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자 수필 문득.1289 --- 아직 변하지 않은 모습 돌아보기
아직도 시내 변두리를 다니다 보면 옛 모습의 이발소가 있다. 3색 싸인볼이 빙글빙글 돌아가지만 힘들어 보인다. 이발소를 알리는 세계 공통기호다. 빨간색은 동맥, 파란색은 정맥, 흰색은 붕대를 뜻한다. 서양에서는 이발사가 의사 역할까지 하였다고 한다. 조무래기가 몰려 웅성거렸으나 요즘은 미장원만큼도 손님이 없다. 이발사는 늙수그레한 할아버지이고 손님도 마찬가지다. 젊은 사람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 덥수룩한 머리는 순발력이 떨어져도 수십 년 숙련공의 몇 번 가위질에 나름대로 다듬어지며 염색하면 젊어졌다고 싱글벙글 가벼운 발걸음이다. 이발사 할아버지도 손님 할아버지도 즐겁다. 농촌의 변두리에 가면 이따금 빈집 같은 허름한 곳에 수풀이 우거져 으슥하면서 모기장처럼 거미줄이 쳐지고 모기가 기습적으로 한낮에도 덤벼들며 설쳐댄다. 저녁이면 집안까지 들어와 수시로 공격을 퍼부을 것이다. 거침없이 피를 빨아먹고 잽싸게 달아난다. 감기에 걸려 병원에서 주사를 맞을 때보다 더 따갑다. 피만 도둑질해 가는 것이 아니라 병까지 옮길 수 있는 무서운 녀석이다. 보들보들한 어린이의 피가 맛있다고 사정없이 달려든다. 어른과 달리 어린이는 만만하게 여기며 물리기만 하면 민감하게 반응을 보인다. 모기약을 뿌리면서 잡아도 숨었다가 어두운 밤이면 드라큘라 같이 나타난다. 아빠가 없는 외벌이 가정이다. 엄마가 아빠의 몫까지 짊어졌다. 그러나 엄마는 아빠 없다고 얕잡아보거나 기죽일 수 없어 안 해본 일이 없을 만큼 악착같이 돈을 벌어야 했다. 아파도 아픈 줄을 모르고 아파도 아파할 여유가 없었다. 오로지 어린 자녀를 먼저 생각하는 것이 우선이었다. 처음에는 아이들이 말썽 피우며 삐딱했다. 그러다 엄마의 깊은 마음을 헤아리고 잘 따라주었다. 엄마는 고마움에 어려움을 잊은 채 일을 하였다. 마침내 누나가 대학을 졸업하고 응시한 취직시험에서 합격통지를 받았다. 그 순간 엄마는 지난날이 필름처럼 빠르게 돌아갔다. 끝내 해냈구나. 왈칵 목 메어 말을 잇지 못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