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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진암
 
 
 
카페 게시글
나도 사진 작가 스크랩 제주 올레 9코스
하늘바다 추천 0 조회 150 10.04.22 07:58 댓글 13
게시글 본문내용

 

제주 올레 9코스

- 대평 ~ 화순 올레 -

 

 

 

2010년 4월 8일, 올레 9코스를 시작하기 위해 형제섬과 송악산을 바라보이는 대평포구 해녀 식당에서 아점을 먹고

오전 10시 30분 첫발을 딛는다.

이 아름다운 길을 다듬고 살피는 (사)제주올레를 직접적으로 후원을 하지 못하지만

제주올레 패스포드를 구입하고 처음으로 도장을 찍었다.

 

 

대평포구다. 작고 아담하다.

포구 곁에는 병풍처럼 바람과 파도를 마주하고 선 박수기정이 외롭지만은 않다.

기정은 벼랑의 제주 사투리다.

저 위를 걸으며 숲길과 바다를 마주할 것이다.

 

 

4월의 유채꽃이 대평포구 초입 예쁜 카페 곁에 서서 바람에 흔들린다.

"반갑수다예."

 

 

대평포구 해안을 지나면 말이 다니던 길, 물질이다.

파도가 꽤 고요하다.

오늘 길을 미리 보여주는 것일까?

 

 

아마도 가정 길인 것같다.

이름을 알지 못해 미안하지만 넓고 폭신한 길과 나무 그림자가 정겹다.

"여긴 혼자보다는 둘이서 딱 걷기 좋겠다."라는 생각이 더해지며

살짝 사람냄새가 그립다.

아니지, 속내를 감추려는 몸짓으로 고개를 두어번 건성으로 흔든다.

 

 

박수기정을 끼고 도는 볼레낭 길, 낭은 제주사투리로 나무를 뜻한다고 한다.

볼레는 뭘까? 보리수일까?

저 멀리 형제섬과 섬처럼 보이는 송악산이 바다를 바라보는 내 눈이 막막함을 느끼지 않도록

좋은 친구로, 올레길의 동행으로 내 걸음을 따라온다.

 

 

박수기정의 정점이다. 바다에서부터 130미터

큰소나무 아래 바다를 향해 몸을 굽힌 작지만 겁없는 소나무를 만난다.

 

 

소나무는 무얼 생각하고 있을까?

그가 내게 말을 건낸다.

"나는 매일, 매순간 번지 점프를 꿈꾼다."

 

 

봉수대를 지나면 만나는 지그재그 꼬부랑이다.

소나 말은 지나지 못하는가 보다.

 

 

안덕 계곡을 향하는 길 초입, 황개천과 삼방산이다.

이제 시원하게 솟구친 삼방산을 계속 마주보며 걸을 것같다.

 

 

유채꽃이 흐드러지게 피고

그 사이로 난 길을 걷는다.

슬쩍 "이쁘다!" 칭찬도 하며...

 

 

유채꽃 핀 작은 길

바지 깃과 부딪치며 나는사각사각 소리에

콧노래 또한 흥겹다.

생명 솟구치는 봄날이다!

 

 

내가 소띠라서 그런지 소만 보면 흐뭇하다.

사람, 자연 등 그 모든 관계에 있어 자투리 작은 연관만 있어도

한결 쉽고 편하게 인연을 키워간다.

사람이란....!

 

 

 

 저~어기 올레꾼들이  가장 어울리는 곳에 있다.

저들은 나를 앞서 가던 이들이 아니라 거꾸로 길을 걷는 이들이다.

그래서 길 가운데에서 그들과 인사를 나눌 수 있다.

우리 삶의 자리도 모두가 다 똑같다면 뒤통수, 엉덩이만 보고 걷겠지!

서로 다르기에 만남 또한 풍요롭고 예쁜 얼굴 똑바로 또는 힐끗 바라 볼 수 있을터!

 

 

안덕계곡, 적절히 가파른 길을 걸으며

내려다 볼 수 있다.

오르고 내리고 위를 보고 아래를 보고...

 

 

아래를 보는 올라왔던 길을 휘둘러 내려가

저 아래 저 돌징검다리를 건넌다.

발 아래와 머리 위를 바라보며

 

 

정형화 된 구조물이 아니다.

