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바 라스베가스
개봉제목 : 멋대로 놀아라
원제 : Viva Las Vegas
1964년 미국영화
감독 : 조지 시드니
출연 : 엘비스 프레슬리, 앤 마그렛, 시저 다노바
윌리암 데마레스트, 닉 블레어
최근 전설의 가수 엘비스 프레슬리의 이야기를 다룬 '엘비스'라는 영화가 개봉되어 호평을 받고 있습니다. 너무 엘비스 프레슬리와 안 닮은 배우인 것이 아쉽기는 하지만. (물론 '보헤미안 랩소디'에서의 프레디 머큐리와 비교하면 양반이긴 하지만) 벌써 엘비스 프레슬리가 사망한지도 45년이나 되었군요. 1977년 42세의 나이로 요절했을 때 세상이 떠들썩 했습니다. 가장 유명한 대중음악 가수였고, 영향력이 가장 큰 연예인이기도 했습니다. 영국의 비틀즈, 미국의 마이클 잭슨 정도가 엘비스 프레슬리와 비견되는 뮤지션이고, 비틀즈의 멤버 존 레논은 "엘비스 이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라고 말할 정도였습니다. 오히려 그의 영화가 너무 늦게 나온 셈이죠.
엘비스 프레슬리는 영화에도 많이 출연했는데 대부분 그의 노래와 춤을 보여주는 음악 로맨스 영화들이 주류를 이루었습니다. 21세에 출연한 데뷔작 '러브 미 텐더'는 제법 내용있는 드라마였지만 '블루 하와이' 같은 영화를 비롯한 이후의 많은 영화들은 영화의 완성도 보다는 엘비스 프레슬리의 노래와 낭만을 보여주는 작품들이었습니다. 오늘 소개할 '비바 라스베가스'도 전혀적인 그런 영화입니다. 국내에는 '멋대로 놀아라'라는 제목으로 개봉된 작품입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영화가 우리나라에는 그다지 많이 개봉되진 않았습니다.
제목처럼 라스베가스를 배경으로 한 영화입니다. 라스베가스는 미국 네바다주에 있는 사막을 개발하여 만든 환락의 도시로 유명하죠. 도박장과 호텔이 즐비하고 시저스 팰리스 힐튼 호텔에서 열리는 복싱경기로도 매우 유명했습니다. 그리고 아치형 후버댐도 그 지역의 명소입니다. 영화 오프닝에서 엘비스 프레슬리의 감미로운 노래와 함께 보여지는 라스베가스 밤거리의 화려한 네온사인 불빛은 마치 만화로 그린 천연색 배경 같습니다. 60년대 중반 당시 우리나라는 아직 많이 낙후된 상태였겠지만 이런 영화속에서의 화려한 도시의 야경의 모습을 보면 아마도 미국은 전혀 딴 세상인 환상적인 도시처럼 느껴졌을 것 같습니다.
이런 낭만의 관광지 라스베가스를 무대로 레이싱 대회에 참가하려는 청년 럭키(엘비스 프레슬리)와 호텔 수영강사로 일하는 매혹적 처녀 러스티(앤 마그렛)와의 사랑을 다루고 있습니다. 영화의 전반적인 내용 자체가 두 선남선녀 젊은 커플이 놀고 즐기고 춤추고 노래하는 내용입니다. 참 팔자좋게 잘 놀고 잘 연애하고 그런 내용이지요. 당시의 힘겨운 우리나라 젊은이들이 보고 참 부러워했을 내용이지만 지금 봐도 여전히 부러운 내용입니다. 사는 게 바빠서 이렇게 관광지에서 놀고 즐기는 삶을 쉽게 갖지 못하니까요. 그렇다고 이 영화에 나오는 두 남녀가 무슨 팔자 좋은 부자집 자녀도 아닙니다. 럭키는 돈이 없어 웨이터 알바를 하기도 하고 러스티는 수영강사로 일하는 워킹 걸 이니까요. 그냥 한량은 아닙니다.
