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테니스 역사의 시발점이 되는 곳 거문도

[라스트미션]

1885~87년에 걸친 영국 해군의 거문도 점령 사건이 있다. 조선은 병인양요때의 프랑스군과 신미양요때의미군을 어떻게든 물리쳤지만 (물론 엄청난 피해를 감수한 패배라고 보려는 시각도 있다), 이 때는 전라남도의 섬 하나를 2년이나 통째로 내주며 영국 국기를 걸게 놔두는 수모를 겪어야 했다.

비록 2년간이라고는 하지만, 일본이 아닌 서구 열강에게 우리 땅을 고스란히 뜯겼던 유일한 사례. 하지만 당시 거문도 사람들은 그다지 영국 해군에 대하여 반감을 보이지 않았고 뜻밖에도 영국 해군은 꽤 관대한 지배를 했다고 한다.

◆ 거문도 영국군 수병 묘지

이때 주둔 당시 병으로 죽은 영국 해군 수병 3명의 무덤이 거문도에 지금도 남아있다고 하는데 엘리자베스 2세 영국 여왕이 한국에 방문했을 때 여길 들려서 이 무덤에 헌화를 하려했으나, 복잡한 사정 및 일정 변경으로 취소되었다.

◆ 당시의 거문도 대장간

오히려 주민들이 영국 해군을 반기기까지 했다. 영국 해군은 거문도를 거점으로 삼고나서 진지보수나 포대 설치 작업시 부족한 인원을 보충하기 위해 거문도 주민들을 고용하여 작업에 동원했는데, 보수는 물론이며 끼니까지 챙겨주고 아픈 사람은 군의관이 치료까지 해주었다고 한다.

영국 화폐(파운드 스털링)는 조선인들에게 쓸모가 없어서 통조림이나 술 등의 물건으로 대신했다고. 당시 조선은 관의 착취 등으로 민초들의 생활이 피폐해진 상태였는데, 일은 일대로 죽어나게 시키면서 백성들 등처먹는 지방관아들의 행태와는 달리 갑툭튀한 덩치 큰 유럽인들은 일을 시키면 반드시 대가를 주니 오히려 주민들이 영국 해군을 물심양면 도와줬다고 한다. 그래서 2년 후 철군할 당시 주민들이 매우 아쉬워했다고 한다.

테니스 치니까 조선 양반들이 노비들 시키면되지 왜 힘들게 뛰어다니냐고 했던건 유명썰.

1885년 5월 영국군은 불법 점거하고 있던 거문도에서 청국 상해(영국 동양함대사령부 주둔지)까지 군사용 해저전선을 개설했다. 서로전선 설치 이전에 이땅에 개통된 두 번째 전선이었다.

갑신정변 이후 청국의 간섭이 더욱 심해지자 민왕후를 중심으로 한 정계는 이에 불만을 느끼고 러시아를 끌어들였다. 정부는 러시아와 비밀협약 체결을 추진하는 한편 〈육로통상협약〉을 체결하여 무역을 활발하게 하고 원산과 절영도에 러시아 군함 및 상선이 사용할 저탄장을 설치하는 등 러시아의 조선 진출이 눈에 띄게 증가했다.

세계 각지에서 러시아 세력과 맞서고 있던 영국은 러시아의 조선 진출을 저들이 오랫동안 주력해온 남진정책의 하나로 보고 커다란 위협으로 받아들였다. 영국은 1885년 4월 31일 동양함대 소속 군함 3척을 파견하여 거문도를 무력 점령하고 러시아에 대항할 준비를 갖춰나갔다. 거문도는 러시아 함대가 태평양으로 나가고자 할 때 이를 가장 효과적으로 저지할 수 있는 대한해협의 길목이었다. 영국군은 병영을 세우고 영구적인 요새시설을 갖추는 한편 청국 상해까지 해저전선을 가설하여 군사시설을 강화했다.

정부는 청국을 통해 영국의 거문도 불법 점령에 항의하고 수차 철군을 요청했다. 2년을 버틴 영국은 청국을 통해 러시아로부터 조선을 점령하지 않겠다는 다짐을 받고 1887년 2월 27일 거문도에서 철수했다. 이와 함께 거문도·상해간 해저전선도 폐기했다.




영국은 거문도 점령 40여 년 전에 이미 해군 함정 사마랑호를 동원해 제주에서 거문도까지 해역을 한 달 여에 걸쳐 정밀 탐사한 바 있다. 그 당시 영국 해군성 차관이었던 해밀턴의 이름을 따 거문도를 해밀턴 항으로 이름 붙이기도 했다.

거문도 점령 후 영국군대는 사람이 적게 살던 고도에 군대 막사를 짓고 항만 공사를 했다. 테니스 코트와 당구장 등도 이때 처음 거문도에 생겼다. 2년 동안 거문도 주민과 영국 점령군은 비교적 사이좋게 지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