떻소? 이만하면 됐지요?"
장비가 자랑삼아 물었다.
"우리에게는 너무 과분한 방이네."
유비가 그렇게 장비를 칭찬하자 관우도 한 마디 거든다.
"장비야! 세상에 이렇게도 도량이 넓은 사람도 있었구나."
"그렇습니까? 하하하...!"
장비가 흡족한 소리를 내며 웃었다.
이렇게 유비, 관우, 장비 등 삼형제가 오대산 기슭에 있는 유 대인 집에서 한가로운 세월을 보내는 동안에 겨울이 가고 봄이 되었다.
항상 복잡 다단한 생활과 치열한 전쟁터에서 목숨을 걸고 치열하게 살아오던 삼형제에게는 지금같은 지나친 평화는 오히려 지루할 지경이었다.
산과 들에 살구꽃, 복사꽃이 피기 시작하자 유비는 늦은 밤이면 슬며시 자취를 감춰 버리는 일이 종종 있었다.
"유비 형님이 이제는 여기서 놀고만 있기가 지루한 모양이지? 늦은 밤이면 종종 자취를 감춰 버리는데 어디를 가시는 것일까?"
어느 날 밤, 유비가 또다시 슬며시 자취를 감추자 관우가 장비를 보고 물었다.
"형님은 아직도 그걸 모르시오?"
장비가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응? 무슨 말이야?"
"유비 형님이 주인집 조카인 부용(芙蓉)아가씨하고 밤마다 집 뒤 과수원에서 몰래 만나고 계신다오!"
"뭐? 유비 형님이 주인집 조카하고 몰래 만난다면 연애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그게 사실인가?"
관우는 눈을 크게 뜨며 놀랐다.
"내 말이 미덥지 않거든 형님이 과수원으로 직접 나가 보기구려. 지금쯤은 아마 과수원 속에서 애타게 사랑을 속삭이고 있을게요."
"음 .... 우리 형님이 그런 줄은 몰랐는걸. 가만있어! 내가 한번 나가 보고 오지!"
관우는 발소리를 죽여 가며 집 뒤 과수원으로 나가 보았다.
마침 달이 기울어 고즈넉한 달밤이었다. 관우는 나무 그늘에 몸을 숨겨가며 달빛 사이로 과수원을 천천히 살펴 보았다.
과연 어느쯤에 한 쌍의 남녀가 가지런히 앉아 속삭이는 것이 눈에 띠었다.
관우는 그 모양을 보고 한숨을 쉬었다. 옛부터 영웅호색(英雄好色)이라고 한다.
영웅은 여색을 좋아한다는 말인데 유비라고 연애를 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삼 형제가 세상을 바로 잡아 보겠다는 도원결의를 한 마당에 여자 문제 때문에 웅지(雄志)가 굽혀지지나 않을까 염려되었던 것이다.
관우는 못 볼 것을 본 것 같이 얼른 객사로 돌아와버리고 말았다.
장비는 혼자서 술을 마시고 있다가 관우가 돌아오는 것을 보고,
"유비 형님이 연애하는 것을 보셨소?"하고 물었다.
"응 .... 보았네! 여기 오래 있다가는 큰일 나겠는걸! 우리들이 지금은 비록 숨어서 지내지만 때가 이르면 풍운을 일으키며 세상밖으로 뛰쳐나가야 할 몸인데 형님이 이렇듯 여자에 빠져 있으니 큰일이 아닌가말야!"
"너무 실망하실 것 없이 술이나 한잔 드시오!"
"나는 마음이 불안해서 술 생각도 없네. 자네는 진작부터 그런 사실을 알고 있었으면서 왜 나에게 귀띰조차 하지 않았는가?"
"영웅호걸도 평화로운 시기에는 마음에 녹이 쓰는 법이지만, 그러나 우리 형님이 설마 그 때문에 웅지를 버리기야 하겠소?"
장비는 태평세월이었다.
"때를 얻지 못한 울분을 여자 문제로 풀게 되면 그게 마지막이 되기 싶상이라네. 그런데 유 대인 조카라는 아가씨는 어떤 여잔가?"
