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10 여년전 늦가을 인것 같다
친구와 다름없는 나의4촌(1살위)과 부산근교 양산에
소재한 베네골에 드라이브 겸 단풍구경을 간적이 있다
베네골은 부산 인근으로 부산동래에서 양산 신불산공원묘지를 지나
험준한 산마루 까지 오른 후 꼬부라진 산길(비포장도로로서 한겨울에는
차량출입이 통제되는 도로 임)을 20~30분간 돌고돌아 내려가니
네갈래길(4거리)이 나온다
여기가 베네골 마을 입구로서
ㅡ오른쪽으로 3분쯤 가면 30~40호의 산골 본동마을이 있고 이를 지나면
영남알프스라고 불리는 풍광이 수려한 울산 베네골이 나온다
(가까이 석남사,운문사ㅡ삼국유사를 편찬한 곳)
ㅡ왼쪽으로 가면 양산 원동의 청매화마을 거쳐 유유히 낙동강이 흐르고
ㅡ바로 직진하면 밀양땜과 표충사,얼음골(허준의 해부실험장소)로 가는 길이 나온다
다시 말하면 베네골은 부산 ,양산,밀양,울산 4개시의 가운데에 위치한 높은산 중턱에
자리잡고 있어 여름철에는 도심지보다 온도가 4~5도 정도 낮아 피서객들이 몰려들어
팬션,음식점 주인이 귀찮을 정도로 북새통을 이룬다
옛적에는 교통이 불편하여 부산에서 걸어서 4~5시간 걸렸으나(버스는 1일2회운행)
요즈음은 길도 넖히고 포장되어 자가용으로 4개시 어느시에서도 1시간 이내 진입이 가능하다
점심때가 되어 사촌과 함께 마을입구 식당에 들어갔다
산골식당 치고는 규모가 큰 식당으로 된장찌게등 6~7가지 메뉴가 있었으나 우린 촌닭 1마리를
시켜 사촌과 인생사 얘기를 하던도중 사촌이 방금 닭을 가져온 할머니(67세 주인마님)는 젊었을때
남편에게 납치당해 할수없이 오도가도 못하고 여기서 살고 있다고 한다
궁금증이 난 나는 소상히 얘기해달라고 하니
여기 주인할머니(납치전 수원시에 거주함)는 지금으로 부터 48년전 19살때 인천송도에 놀러갔다가
현 남편에게 납치당해(꼬임) 어쩔수 없이 여기서 숨어 살아오고 있다고 하였다
지금 남편은 강원도 어느 산골에있는 농부의 아들로서 군대 제대 후 현 아내와 만나기 6개월전
(당시 25세)에 이미 고향 산촌에서 시골처녀와 결혼식을 마치고
친구를 만나러 인천에 들러 우연히 송도 해변을 거닐다가 지금 아내를 만난 순간
너무나도 청순하고 앳디고 아름다운 도시처녀에 넋을 잃을정도로 매료되어(눈이 뒤집혀라는 표현이
맞을 것임) 3일후 다시 만나기로 약속한 후
집에는 1개월정도 일자리를 찾아 돈을 벌어오겠다고 하고는 노자돈을 조금얻어
약속장소에서 이 처녀를 만나 (총각이라고 속임)
무조건 고향과 멀리 떨어진 부산으로 놀러가자고 꾀어 며칠을 부산에서 지낸 후 (처녀를 놓치기는 싫고)
도저히 집으로 돌아갈 수 없는 처지가 되었고
처녀(현 부인)역시 총각에게 모든 것을 빼앗겨 차마 집으로 돌아가기 어려운 지경이 되었으므로
굴리끝에 물어물어 찾아간 곳이 이곳 산골인 베네골.....
여기서 산골 농사를 짓고있는 이장을 만나 자초지종 사정을 호소하여 농사일을 도와 주면서
겨우 숨어 살게된것이 어언 50년 가까이.......
그동안 부지런히 산을 개간 농토를 만들고 꼬박꼬박 모은돈으로 식당을 차려 저축도 하였고
아들 2명을 낳아 큰아들은 서울에 유학(공부)보내 좋은 곳에 취직과 결혼까지 시켰으며
두째 아들도 결혼시켜 여기 이 식당을 맡겨 경영하면서 이들 두 부부를 모시고 살고있다 한다
이상은 사촌이 퇴직 후 이곳에 팬션을 지을려고 자주 이 식당에 드나들면서 할머님의 애환과
하소연을 들어준것이다
궁금증이 풀리지않은 나는 사실여부를 확인 차 6개월 후 다시 사촌을 꼬셔 그 할머니 식당으로 찾아갔다
그때 할아버지는 바로 건너편 밭에 돼지우리를 치우고 있었다
나는 직접 할머니께 사실이냐고 물으니 할머니는 고개를 끄떡끄떡 하며 슬픈눈물을 소리없이 흘리셨다
그 가운데는 부모형제에 대한 그리움과 지난 세월의 애환 그리고 죄책감이 함께 배어 있는 것 같았다
5년 후 다시 사촌(3년전 이곳에 팬션을 지음)과 그 식당을 찾아가니
할머니는 지팡이를 짚고 평상에 걸터앉아 슬픈 눈빛으로 북쪽 하늘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서울간 자식이 그립지요 하니....그려 요즈음 소식이 뜸해....손주가 보고싶어.....눈물을 글썽거리며
첫댓글 가야 기러기님 정말 슬픈 이야기 내요...영문도 모르고 집에서 기다리는 그할아버지의 첫번째 아내의 슬픈 사연도...눈물 납니다...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글쓰는 사람이 아니라서 많이 부족합니다..고맙습니다
세상에 구석 구석 사연이 참 많네요,,,,,세상살이가 다 소설감이네요,
분이님 재미있는 글 많이 보아왔습니다...많이 모자랍니다
님 말씀대로 세상에는 수많은 사연들이 숨어있지요..고맙습니다
슬픈 사랑? 아님 아름다운 사랑? 갈피를 잡을 수가 없군요..