우연히 만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전형적인 동화적 내용입니다. 레이싱 대회를 앞두고 정비소에 온 럭키는 그곳에 차를 고치러 온 러스티에게 반하여 차를 봐주는 척 하면서 심한 고장으로 이틀 간 맡겨야 한다고 거짓말을 하지만 그 작전이 실패합니다. 이후 럭키는 미친듯이 그녀를 찾아 라스베가스의 온갖 쇼 무대의 쇼걸들을 뒤지죠. 물론 러스티는 쇼걸이 아닌 수영강사였죠. 우연히 잠깐 만난 남녀가 이름도 모르고 헤어지지만 결국 다시 우연히 만나게 되는 내용, 로맨스 영화에서 참 자주 등장하는 '우연' 입니다. 그리고 이렇게 재회한 남녀가 사랑에 빠지는 것도 남자쪽에서 일방적으로 들이대서 얻어내는 것입니다. 처음엔 튕기던 여자가 결국 남자의 집요함에 마음을 여는 것.
둘이서 만나 데이트를 하는 장면은 마치 라스베가스 관광을 연상하듯 호화스럽습니다. 처음에는 신나게 춤추고 노래하고 그리고 나서 클레이 사격도 하고 수상스키도 타고 놀이동산도 가고 오토바이도 타고, 헬기를 타고 날기도 하고 멋지게 드라이브 하며 후버댐을 지나기도 하고....정말 우리나라 현재의 젊은이들이 1년에 한 번 즐기기도 어려운 온갖 낭만적인 데이트를 60년대 이 영화에서 보여줍니다.
물론 이렇게 마냥 즐기며 놀기만 할 수는 없기에 형식적인 갈등이 벌어지는데 레이싱 경기 참여를 고집하는 럭키와 레이싱의 위험 때문에 걱정하는 러스티간의 의견차이로 벌어지는 갈등입니다. 당연히 결말이야 뻔하죠. 럭키가 결국 우승하고 둘은 사랑을 맺는 내용이지요. 끝 부분이 좀 후다닥 무성의하게 끝난 느낌이지만 원래 내용보다는 두 남녀의 관광 데이트와 춤과 노래를 마음껏 보여주는 게 목적인 영화니까요.
엘비스 프레슬리는 많이 노래하고 춤추지만 이 영화에서는 앤 마그렛의 매력이 더 돋보입니다. '포켓에 가득찬 행복'으로 데뷔한 앤 마그렛은 가수 겸 배우로 60년대 많은 인기를 끌었는데 비교적 아담한 키 인데도 은근 관능적인 분위기를 지닌 여배우입니다. 이 영화에서는 미모와 자유분방한 관능미를 매력적으로 뽑내며 영화를 주도합니다. 춤, 노래, 사랑 등 그야말로 앤 마그렛의 매력이 폭발하는 영화지요. 그녀의 단독 무대가 펼쳐지는 장면도 있는데 아주 매력적인 무대를 보여줍니다. 엘비스 프레슬리의 공연과 비교해도 밀리지 않을 정도로.
앤 마그렛의 매력 때문에 더욱 낭만적인 엘비스 프레슬리 영화였고, 라스베가스라는 도시에 대한 홍보도 톡톡히 된 영화입니다. 전형적인 할리우드 식 상엉영화이고 젊음과 사랑으로 가득찬 분위기입니다. 후반부 하일라이트가 되어야 할 레이싱 경주는 그냥 부속물이 된 느낌입니다. 영화 도중 나오는 '내 라이벌' 이라는 앤 마그렛이 부르는 노래에서 자기의 라이벌은 푸른 색 스포츠 카 라고 넋두리 식 노래를 했지만 실상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앤 마그렛의 매력에 자동차 경주는 관심 밖이 된 셈입니다. 두 남녀의 매력에 철저히 의존한 오락영화지요.
ps1 : 앤 마그렛은 엘비스 프레슬리와 한 때 연인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자유분방해 보이는 여배우가 1967년 배우 로저 스미스와 결혼하고 2017년 그가 사망할 때까지 평생 같이 살았습니다. 할리우드 인기 여배우 중에서 단 한번 결혼하여 평생 함께한 보기 드문 경우죠.
ps2 : 앤 마그렛은 아직 생존해 있습니다. 1941년 생으로 올해 81세 입니다.
ps3 : 라스베가스가 배경이지만 도박장면은 거의 나오지 않습니다.
[출처] 비바 라스베가스 / 멋대로 놀아라 (Viva Las Vegas, 64년)|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