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모 경제연구소에서 보내오는 비 정기적인 메일이 있다.
경제연구소와 관련 있는 다른 회사의 VIP 회원이라고 보내오는
고객서비스 중의 하나인데
그 메일이 참 좋은 정보와 삶의 지혜를 주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그 메일을 정독하기가 쉽지 않은 것은 세 파트로 나뉘어져 오는 동영상 때문이다
글이라면 혼자 조용히 읽겠는데 음소거 상태인 스피커를 켜고 소리와 함께 강의형식의
동영상을 봐야하는 것이라서 나로서는 회사에서 보기에 아주 부적합한 메일이다.
내용이야 전 직원이 보고 들으면 더 없이 좋은 내용이지만 회사의 상황은 그러하지가 않고
오늘은 내가 밖으로 나갈 체력이 되지 않아서 그동안 못 보냈던 영업메일을 쓰느라
머리를 짜내서 보내고 그래도 틈이나서 스피커를 켜놓고 방송처럼 진행하는 그 메일을 열었다가
가슴깊이 새겨지는 내용이 있기에 여기에 옮겨볼까 한다.
이야기는
아프리카의 한 마을에서 있었던 일이고 그곳으로 의료봉사를 나갔던 의사가 몸소
겪은 얘기를 친구에게 메일로 보내오면서 알려진 얘기다.
이야기속의 주인공인 추장의 아들은 외국에 나가서 공부하고 아프리카로 돌아온
사람이었고 그는 혼기가 꽉 찼으며 마을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혔다.
마을 모든 사람들이 이 추장의 아들의 혼사에 관심이 많았는데
그 곳의 풍습은
결혼하고픈 여자의 외모 성품에 따라 암소를 1마리~3마리까지 차등적인 선물을
여자의 아버지에게 가져다주는 것이다.
드디어
온 마을 사람들의 관심을 받는 추장의 아들이
청혼을 하러 가는 날
그가 끌고 나선 암소는 무려 9마리
사람들은 모두
얼마나 아름답고 대단한 여자길래?
그런데, 추장의 아들이 멈춰 선 곳은
병약하고 초라한 외모에
심약한 성품을 가진 여자의 집
암소 1마리 받을 정도의 여자로 밖에 보이지 않는 신부감 이었고.
이 광경을 목격한 의사는 실망과 궁금증을 뒤로 한 뒤 본국으로 귀국했고
몇 년 후, 휴가차 다시 아프리카에 간 의사는 그 마을에 들렀답니다.
추장의 아들은 추장이 되어 있었고 그 곁에는
우아한 자태와 유창한 영어,
아름다운미소까지 겸비한 완벽한 여자가 있더랍니다.
이 의사는 그 여인을
추장의 여러 아내중의 한 명
일것이라고 생각하고 “이 여인은 누구?” 냐고 했더니
추장의 얘기가
바로 암소 9마리를 받았던 그 못생기고 별볼 일 없던 그 처녀라고 하더랍니다.
어안이 벙벙해 있는 의사에게 추장은 이렇게 말했답니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저 사람을 사랑했습니다.
사실 제 아내는 암소 1마리면 충분히 혼인 승락을 얻을 수 있었겠지만,
저는 제 아내가 자신의 가치를 한두 마리의 암소 값으로 한정하고 평생을 사는 것을
원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세 마리를 훨씬 뛰어넘는 암소 9마리를 주었던 것입니다.
(그 마을에서 암소3마리를 받은 여자는 여태 2명밖에 없었답니다)
아내는 그 후로 자신의 가치를 그에 걸맞게 하려고
노력했던 것 같고, 나에 사랑에 자신감을 가진다고 했으며
그래서인지 아내는 점점 더 다워져만 갔습니다.
추장은 아내에게 공부를 하거나 꾸미거나 하는 것을 권하지 않았고
나는 당신의 있는 그대로를 사랑한다 하였지만
그녀는 그 말에 아랑곳 하지 않고 점점 더 아름다워 졌던 것이지요.
