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아는 사람에 대해서 우리는 과연 얼마나 알고 있을까요? 흔히 그렇게 말합니다. 우리는 3 가지의 나를 산다고 말입니다. 내가 알고 있는 나, 남들이 알고 있는 나, 그리고 창조주가 알고 있는 나. 하기야 마지막 창조주가 알고 있는 나에 대해서는 우리네 범위 밖의 일이기도 하니 일단 말을 아끼기로 합니다. 그렇다면 두 가지의 나에 대해서 생각해봅니다. 어느 것이 진짜 나일까요? 보여주고 있는 나와 보여지고 있는 나, 하기야 보여지고 있는 나는 보여주고 있는 나의 지극히 일부일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도 숨겨진 것보다는 사실적이니 더 신빙성이 있지요.
‘추천서’ 정말 어렵구나 생각이 듭니다. 보이는 그 사람과 숨겨진 그 사람, 그 둘을 다 종합할 수만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물론 그 동안 보아온 사람에 대해서조차 그 짧은 글로 요약하기에는 좀 버거운 일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그래서 이렇게도 저렇게도 말이 바뀔 수도 있다는 것이지요. 이것이 사실일까, 저것이 사실일까? 하기는 그 모두가 사실일 수 있습니다. 우리는 어떤 규격품이 아니기에 일정한 말로 가두기는 어렵습니다. 그래도 해야만 한다니 난감하지요.
한 사람을 두고도 이 사람 저 사람 보는 시각에 따라 다르게 느껴집니다. 그런데 그 사람이 이성일 경우에는 조금 더 복잡해집니다. 이성에 감성이 조합해야 하기 때문이지요. 객관적으로 보다가 그만 주관적인 생각이 스며들게 됩니다. 더구나 매우 개인적이고 사적인 감정이 끼어들면 상대방보다는 자기 입장에 끌려가게 됩니다. 객관적이고도 합리적인 사고보다는 자기감정으로 기울어지게 되지요. 내가 상대방을 어떻게 보아준 그 결과에 대한 보상을 기대하게 됩니다.
사람은 기본적으로 이기적입니다. 더구나 이성관계에서는 더욱 그렇지요. 나와 관계된 이성에게 다른 사람의 관심이 들어오는 것을 매우 꺼려합니다. 가능한 수단과 방법을 동원하여 차단합니다. 설령 깊은 관계가 아니라 하더라도 이성은 자기 한 사람과 가까워지기를 기대합니다. 만약 자신에게 배우자나 사랑하는 사람이 없다면 사랑에 대한 기대까지도 가져보는 것이지요. 나이 차이야 웬만하면 다 극복할 수도 있으니 말입니다. 그러니 한 사람을 상대한다면 그 모두가 경쟁자가 될 수도 있습니다. 선배이든 설령 스승이라도 말이지요.
‘영화과 졸업생 선희(정유미)는 오랜만에 학교에 들린다. 미국유학을 위한 추천서를 최교수(김상중)에게 부탁하기 위해서. 평소 자신을 예뻐한 걸 아는 선희는 최교수가 추천서를 잘 써줄 거라 기대한다. 그러면서 선희는 오랜만에 밖에 나온 덕에 그 동안 못 봤던 과거의 남자 두 사람도 만나게 되는데, 갓 영화감독으로 데뷔한 문수(이선균)와 나이든 선배 감독 재학(정재영)이 두 사람. 차례로 이어지는 선희와 세 남자들과의 만남 속에서, 서로는 서로에게 좋은 의도로 ‘삶의 충고’란 걸 해준다. 선희에게 관심이 많은 남자들은 속내를 모르겠는 선희에 대해 억지로 정리를 하기도 한다. 그런데 이 말들은 이상하게 비슷해서 마치 사람들 사이를 옮겨 다니는 것처럼 보인다. ‘삶의 충고’란 말들은 믿음을 주지 못하고 미끄러지는 거 같고, 선희에 대한 남자들의 정리는 점점 선희와 상관없어 보인다.
추천서를 받아낸 선희는 나흘간의 나들이를 마치고 떠나지만, 남겨진 남자들은 ‘선희’란 말을 잡은 채 서성거린다.’ 영화의 이야기는 광고에 나온 것처럼 이렇게 요약됩니다. 하지만 각 사람의 말장난이 영화의 이야기를 이끌고 가는 것이 아닙니다. 세 남자의 감정의 변화를 보여주고 있다고 느껴집니다. 연인이었던 남자, 선배인 남자 그리고 가르쳤던 스승인 남자, 이 세 사람이 오랜만에 나타난 선희에 대하여 어떻게 감정이 변해가고 있는지 보여주고 있습니다. 물론 선희의 반응도 참으로 묘하다 싶습니다. 그 누구를 꼭 집어서 좋아하는 것도 아니지요. 그냥 아는 사람들입니다. 그러니 이 남자들 제멋대로 자기감정에 휘둘리고 있는 것입니다.
이들 이야기나 감정의 변화에 관심이 없다면 영화는 지루하기 그지없습니다. 장면도 매우 단출합니다. 교정, 고궁, 카페 그리고 골목길 그게 전부입니다. 하나 더, 음주와 흡연 장면이 너무 많이 나온다는 것, 아마도 이것 때문에 ‘청소년 관람불가’ 딱지가 붙게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대화에 꼭 음주와 흡연이 있어야 하는지 묻고 싶지만 그것도 감독 개인의 취향이리라 넘깁니다. 아무튼 관객 수는 매우 제한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영화 ‘우리 선희’를 보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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