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 끌려간 학도병 박순동·이종실·박형무 등이 발간 부록으로 강제동원자 명단… 한국 소식·세계뉴스 등 담겨 단결·우호 증진 … 일주일에 1350부 배포·7호가 마지막호 [충청일보 신홍균기자] '자유한인보'는 태평양전쟁 당시 하와이 포로수용소에 끌려갔던 한인 전쟁포로들이 수용소 내에서 발행한 일종의 소식지다. 태평양 지역에서 하와이 수용소에 수용됐던 포로 대부분은 일본군에 의해 강제로 끌려갔다가 전쟁이 끝나자 미군의 포로가 돼 하와이까지 흘러갔다. 그렇기 때문에 이 중에는 어떻게 하와이까지 끌려가야 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한다. 그래도 군인·군속·노무자로 끌려간 대부분이 폭격이나 기아로 죽어간 '남양군도' 포로들에 비하면 하와이 포로수용소 한인 포로들은 운이 좋은 편이었다. 하와이 수용소의 한국 청년 3000여 명은 '전쟁포로'의 신분이었다. 이 전쟁포로들을 전쟁에 동원하면 '전쟁포로는 안정을 위한 것을 제외하고, 그리고 단지 생존을 지속시키기 위한 조치가 필요한 환경이 되었을 때 외에는 모든 것에 제한받지 않는다'는 헤이그 협정 등의 국제조약을 위반하게 되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당초 연합군을 돕는 입장이었다가 끌려 왔기 때문에 법적으로는 포로였지만 현실적으로는 포로가 아니었다. 이에 미군은 한인 포로들에게 페인트로 'POW(Prisoner of War·전쟁포로)'를 쓴 카키색 군복을 입혔고 의식주를 비교적 불편 없게 제공했으며 영어도 배울 수 있게 했다. 그래서 한인 포로들은 소식지를 만들 수 있었고 돈을 모아 연합군에 기금도 낼 수 있었다. 한인 포로들은 자신의 의사에 따라 간단한 노동을 하며 돈도 받았다. 이들이 주로 했던 노동은 석축 쌓기, 그릇 씻기, 페인트 칠하기, 꽃밭 가꾸기 등이었다. 이들이 자신들의 단결과 우호를 위해 수용소 내에서 만든 잡지가 '자유한인보'다. 하얀 마닐라 보드 표지에 태극기와 무궁화를 3색으로 인쇄했던 '자유한인보'의 편집·발행인은 박순동, 이종실, 박형무 등 학도병 출신들이었다. 이들은 학도지원병으로 끌려가 버마 전선에서 탈출한 뒤 미군 OSS(Office of Strategic Services·전략정보처)로 보내져 미국 남부 캘리포니아주의 산타 카탈리나 섬에서 한국 침투 훈련을 받던 중 해방을 맞았고, 이들은 전쟁이 끝나자 전쟁포로로 원위치돼 포로수용소로 보내졌다. 박순동이 도착하면서 만들어지게 된 자유한인보는 60쪽 정도의 주간 발행물이고 미국사회생활 소개물, 독자들의 투고, 한국에 관한 소식을 담았다. 2명에 1권 씩 배포됐으며 일주일에 1350부가 발행됐다고 한다. 제7호로 종간됐다. 충청일보 자료실에서 발견된 자유한인보는 손글씨로 쓴 뒤 이를 등사한 원본의 복사본이며 독립기념관이 소장하고 있는 7호보다 앞선 3호다. 이 3호의 내용 가운데는 건강 관련 팁을 소개하는 코너로 보이는 '운동과 팀웍', 오래 된 이야기를 소설처럼 풀어 쓴 고담(古談), 이역만리에서 느끼는 조국에 대한 향수를 달래기 위해 쓴 것으로 보이는 '우리나라 자랑꺼리', 당시 외국들의 상황을 전하는 '세계뉴-스', 현재의 신문과 비교하면 일종의 낱말풀이나 상식 퀴즈라고 할 수 있는 '말썽꺼리' 등이 눈에 띈다. 특히 1945년 11월 11일 이태리 포로들과 축구 시합을 벌여 5대 3으로 패했다는 내용도 있다. 하와이 수용소 한인 포로들이 일요일 여가 시간에 다른 나라 포로들과 함께 운동 등 오락을 즐겼음을 알 수 있는 부분이다. 독립기념관 김도형 책임연구원은 "하와이 한인 포로들은 미군에 의해 포로 신세가 됐지만 반일 의식이 워낙 강해 수용소 생활 초기부터 미국을 위해 총을 메고 전쟁터에 가 싸우겠다며 몇 번이나 청원을 했다"며 "자유한인보에는 그런 반일 감정이 녹아있지만 종간호에 나오는 주보 발간 목적에 '우리들의 단결을 촉진하고 그 단결의 기관지가 되자는 것'이라는 내용이 있는 것으로 보아 당시 한인 포로들 간의 갈등을 종식시키기 위해 만들어졌음도 추측할 수 있다"고 말했다.▲ 독립운동사연구소 김도형 선임연구원(오른쪽)이 충청일보 자료실에서 발견된 자유한인보 3호를 살펴보고 있다. /권보람기자 ©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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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45년 11월 11일 이태리포로들과 축구를 해 5대 3으로 패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 ©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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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오래된 이야기를 소설처럼 풀어쓴 고담. ©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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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종의 낱말풀이나 상식 퀴즈라 할수있는 '말썽꺼리'. ©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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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시 외국의 상황을 전하는 '세계뉴-스'. ©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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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제동원자 중 정신대(위안부)로 끌려간 사람들일 것으로 추정되는 명단.⑤ © 편집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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