얼기설기 놓여있다.

물이 불으면 또 다른 길을 찾아 더 휘돌아 갈 것인지 되돌아 갈 것인지

내가 마음을 먹고 몸을 움직여야 한다.

 

 

 

 

미리 살펴본 정보에는 그저께 이곳을 지나기 위해서는

신발을 벗고 양말을 주머니에 일단 보관하고

미끄러운 듯, 위험한 듯 지나야 한다고 했는데,

난 그저 살짝 한발짝만 옆으로 옮겨 걸으면 되었다.

 

 

 

잠시 한숨 돌리며 몇몇 지인들에게 물소리, 새소리, 바람소리 들려준다!

한가로움, 여유를 들려주며

이 세상에 당신들이 있어 좋다고...

 

 

 

계곡을 벗어나 삼방산으로 또 다시 뛰어든다.

사람의 흔적이 다시 나타난다.

 

 

 

 

청보리다!

그 짙푸름이 꽃보다 더 예쁘다.

반복반복해서 눈, 마음으로 들어온 옛 손님보다

갑자기 나타난 새 손님이 더 예뻐보인다.

한참을 길 위에서 손잡고 반가운 인사를 주저리 주저리....

 

 

 

이제 올레 9코스가  서서히 끝나간다.

이 길만 돌아서면 화순해수욕장이다.

9.1 Km의 올레 코스 중 짧은 코스이지만

풍요롭고, 예쁘고, 오르고 내리고

산과 바다, 들과 밭과 마을...

길이 있다!

 

자, 나를 기다리는 올레 10코스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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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 10.04.22 10:25

    첫댓글 신부님, 그냥 불러 봤습니다.... ^^.....

  • 10.04.22 10:44

    친정 부모님 모시고 가족들과 어버이날 제주도 가는데 저도 이코스를 꼭 가볼까 합니다 신부님 덕에 현지 답사 확실히 했습니다 신부님 .......... 저도 그냥 불러 보았습니다 늘 감사히 잘 보고 있습니다...^^

  • 10.04.22 12:51

    저도 6월말에 제주도 가는데 저는 7번코스 걸을겁니다 ^^..ㅎ

  • 10.04.22 11:57

    신부님! 세상에서 제일 행복하신 것 같습니다.

  • 10.04.22 19:05

    저도 제주도 살지만 아직 못 가 본 올레길을 신부님 덕분에 행복한 마음으로 구경하네요. 감사합니다. 풍경들이 너무 예쁩니다.

  • 10.04.22 19:30

    사람사는 집조차 아름답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 10.04.22 21:11

    올레길 9코스를 걷는 마음으로 그림을 보았습니다.. 다음은 10코스인가요? 기대됩니다 그리고 감사합니다.

  • 10.04.22 22:34

    계획중인데...신부님께서 답사해 주시니 참고가 되겠어요...감사합니다..^^

  • 10.04.23 08:51

    20일과 21일 22일까지 올레 7코스와 8코스 그리고 9코스까지 남편과 걷고 왔습니다. 이런저런 이야기 나누며, 결혼 생활 25년을 뒤돌아 보기도 하고,
    남편에게 세가지가 있어서 여기 왔으니 감사하게 생각하자고 했습니다. 배낭에 3일간 사용할 물건들을 챙겼는데 걷다보니 무거워서 괜히 필요없는 것들을 가져왔구나 하면서 후회도 하고 , 어쩌면 삶에서도 필요없는것들을 나누지 못하고 많이 가지고 있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신부님 상세하게 올려 놓으셔서 참 좋습니다.

  • 10.04.23 12:31

    신부님 여행 잘하고 갑니다.

  • 10.04.25 22:05

    아!~청보리! 제주에서 보기드믄 계곡물도 볼 수 있네요. 올레 코스 상세히 보여주심에 감사드립니다. 몇코스는 돌아보았는데, 상세한 설명에 더욱 더 가고싶어요.

  • 10.04.26 00:11

    '통과' 마을 뒷 산이라도 올라야지..... 보기 참 좋읍니다.

  • 10.04.26 23:50

    신부님 덕분에 올래길의 맛을 조금이라도 볼 수 있네요.. 저도 언젠가는 저 길을 꼭 한 번 걸어야지.. 하는 각오가 점점 강해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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