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字 隨筆 문득.1290 --- 마음은 곧잘 까다로움을 피운다
여행을 훌쩍 떠난다. 집안에 갇혔던 마음을 풀어놓고 싶다. 어딘가로 떠나 기분을 전환하고 싶은 것이다. 마음을 새롭게 충전하는 것이다. 그러나 막상 여행을 떠나보면 잘 알듯 불과 며칠 지나지 않아 지겹다고까지 여겨졌던 집이 슬그머니 그리워진다. 빨리 돌아가고 싶어 남은 일정을 헤아려도 본다. 날이 갈수록 피로가 쌓이고 빨리 돌아가야 아무래도 마음도 몸도 편할 것 같다. 오랜 계획 끝에 어렵게 떠나온 여행인데 힘없이 무너진다. 아무래도 변화보다는 안정된 생활이 몸에 익고 편한 것이다. 그만큼 습관을 무시할 수 없다. 물론 낯선 곳에서 낯선 사람들과 낯선 생활을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 그토록 기대했던 여행도 마다할 만큼 갑자기 집이 그리워지는 것이다. 그렇다고 집에 특별한 것이 있어서라기보다는 평소 나의 생활영역이었고 쉼터이면서 나만의 공간으로 가장 낯익은 곳이었기 때문일 것이다. 물론 여행은 좋다. 다소 힘들어 고생되기도 하지만 그 이상으로 얻는 것도 있다. 그것이 묘미이며 버릴 것은 버리고 새로운 것으로 채울 기회를 얻게 되면서 평소 접하기 어려운 여러 체험을 통해 꼼꼼하게 나를 돌아보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여행은 갑작스러운 환경의 변화로 사실상 시작도 끝도 없는 방황 같을 수도 있다. 어느 한 부분을 툭 치고 들어갔다 빠져나오는 것 같기도 하다. 사실 끊고 맺는 것이 분명하지 않고 좀은 애매모호 하고 아리송할 때도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퍼즐을 맞추듯이 즐기면서 얻을 것을 챙기는 여유도 있다. 그러면서 호기심을 하나하나 풀어보기도 한다. 때로는 기대치에 크게 못 미치면서 별것 아니라고 실망하는 것보다는 차라리 만나지 않고 보지 않는 것이 마음에 나을 수 있다. 그러다 뜬금없이 여행하던 모습을 꺼내보듯 그리워하고 되새김해보며 웃음을 머금기도 한다. 마음은 곧잘 까다로움을 피운다. 이랬다저랬다 변덕스러워 종잡을 수 없을 때도 있다. 그래서 내가 나를 아주 잘 아는 것 같으면서 아주 캄캄한 것처럼 내가 나를 모른다고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