주인공 부부는 분명 아름다운 사랑이었을것 같은데.. 본처의 소식이 궁금합니다..
아름다운 사랑이라 하기엔........궁금하였으나 차마 묻기란....
나뿐 영감탱이와 더 나뿐 할망탱이들 같으니라꼬 불륜의 원조들이구만 그러고 슬픈 사랑의
주인공인척 하면서 평생 숨어살았구먼유 ,,나뿐늙은이들,,,
좋으신 조언 감사합니다
인생은 소설입니다.
인생은 천태만상이지요..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k개나리님
소설같은 이야기네요 감기조심하세요
아직 표현이 서툴러 미흡합니다 고맙습니다..소국님
본가와 본처는 그후 어찌 되었는지 궁금함니다. 영문도 모르고 기다렸을텐데.~~~~~~
앞에 말씀드린 바와같이 마음을 상하게 할까봐 묻지를 못하였습니다
답을 드리지 못해 죄송하옵니다...저도 궁금합니다 다음 기회가 되면.....고맙습니다
슬픈사랑인것 같아요.본처의행적이 궁금궁금???
저도 본처의 행적이 아직 궁금합니다....확실한건 아니지만
떠났다는 얘기를 어렴풋이 들은 것 같기도 하구요....
소설같은 이야기네요.... 그 할머님 같이 잠시 잠깐의 유혹?에 휘말려 그기서부터 인생이 시작되지요...ㅎㅎㅎ가야기러기님의 호기심도 저 못잖아 웃음이 나네요...ㅎㅎㅎㅎ신부님께서 상품으로 주신 책 정연순의 " 파래소를 그리며"를 읽고는 베네골 파래소가 너무 이쁘게 머리에 새겨져 신불산 갔다가 배네골 파래소를 친구들이랑 주변만 찾다가 시간에 쫓겨 못 가고 다시 찾을 요량이었는데 아직 그 파래소는 가 볼곳으로 정해져 있네요...얼음골이랑 밀양 표충사랑 운문사 는 여러번 갔다 왔지만....ㅎㅎㅎ
아우 방장님께서 직접 찾아주시다니....신고도 하지않고 정말 죄송하옵니다..다음 벌칙주 낼께요
저도 좀 짓궂은 놈인가봅니다....꼭 확인까지 하고.....
방장님께선 전국 좋은곳은 모두 다니시는 것 같더군요...신체및 정신건강에 최고지요
저도 여행(女行)이 되면 좋으련만...,..방장님 고맙습니다
전 경주라 밀양쪽 청도쪽 얼음골은 마음만 먹으면 갈수 있는곳이잖아요...ㅎㅎㅎㅎ
인천할머님도 강원도총각한테 한 눈에 뿅?~ㅎㅎㅎ (손바닥이 제대로 마주쳤네요.ㅎㅎ)
에구..근데 혼인신고는 하고 사셨겠죠? 그니까 아이들도 학교를 갔겠죠? (그람..전처와는??? 에구..복잡해라..--; )
암튼 남편의 사랑이 깊긴 했나보네요..
강원도부인...
베네골부인...
어느쪽이든 소설은 소설이네요...^^
손바닥이 마주쳤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기구한 운명은 맞는것 같습니다
주민등록증은 반장 이장의 인우보증으로...호적도 법원의 허가를 받아 새로이
한번 잘못된 일은 아무리 뉘우치고 반성하고 50년이란 긴 세월이 흘러도
고쳐질 수 없다는 것을 일깨워 주고 있지요....다이어리님 좋으신 말씀 고맙습니다
오늘 날씨랑 딱 맞는 쓸픈 이야기네요...
궂은 날씨에는 밝고 웃음이 되는 글이 되어야 하는데
그렇지 못해 죄송하옵니다.....강사맘님 좋은날 되시기 바랍니다
삭제된 댓글 입니다.
지~니님 죄송하옵니다
친정은 한번 다녀 온것처럼 얘기한것 같기도 하구요
본처는 기다리다 떠났다는 얘기가 확실치 않아
소상히 밝히지 못하엿네요
두분 다 기구한 운명을 살아온 것은 분명합니다
좋으신 말씀 귀담아 듣겠습니다...감사합니다
소설같은 이야기 잘 봤어요.~^^
다음 글도 기다릴게요.~
연화영일님 찾아 주셔서 감사합니다
나에게 정작 슬픈건 이렇게 친한 나의 사촌이
몹쓸 병마를 이겨내지 못하고
얼마전 이 세상을 하직하였습니다 장례를 치르고
울적한 마음으로 지난 베네골의 추억을 떠 올려 보았습니다
고맙습니다...
그 할아버지 ....나쁜 넘이네요!
남은 여생을 할머니가 행복하길 빕니다.
영훈님 반갑습니다...요즈음 안보이시네요...바쁘신가보죠
그 할아버지 평생 죄인으로 살아가고 있는것 같습니다
님의 재치와 유머있는 글이 없으니 삶의 방이 텅 빈것 같습니다
언제나 건강에 유의하십시요...쇠주 한잔 잊지않고 있습니다
긴 이야기를 숨기고 살아오신 할머니를 같이 보신 사촌께서 무슨 일이 있으셨다는 것이지요
삶의 방에서 그야말로 삶의 이야기를 늦게나마 보게 됩니다
무심한 베베를 용서해 주십시요
가야기러기님 요즘 건안하신지 안부를 전해 올립니다
내내 건강하셔서 연말연시도 잘 보내시길 간절히 바램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