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쁜 업무가 끝나자마자 출장이 잡혔다. 물론 해외는 아니다. 강원도 강릉이다. 다른 때 같았으면 기차나 버스로 다녀왔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대중교통 이용하기가 걱정돼 결국 자동차를 타고 가기로 했다. 아직 2000km 길들이기를 끝마치지 못했기에 좋은 기회였다. 주중엔 회사, 주말엔 집에만 있어 주행거리가 통 늘지 않았다.
E 300 e는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모델이지만 강릉까지 가는 길에 전기모터의 혜택을 조금도 누리지 못했다. 차에 올라보니 하이브리드 배터리가 바닥나 있었기 때문이다. 출발 전날 미리 공기압을 체크하고 배터리도 충전하려 했지만 아파트 단지 내 전기 충전기에 기다리는 전기차들이 많아 포기했다. 차선책으로 가는 길에 고속도로 휴게소 충전소를 이용해보려고 방문했지만, 청천벽력 같은 상황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플러그인 하이브리드는 완속 충전만 가능하기 때문에 고속도로 휴게소에 있는 급속 충전을 이용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무지에서 온 실수였다.
대신 주행 중 충전 모드를 이용했다. 대전에서 강릉까지의 거리는 300km 정도라 완전히 충전할 수 있을 것 같았다. 확실히 고속도로 주행에서 충전하는 것은 도심보단 속도가 더뎠다. 보통 도심에서 50km 정도 달리면 배터리가 100% 충전되는데 고속도로에서는 약 120km 달려야 했다. 고속도로는 브레이크 페달을 밟을 일이 없어 회생제동 에너지 회수가 적은 것이다. 게다가 준자율주행까지 이용하면서 교통량과 상황에 맞춰 브레이크 사용을 최소화했다. E 300 e의 국내 공인 EV 모드 주행가능거리는 30km다. 하지만 내가 확인한 계기반 수치는 40km까지 올라갔다.
중간중간 전기모터와 내연기관을 같이 쓰는 하이브리드 모드로 주행하며 배터리 충전량을 80% 정도 유지했다. 덕분에 연비도 조금씩 나아졌다. 12km/ℓ를 유지하던 연비는 15km/ℓ까지 올랐다. 그리고 목적지까지 200km가 남았을 때 EV 모드로만 달렸다. EV 모드에 놀랐던 몇 가지 사실이 있는데, 그중 제일은 의외로 빠르다는 것이다. E 300 e는 EV 모드로 시속 140km까지 달릴 수 있다. 전기모터의 최고출력이 100마력이 넘으니 그럴 만도 하다.
그러다 한 가지 궁금증이 생겼다. 출장 동선을 계산해보니 강릉에서 1박 2일 동안 30km 정도만 움직이면 됐다. 배터리를 100% 충전하면 기름 한 방울도 쓰지 않고 EV 모드로만 강릉에서의 일정을 끝마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래서 목적지를 얼마 남기지 않고부터는 다시 충전 모드를 실행했다. 강릉 시내에선 EV 모드로 달리기 위해서다. 1박 2일의 일정은 순조롭게 진행됐고, 강릉에서 단 한 번도 엔진을 깨우지 않았다. 결국 나의 계산은 맞아떨어진 셈이다. 평소에도 잘만 사용하면 기름값 절감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글_한동엽(자영업)
MERCEDES-BENZ E 300 e 4MATIC
가격 8390만원
레이아웃 앞 엔진, AWD, 5인승, 4도어 세단
엔진 직렬 4기통 2.0ℓ 터보 211마력, 35.7kg·m
전기모터 122마력, 44.9kg·m
변속기 자동 9단
무게 2035kg
휠베이스 2940mm
길이×너비×높이 4925×1850×1460mm
연비(복합) 10.3km/ℓ
CO₂ 배출량 60g/km
구입 시기 2020년 12월
총 주행거리 1900km
평균연비 10.5km/ℓ
월 주행거리 800km
문제 발생 없음
점검항목 없음
한 달 유지비 16만원(유류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