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 년 12 월 13 일 토요일 맑음
봄은 빨리오고
겨울은 천천히 오면 좋겠는데
해야할 일들은 끝이없는데
서둘러 밀려오는 강추위에
벌써 땅이 꽁꽁 얼어간다.
그동안 얼마나 정신없이 서둘러서
그 많은 일들을 악착같이 했음에도
가장 시간이 많이 걸리는
거름더미 만드는 일이 고스란히 남게 되었다.
그뿐이랴
여기저기 땅을 파헤쳐 기초공사만 하여두고
가을수확 갈무리일에 시간을 뺏겨
미처 해두지 못한 돌일과 흙일도
급한 마음을 부채질한다.
그래서 어쩔수 없이
다급한 형편에 맞추어
미니 포크레인의 힘을 빌리기로 한것이다.
처음 포크레인을 빌린 날로부터
벌써 여러날이 지나간다.
비록 미니 포크레인이지만
역시 포크레인의 위력은
대단한 매력이 아닐수 없다.
설상가상 포크레인을 빌리기 시작하자마자
기다렸다는듯이 몰아닥치는 강추위에
웬종일 앉아서 운전해야하는
포크레인 홍기사 재홍이가 고생이 제일 많았지만
풀천지 가족 불굴의 투지로 밀어붙여
엄청난 양의 거름더미 일을
빠른시간안에 끝낼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거름일을 간신히 끝내놓고
흙일을 시작하는데
벌써 땅이 꽁꽁 얼어간다.
조작법 몇가지만 귀동냥으로 숙지했을뿐이라
조심조심 시작하면서
이리저리 익힐수밖에 없었는데
타고난 재주를 가진 재홍이답게
빠르게 숙달되어간다.
모든 기계 조작은
제대로 하지 않으면
반드시 문제가 생기는 법이다.
섣불리 아는것보다
차라리 아무것도 모르는체
신경을 곤두세우고
포크레인의 모든 상태를 살펴가면서
애쓴 보람끝에
재홍이와 포크레인이 한몸이 되어간다.
포크레인의 힘이 아무리 편리해도
결국 사람의 손이 가지 않으면
결코 깔끔한 마무리가 되어지지 않는 법이다.
언땅을 부숴가며 할수밖에 없는 형편이라
포크레인의 덕을 톡톡이 보고 있는 셈이지만
꼼꼼한 풀천지의 정성이 들어간
손크레인의 위력은
지난 14 년여의 귀농생활동안
우공이산의 기적을 만들어오곤 했던 것이다.
그 숨막히도록 바쁜 와중에
마지막 겨울바람에 떨고있는
마늘과 양파들을
새로 지은 2 층 저장창고에 저장하기 위해
문을 달고 창문틈을 메꾸는 작업을 하다보니
어느새 땅이 깊숙히 얼어버려
미니 포크레인 바가지의 위력으론
힘들게 되고만다.
유압 계통의 힘을 주로 써야 하는 포크레인은
추운 겨울엔 특히 조심해야 하므로
쁘레카를 이용하여
언땅을 일일이 깨부숴가며
포크레인 작업과 병행한 끝에
울퉁불퉁했던 뒤뜰의 물길 작업을
보기좋게 만드는데 성공하였다.
날씨가 좀 풀렸으면 좋으련만
갈수록 거센 바람까지 데리고와
강추위의 심술이 대단하지만
못말리는 풀천지 가족의 오기는
늘 그보다 더 대단하였다.
온마음을 써준 정깊은 이에게
가눌길 없는 고마움을 전하여본다.
그토록 조심조심 포크레인을 썼는데도
다양하게 발생하는 이런저런 문제들을
하나하나 애를 써서 말끔하게 해결하며
애지중지 길을 잘 들이며 사용한 덕분인지
풀천지가 인정하는 최고의 포크레인 전문가 아우를 불러
포크레인을 제대로 사용하는데 필요한
전반적인 사항들을 교습받는 자리에서
생각보다 좋은 호평을 받기도 하였다.
짧은 인생을 살아가면서
쓸데없이 많은 인연에 휩싸일 필요는 전혀 없지만
꼭 필요한 좋은 인연들은
잘지키고 간직해 놓으면
꼭 필요할때 소중한 친구가 되어주는 법이다.
아무것도 모른체로
무작정 포크레인을 빌려다 놓고서도
어쩔수 없이 수리점에 한번 갔다오긴 하였지만
귀농초기 언젠가는 포크레인의 힘이 필요할때를 대비하여
여기저기 수소문하여 자타가 인정하는
포크레인 최고의 전문가를 알아내어
직접 찾아가 형님 아우로 맺어놓았더니
날씨가 추운데도 일부러 찾아오는 수고를 아끼지 않고
정말 필요한 것들을 아낌없이 가르쳐주어
제대로 배울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고마운 아우가 가고난후
재홍이가 한마디 한다.