얘기는 여기서 끝이 나지만
저는 반성에 반성을 거듭하고 있습니다.
저는 가끔 삶의 이야기 방에
집에서 살림하는 남편 얘기를 투정하듯 놀리 듯 써 올립니다.
한 달에 10만원이라도 벌어다 주지, 100만원을 벌어다 죽면 행복해 죽겠네 하고...
아들 학원비라도 좀 보태게 뭐든지 좀 하지...하는 식의 글을 썼습니다.
남편이 출근을 안 하게 된 것이 언제인지
그것조차도 제 머릿속엔 없습니다.
그것은 하던 일을 그만 두기 10년 전 쯤부터 월급을 가져 오지 않았기 때문이고
그에 대해 제가 크게 나무라지도 않고 그것으로 싸움을 걸거나 화를 내거나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워낙 많지 않은 (92년부터 같은 금액) 월급을 가져왔었고
그러다가 중단되었기 때문에...
내가 더 벌면 된다는 생각으로 그렇게 살았습니다.
남편은 내가 다니던 회사의 사모님의 중매로 만나서
불과 몇 달 만나보지도 않고 얼떨결에 결혼을 하게 되었고
반듯한 직장을 가진 남자도 아니었고 또한 혼기 꽉찬 동생들이 줄줄이 셋이나
있었지만 성실해 보였고 무엇보다도 시어머니가
내 맘에 꼭 들어서 고민할 것도 없이 저런 어머니라면 잘 살 수 있겠다 싶었고
남편이 그대로 성실하게만 일해 준다면 부족한 것은 내가 일을 하니까 내가 벌면
되지 하는 생각이 그대로 되고 말았던 것이지요.
남편이 큰일을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한 번도 생각해 본적 없으니 그가 꿈을 가질 수 없었을 것 같고
그러나 남편을 낮춰서 무시하거나 하지는 않았음에도
손해를 봐도 좋으니 하고 싶은 게 없냐고 시도해 보라 했으나
할 줄 아는 게 제한적이고 그게 전망이 없다 생각해서인지 뭘 하고 싶다는
의사를 표현하지도 않았고 그냥 그렇게 밥하는 남자로 주저앉게 되었습니다.
어머니는 내가 아무것도 살림에 대해서는 배우지 못하고 시집왔음에도 불구하고
한 번도 뭘 못한다고 나무라지도 않으시고 이제라도 배우면 된다는 말씀으로
나이만 먹은 며느리를 막내딸처럼 배려해 주셨으니 그 고마운 마음은
‘내 잊지 말고 잘 해야지’ 하는 마음을 가지고 해 주셨으니
어머니께선 제게 암소 9마리를 주신 분 이셨나 봅니다.
나는 여기서 이렇게 반문합니다.
나는 과연 남편에게 몇 마리의 암소를 주었나?
내 소중한 주변 사람들에게 몇 마리의 소를 주었나?
여기서 암소의 의미는 물질적인 가치가 아닌
내가 사람들에게 부여한 가치. 평가를 말합니다.
저는 종종 이런 얘기를 듣습니다.
‘니네 사장님 너 월급 더 줘야 겠다’
‘그렇게 열심히 일 하는데 월급 좀 더 달라고 해’
‘월급도 안 올려주는데 뭐하러 그렇게 열심히 일하니 대충해’
저는 다행이도 ‘나는 월급이 작으니까 그만큼만 해야지’ 하는 태도로 사는 사람이 아니고
더 많이 일하고 더 열심히 일해서 성과를 내서
월급을 더 많이 받겠다 하는 사람입니다.
가끔 남편이 그 놈의 회사는 무슨 일을 그렇게 많이 시켜? 라고 모르는 말을 하지만
일은 시켜서 하는 게 아니고 만들어 합니다.
내가 할 줄 아는게 그것뿐인데
그 일이 아니고 집에 들어앉으면 우리식구 밥은 누가?
지금 회사에 처음 입사했을 때에는 제가 지금처럼 영업을 하게 되리라곤
전혀 짐작하지 못했습니다.