"형님이 물으시니 말인데 실은 그 아가씨는 내가 모시던 홍가(鴻家)의 따님이오.
우리가 형님을 알기 전에 유비 형님이 그 아가씨를 황건적 손에서 구해 준 일이 있었소."
"그래? 그렇다면 이미 오래 전부터 아는 사이였구먼!"
바로 그때 문밖에서 인기척이 나더니 주인 유회가 들어왔다.
"잠깐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어서 들어오십시오. .... 무슨 말씀이십니까?"
관우와 장비는 자리에서 일어나 주인을 맞았다.
주인은 두 사람에게 정중한 어조로 말한다.
"좀 딱한 일이 생겼습니다. 이번에 낙양에서 순찰사(巡察使)가 이곳 대주에 내려오게 되어서 태수와 함께 우리 집에서 며칠 동안 묵어갈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관가(官家)의 부탁이라 거절할 수도 없으니 함께 온 스무명의 일행은 예외로 하더라도 관가에서 찾고 있는 세 분께서는 그 동안만이라도 잠시 몸을 피하시는 것이 어떻겠습니까?"
관우와 장비는 서로 얼굴을 마주 보았다. 그러다가 관우가 주인을 보고 말하였다.
"미리 말씀해 주셔서 고맙습니다.
댁에는 여러 가지로 신세가 많았습니다. 형님이 돌아오시는대로 상의해 가지고 대책을 강구하도록 하겠습니다."
"손님을 쫒아내는 것 같아서 미안하기 이를 데 없습니다.
뭣 하시면 내가 믿을 만한 친구에게 안심하고 계실 수 있는 집을 알아봐 드릴 수도 있으니 필요하면 말씀을 해주십시오."
주인이 그런 말을 남기고 돌아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유비가 돌아왔다.
"형님! 지금 주인 양반이 다녀가셨는데, 이 집에는 며칠 후에 낙양에서 온 순찰사와 정주 태수가 오는 관계로 우리가 몸을 피해야 한다고 하니 이 일을 어쩌면 좋겠소?"
관우와 장비가 유비에게 주인의 말을 전하면서 의견을 묻자, 유비의 얼굴에는 일순간 실망의 빛이 농후하게 감돌았다.
사랑하는 여인과 헤어지는 슬픔이 눈앞에 다가온 것 때문이리라.
그러나 다음 순간, 유비는 무슨 결심이라도 한 듯이 담담한 표정을 지으며 말하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이 집을 떠나야지! 그동안 신세도 많았지만 주인에게 누를 끼쳐서야 안 될 말이 아닌가?
그러잖아도 우리가 너무도 한가롭게 세월만 보내고 있었어!"
관우는 이렇게 대답하는 유비를 보며 크게 기뻐하였다.
(역시 우리 형님은 일개 여자에게 사로잡히지 않는 큰 인물이로구나!)
관우는 속으로 그렇게 감탄하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미안한 생각도 없지 않았다.
그래서,
"형님은 부용 아가씨와 헤어지기가 섭섭하지 않으시오?"하고 빙그레 웃으면서 물었다.
그러자 유비는 얼굴이 붉어지며,
"아우님들도 그 일을 알고 계셨던가? 그러나 너무 연연해 마시게.
우리가 앞 둔 큰 일이 있는데 내가 사랑에만 연연해 하지 않을 것이니..."
하고 한 마디로 대답해 버린다.
"역시 형님이오! 실은 장비와 나는 형님이 사랑에 빠져버려 큰일을 망각하면 어떻하나 걱정하던 참이었소."
"천만의 말씀 ..... 내가 남을 사랑할 때에는 진심을 담아 사랑하는 것만은 사실이오.
또 나는 여자를 속이지 못하는 사람이오. 그러나 아우님들은 안심하시오. 내가 아무리 부용 아가씨를 좋아하기로 우리들의 큰 뜻이야 저버릴 수 있겠소. 그것만은 나를 믿어 주시오."
"....."
관우와 장비는 일시나마 유비를 걱정하며 그의 인격을 의심했던 것이 부끄러워서 잠시 대답할 바를 몰랐다.
🔊다음 제26편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