" 이제 이렇게 잘 관리해서 쓰면
정말 고장날수도 없겠지만
고장이 나도 아무 상관없을것 같네요 ~ "
무엇을 하던
세월이 아무리 흘러도
단한번만이라도
제대로 아는것과
대충 아는것의 차이는
비할바 없이 클수밖에 없을 것이다.
60 cm 높이로 옹벽을 쳐놓은 집터 자리에
큰돌과 작은돌 잔자갈까지 골고루 섞어서
견고하게 채우고 다지는 기초 작업을 하고있는 중이다.
우리가 하고자 하는 방식을
집짓는 전문가들에게 자문을 구해보면
눈이 휘둥그레 지면서
뭐하러 그렇게 애터지게 하느냐며
그냥 흙과 섞어 잡석 다짐을 해버리라 한다.
물론 그렇게 대충해도 될것이다.
그래도 풀천지 가족은
풀천지 방식대로 고집하여
풀천지스럽게 지어놓고
풀천지처럼 살것이다.
올해는 이미 집짓는 일에 마음을 뺏겨
평소보다 대충 거름더미를 만들어 놓았지만
해마다 부지런히 만들어놓은 거름더미의 양이
작년 한해 농사에 다 쓰고서도
저만큼이나 많이 남아 있어서
내년 한해 농사는 충분히 쓸수 있기 때문에
올해 대충 만들어놓은 거대한 거름더미는
따뜻한 봄이 돌아오면
닭장 거름과 흑염소장 거름까지 섞어서
양질의 거름 더미를 만들어
2 년이상 숙성시켜놓으면
최고의 거름더미가 만들어질수 있고
최고의 농사와 최고의 작물을
기약할수 있을 것이다.
좋은 농사는
좋은 거름이 만들고
좋은 사람들이 만드는 법이다.
풀천지 가족은
반드시 좋은 거름을 해마다 만들기 때문에
좋은 사람들이 될수밖에 없는 것이다.
꽁꽁언 추위를 무릅쓰고
바깥일에 여념없는 남정네들을 위하여
풀향기 아내도 나름대로 바쁘기만 하다.
맛있는것도 만들어주고 싶고
때맞추어 동물들 먹이도 챙겨주어야 하고
이런저런 잔일도 해나가야 하고
어찌보면 남정네들보다 더 바쁘기만 한데
함께해줄 딸내미도
며느리도 하나 없으니
안타까운 실정이다.
파쇄기 창고이다.
조금 성이 안차지만 그래도 깔끔하게 정돈되어 있다.
남에게 보여주기 위한 정리는 할필요 없지만
스스로 보기에 기분좋은 정리는 반드시 필요한 법이다.
10 년 가까이 풀천지 산문을 지키던 곰이 죽고
그토록 귀여웠던 똘복이 녀석이 일찍 가고난후
텅비어 있는 풀천지 산문이 텅 비어있다.
풀천지와 어울리는
건강한 견공을 기대해 본다.
하우스는 텅 비어있을때가
가장 아름다운것 같다.
우리네 인생도
텅 비어가면 더 아름다울 것이다.
비어있는 겨울들녘에
그늘진 바람이
못다한 그리움의 흔적을
지켜내고 있다.
흙은 겨울에는 꽁꽁 얼어버린다.
그래야지 불쌍한 농부들이
조금이라도 마음편히 쉴수 있는데
요즘은 겨울에도 쉴수 없는
돈벌이 욕심들이 여기저기 많기만 하다.
밖은 쌩쌩 추워도
한낮의 비닐하우스 안은
따사로운 행복이 가득하기만 하다.
기쁨은 슬픔을 위해 존재하고
희망은 절망을 위해 존재하고
따사로운 행복은
마음시린 불행을 위해
언제든 준비되어 있는 법이다.
이 추운 겨울에
돌이킬수 없는 병환으로
모진 고생을 일삼고 있는 가족들에게
밝음과 어둠이 공존하는
자연속 치유의 이치를
안타까이 전하여본다.
병원이 있어도
죽음은 어김없이 찾아오지만
병원이 없으면
온갖 병도 함께 없어지지 않겠는가 ?
하루 스물 네시간 어머니 병간호에 갇혀있는
평생 결혼도 못한 친구녀석에게
풀길 없는 안타까움도 전해본다.
아무리 추워도
마음만 따뜻하면
무엇이든 할수 있다.
첫댓글 소소한 일상이야기 즐겁ㄱ 유익ㅎㅏ게 잘 읽었씁니다. 그리고 내년이는 꼭 가보고 싶은 생각을 갖어봅니다. 건강유의하세요.
밀려오는 찬바람에
가을 들녘을 비워내는 수확물들을
일일이 갈무리해내자면
겨울이 와도 여전히 바쁘기만 하답니다.
더욱이 올해는 집짓는일까지 겹치다보니
풀천지 일기도 제때 못올리는데
정겨운 따뜻함으로 안아주시니
고마울 따름입니다.
날이 풀리면 반가이 한번 들르시어
소박한 생활의 즐거움을 나누게되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