회계 및 관리 파트를 맡아 하던 저에게 사장님께서 영업을 하면 남자 영업사원보다
더 잘할 것 같다고 하셔서...
맡은 일을 다 해내면서도 틈이 나면 슬금 슬금 한 발 한 발 내딛은 것이 이젠
마케팅 팀장까지 겸하게 된것이니
아마도 저희 사장님께서 암소9마리의 가치를 제게 주셨나 봅니다.
그래서 저는 그 가치를 다 하려고 부단히 애 쓰는 모양이구요.
전 직장에서 스카웃 해서 올 때에 이미 제 영업 가능성을 보셨다 하시는데...
저는 제가 의료기를 팔러 병원 가서 원장을 만나고 교수를 만나게 될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남편에게 제가 9마리의 암소의 가치를 줬더라면
그도 달라졌겠지요.
제가 꿈이 너무 작았던 까닭에 꿈을 가진 사람을 주저앉게 한 것은 아닌지.
지금에 와서 당신은 배우고 싶은게 없느냐?
그림을 그려도 잘 그릴 것 같고
뭘 만들어도 잘 만들 것 같고
역사에 밝아서 그 계통의 일을 해도 잘 할 것 같은데...
자기의 나이는 뭔가를 배울 나이가 아니라는 이 남자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노느니 공력으로 봉사활동을 나가도 좋을텐데
너무 극과 극의 사람이 같이 살고 있습니다.
복을 받는 사람은 복 받기를 기다리는 사람이 아닌.
누군가에게 복을 주는 사람이랍니다.
나만 이라도 복을 받기 위해서
복을 줘야지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다른 촛불에 불을 옮겨준다고 내 촛불의 빛이
사라지지 않은 것처럼,
빛은 나누어줄수록 더 밝아진다 하니
우리 서로 빛을 나누어 볼까요?
오늘의 반성은 여기가 끝입니다.
세상은 공평하다는,
님의능력이 있기에 남편분이 믿는거겠지요.
가정을 지켜주는 남편분이있어 님이편안하게 일할수 있는거 아닐가요?
좋은쪽으로 생각하며 사는것이 정신건강에 좋을듯합니다.
지는...안 공평하다고 생각혀는디요.
말씀 고맙습니다~~^^*
나에게 큰 가치를 부여해 주는 사람이 있다면 그에 상응하는
노력을 할것같은 생각이 듭니다.
님이 이쁜 그 이유처럼...
九牛力..이란 표제로 오래 기억될듯합니다 ㅎㅎ설잠깬 772
더 주무신거죠?
며칠 있으면 내 소중한 보물을 품에서 떠나보내야 한다는 생각에
만감이 교차하는지 요즘 한숨 자고나면 통 잠을 이룰수가 없어
컴에 들어왔다가 커피님의 글을 보면서 결혼 전 친정엄마가 해주시던 말씀이 생각나게 하는 글이라 댓글 잡아봅니다 .
남자는 여자를 잘못 만나면 평생을 고생해야 하지만
여자는 남자를 잘못 만나면 3년만 고생하면 된다는 말씀을 해주셨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가정에서 안주인의 역활이 그만큼 중요하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두분 역활은 서로 바뀌었지만 커피님 아주 현명하고 지혜롭게 사시는 분 맞습니다 ...
님 덕분에 몰랐던 것을 배웁니다.
여자의 역할이 크군요.
고맙습니다
요즘은 남과 여의 확실한 구분이 없는 시대인 듯해요
주변에서 더러 봅니다 이제는 그런 이야기가 이상해 보이지 않는 것은 시대가 많이 변한 듯해요
커피님의 능력이 저도 부러운데요 그래도 조금 아쉬움이 있다면 남편분에게도 아직 늦지는 않았을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언젠가는 좋은 때가 오지 않을까요? 커피님 주말 잘 보내시고 늘 슬기롭게 잘 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그래요 좀 아쉽죠
좋은 때가 와주길,..
덕분에 주말 잘 보내고
잘 쉬었습니다
내일의 일의 슬슬 걱정되기 시작하는 시간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