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 6시 경 모텔을 나선다.
들길을 따라 걷는다.
좌 우 밭 띠엄 띠음 무우 푸대기가 서있다.
톤백에 가득히 체워진 량이 600키로씩 된다고 한다.
정선에는 콩을 많이 심었던데 예천에는 무우를 많이 심는다.
예천의 땅은 마사토가 많다. 따라서 뿌리 식물이 좋을듯하다.
아직 이곳의 주변에 익숙해있지 못하다.
우마차가 다니면 알맞을 듯한 길을 걷는다.
어둠이 깔리기 시작한다.
길은 외길 오솔길로 접어든다.
지나온 길의 방향을 대충 짐작하며 숙소를 중심으로 한바퀴 돌아 들어갈 요량이다.
산 능선을 타다가 계곡을 건너기도하고 묘지를 지나기도 한다.
숲속에서 꿩이 놀라 푸드득, 어두컴컴한 공중으로 날아 오르고
머리위의 나뭇가지에서 밤을 지내려던 비둘기도 놀라 날아간다.
멀리 부엉이 우는 소리도 들린다.
걷는 내내 이생각 저생각 떠 올리며 걷는다.
가까이서 푸드득할 때는 깜짝깜짝 놀라는 바람에 소름이 돋는다.
이런 때에 같이 있어야하는데
이런 환경에서 곁에서 푸드득하면
와락 나에게 안길지도 모르는데 ㅎ ㅎ ㅎ
그런 기회가 주어질 복이 없는 모양이다.
옛날 통행금지 있을 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노니다가
사고? 친 사례들이 더러있었다는데
그런데 이상하다.
캄캄한 밤에 울산의 하늘을 비행하는 까마귀 때를 본 사람있는가?
그 많은 까마귀들이 묘기 비행을하듯 하늘을 누빈다.
박쥐 때도 캄캄한 동굴속에서 놀라 갑자기 날아 나올 때
이들한테 한결같이 궁금한 것이 있다.
서로 부딪히지 않는다는 것이다.
이제 내가 소리를 내기 시작한다.
노래를 목이 터져라 부르는 것이다.
아니 생잡이 소리를 지른다.
''한많은 이 세상 야속한 님아 정을 주고 몸만가니 눈물이 나네..........'
내 눈에서 갑자기 눈물이 난다.
아니 그냥 겉잡을 수 없이 주루룩 흘러내린다.
서럽다.
그냥 서럽다.
지나온 회한의 눈물
내가 늙으면???
내 신세가 처량하다.
이런 저런 서러움에 젖어 한참을 오긴 왔는데 방향감각을 놓쳤다.
어쨌던 길은 외길, 되돌아 가면 몰라도 방향은 모르지만 이 길을 가야한다.
계속 앞으로 나가기로했다.
가수 지망생이 목소리를 트이게하는 과정처럼 산천이 떠나가도록 한많은 이세상을 연속 불러댄다.
가뜩이나 어두운데 산골이라 더 캄캄하다.
내가 고성방가를 하면 뭇 짐승들이 먼저 달아날 것이기 때문이다.
발 디딜 땅의 굴곡도 가늠하기 힘들 정도다.
무성한 풀숲을 헛디디기도 하고 가랑잎이 쌓인 패인곳에 헛디뎌서 술에 취해 몸가림을 못하는 듯
몸이 넘어질듯 휘청거리기도한다.
더군다나 눈물마저 앞을 가로막는다.
멀리 몇몇 안되는 마을에 띠엄띠엄 불켜진 가로등불이 나뭇가지 사이로 스쳐 지나간다.
그리로 가고자해도 길은그 방향이 아니다.
방향이 어디로 나가질지 모르지만 나오는 대로 가야한다.
되돌아 가자니 너무 많이 와버린 것 같다.
등골에는 이미 땀이 배이고 당황해지고 걸음은 허겁지겁 빨라진다.
가끔 마음을 다잡으며 진정하고 침착하자고 스스로 격려한다.
엎친데 덮친격으로 마려워 진다.
가져온 화장지도 없고 주변을 살핀다.
헨폰의 후렛쉬로 칡넝쿨을 찾는다.
내가 어릴 때는 볕짚을 꼬깃꼬깃 접어 닦았다.
한참 클 때에서야 일반 종이류를 사용했다.
다른 가랑잎 보다는 그래도 칡잎을 사용하면 훨 나을것 같았기 때문이다.
칡잎 몇 잎을 줏어 조금가다 묘지에 이르자 간단히 볼일을 보고 다시 걷기 시작한다.
마침 칡잎은 바싹 마르지 않고 약간 꿉꿉하여 사용하기 좋았다.
드디어 어렴풋한 시야가 트이며 들판이 나타났다.
밭둑을 따라 나오다 보니 포장된 길에 닿았다.
한숨 돌리고 헨드폰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온 거리보다 더 먼길을 가야한다.
저 멀리 찻길이 보인다.
간간이 달리는 차 불빛을 보고 가늠했다.
들판길 좌우로 하우스들이 줄지어 나타난다.
하우스 사이 규모가 작은 텅빈하우스에 평상이 있고 목침도 있다.
일 하다가 참을 먹고 쉬는 쉼터 같았다.
고기도 구워 먹고 술도 마셨겠지
며칠 생활하는 동안 젊은이를 본적이 없다.
다들 도시로 떠나고 오갈데 없는 노인들만 남아 고향을 지키고있다.
중,고등학교를 다닐때만해도 들에서 일하고 점심이나 저녁은
정지간 천정에 매달아 놓은 산데미에 담아놓은 꽁보리밥 덩어리를
바로 길러온 우물물에 말아 고추와 마늘을 된장에 찍어먹던 생각이 났다.
그 때는 그렇게 먹는 것도 참 맛있었는데...
바지 가랭이에 달라붙은 도둑 가시를 한참이나 뜯어냈다.
하늘엔 별들이 촘촘하다.
2014.11.12 예천에서
첫댓글 글을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자가용 헬리콥터를 직접 조종하시나요?
ㅎㅎ 네 사업용입니다.
짚시님........... 아직도 여기저기에서..
흔적 남김에 감사해요.
네 자주 들락 거리지 못해 죄송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