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춘추
전환기의 서울대, 새 총장의 리더십 기대한다
서울대총동창신문 제490호(2019. 01.15)
이선민(국사80-84, 57세) 조선일보 선임기자·/ 본지 논설위원
지난해 서울대는 사상 유례 없는 ‘총장 재 선출’ 사태를 겪었다. 학내 구성원들이 반년 가까이 공들여 정해진 절차를 밟고 중지를 모아서 뽑은 총장 최종 후보자가 뜻밖의 사태로
낙마했다. 총장 선출 절차를 다시 밟아 새로운 최종 후보자를 선정하는 데 또 반년 가까운 시간이 걸렸고
그 과정에서 결국 해를 넘기고 말았다. 그 결과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명문대학의 수장(首長)이 장기간 공백이 되면서 정책 결정과 집행이 중단되는 상태에
빠졌다.
돌아보면 서울대가 제자리에 멈춰선 듯한 인상을 주기 시작한 것은 꽤
오래됐다. 가까이는 2016년 가을부터 장기간 계속된 일부
학생들의 대학본부 점거 사태로 10년 전부터 추진해온 시흥캠퍼스 조성 작업이 중단됐던 것이 그런 느낌을
갖게 했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1년 말 법적 지위가 ‘국립대’에서
‘국립대학법인’으로 바뀐 이후 만 7년이 지났음에도 아직까지 몸에 맞지 않은 옷을 입은 것처럼 적응을
못하는 모습이다. 서울대 교수로 재직하는 친구나 지인을 만나면 좀처럼 반전의 계기를 찾지 못하고 계속되는
서울대의 침체 상태에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그래서 모교의 새 총장에게 거는 기대가 남다를 수밖에 없다. 아니 앞으로 4년간 서울대를 이끌게 될 총장마저 전환기의 최고 대학
수장에 걸맞은 리더십을 보여주지 못하면 서울대가 방향을 잃고 표류(漂流)하게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생각이다. 그 동안 관심을 갖고
지켜 본 서울대의 모습은 솔직히 무기력하기 짝이 없었다.
이제는 서울대가 지지부진한 지난날을 떨쳐버리고 다시 앞으로 성큼성큼
나아가야 할 때이다. 법인화의 취지가 교육부의 통제에서 벗어나 인사·조직·재정의 자율성을 통해 도약과
발전을 이루는데 있었다면 과감하게 자율성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그렇게 하는 데 법적·제도적으로 걸림돌이나
미비점이 있다면 빨리 정리하고 보완해야 한다.
무엇보다 강조하고 싶은 사실은 역사적으로 이어지는 ‘서울대 공동체’는
특정 시점 구성원들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총장 선출이나 중요한 의사 결정에서 자기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려는 학내 이기주의가 발목을 잡고는 했다. 대학이 집단이기주의에 휘둘리거나 영합하지 않으려면
과감히 문호를 열고 외부의 쓴 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새 총장은
21세기 서울대의 백년대계를 수립하고 초석을 놓은 ‘명(名)총장’으로 역사에 기록되기를 간절히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