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60년, 그 우정의 세월, 봉숭아 인연
거슬러 20여 년쯤 됐겠다 싶다.
고선(高仙)이라는 한국화가와 인연된 세월이 그렇다.
그때로 10여 년쯤 거슬러서부터 친구로 지내던 어느 건설회사 간부의 부인으로, 당시 mbc tv의 인기 드라마인 ‘불새’에서 그 불새를 상징하는 빨갛고 파란 원색의 아크릴 그림을 그린 분이시다.
우연한 기회에 고선의 인터넷 홈페이지를 찾아들었었다.
그때 그 문간에 걸려있는 배경음악이 나를 놀라게 했었다.
부부가수 정태춘 박은옥이 부르는 ‘봉숭아’라는 제목의 노래였었는데, 너무나 아름답고 애절한 사랑 이야기가 담겨 있었기 때문이다.
딱 한 번 들었는데도, 찡한 감동이 가슴 가득 파고들었었다.
그 곡이 처음 발표된 것은 군부정권이 막 탄생되던 그즈음이라고 했다.
그런데 그 노랫말이 반체제적이라는 이유로 곧바로 금지곡으로 묶이게 되었다가, 그 즈음에야 겨우 풀렸다는 것이었다.
그래서 내 그동안 그 노래의 존재를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
하도 감동적이어서 듣고 또 들었다.
따라 부르기까지 했다.
그래서 그날로 가사 없이도 부를 정도로 다 익혀버렸다.
그 이후로도 툭하면 불렀다.
특히 달 뜬 밤이면, 더 그 노래 생각을 했다.
그리고 고선과의 인연도 떠올렸다.
바로 그 노래 한 곡이, 소위 ‘봉숭아 인연’이라고 해서 고선과 맺은 소중한 인연의 시작이었다.
다음은 그 노랫말 전문이다.
초저녁 별빛은 초롱해도
이 밤이 다하면 질 터인데
그리운 내 님은 어딜 가고
저 별이 지기를 기다리나
손톱 끝에 봉숭아 빨개도
몇 밤만 지나면 질 터인데
손가락마다 무명실 매어주던
곱디고운 내 님은 어딜 갔나
별 사이로 맑은 달
구름 걷혀 나타나듯
고운 내 님 웃는 얼굴
어둠 뚫고 나타나소
초롱한 저 별빛이 지기 전에
구름 속 달님도 나오시고
손톱 끝에 봉숭아 지기 전에
그리운 내 님도 돌아오소♪
문득 추억 하나를 떠올렸다.
16년 전으로 거슬러 2007년 11월 4일의 추억이다.
이날 우리 문경중학교 13회 동기동창 친구들은, 대전에 터 잡고 살아온 동기동창 친구들의 초대로 전라북도 진안의 고원에 우뚝한 해발 687.4m의 마이산(馬耳山) 산행을 했었다.
부부동반의 산행이었다.
어울려 참 행복했던 추억이다.
그 인연, 역시 봉숭아 인연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