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문수보살은 유마힐에게 물었다.
"보살은 어떻게 병든 보살을 위로합니까?"
유마힐은 대답했다.
"몸이 무상한 것은 설하지마는 몸을 싫어하고 여의는 것은 설하지 아니하고, 몸에 고통이 있는 것은 설하지마는 열반을 즐거워하는 것은 설하지 아니하며, 몸에 나我가 없는 것은 설하여 중생을 교화하도록 권하고, 몸의 공적한 것은 설하지마는 필경에 적멸하는 것은 설하지 아니하고, 전에 지은 죄를 뉘우치라고는 설하지마는 과거로 들어가는 것은 설하지 아니하며, 자기 몸의 병과 저이의 병을 민망히 여기고, 마땅히 숙세 무수한 겁의 고통을 생각하며, 마땅히 일체 중생을 요익하게 하여 닦을 바 복을 생각하고, 정명을 생각하고 번뇌를 내지 않고 항상 정진하며, 마땅히 의왕이 되어 모든 병을 고치기를 생각해야 할 것입니다. 보살은 마땅히 이렇게 병든 보살을 위로하여, 그로 하여금 즐겁게 해야 할 것입니다."
문수사리, "거사여, 병이 있는 보살은 어떻게 그 마음을 항복받습니까?"
유마힐, "병이 있는 보살은 마당히 이렇게 생각해야 합니다. '지금 나의 이 병은, 전세의 망령된 생각과 거꾸로 된 생각 및 모든 번뇌로부터 나서 진실한 법이 없으니 무엇이 이 병고를 받는 것인가? 사대가 합하여 거짓 이름으로 몸이라 하니, 사대는 주인이 없으므로 몸도 또한 나가 없다. 이 병이 일어나기는 모두 나에 집착한 까닭이다. 그러므로 나에의 집착을 내지 말 것이다.' 하여, 이미 병의 근본을 알았으니, 곧 나라는 생각과 중생이라는 생각을 제하고, 마땅히 법의 생각을 지어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곧 '다만 여러 가지 법이 합하여 이 몸이 되었으니, 일어나는 것도 오직 법이 일어나는 것이요, 멸하는 것도 오직 법이 멸하는 것이다. 또 법이라는 것은 서로 알지 못하여 일어날 때도 내가 일어난다고 말하지 않으며, 멸할 때도 내가 멸한다고 말하지 않는다'고. 또 병이 있는 보살은 법상을 멸하기 위하여 마땅히 이렇게 생각해야 하는 것입니다. 곧 '이 법상이라는 것도 곧 거꾸로 된 생각이다. 거꾸로 된 생각은 큰 근심이니, 나는 마땅히 여의어야 한다. 어떻게 여의는가? 나와 내 것을 여의어야 한다. 나와 내 것은 어떻게 여의는가? 두 가지 법을 여의어야 한다. 두 가지 법은 어떻게 여의는가? 안과 밖의 모든 법을 생각하지 않고 평등을 행해야 한다. 평등은 어떻게 행하는가? 나와 열반이 평등한 것이다. 어째서냐 하면, 나와 열반 이 두 가지는 모두 공한 것이기 때문이다. 어째서 공한가? 다만 이름뿐이므로 공한 것이다. 이 두 가지가 평등하면 다른 병은 없고, 다만 공이란 병만이 있으니, 이 공이란 병도 또한 공한 줄로 관한다. 설사 몸에 고통이 있더라도 악한 세계의 중생을 생각하여 대비심을 일으키며, 나를 이미 조복한 뒤에는 또 일체 중생을 조복하되 다만 병만을 조복하고 법은 제하지 아니하며, 병의 근본을 끊기 위하여 교화하고 인도하는 것이다. 무엇을 병의 근본이라 하는가? 반연하는 것이 그것이다. 반연이 있으므로 병의 근본이 되는 것이다. 무엇을 반연하는가? 삼계를 반연하는 것이다. 어떻게 반연을 끊는가? 이른바 얻은 바가 없으면 반연이 없다. 어떤 것이 얻을 바가 없는 것인가? 두 소견을 여의는 것이다. 어떤 것이 두 소견인가? 내견과 외견이다.' 이렇게 하는 것이 병이 있는 보살의 마음을 항복받는 것입니다. 노ㆍ병ㆍ사의 고통을 끊는 것이 보살의 보리니, 만일 이렇게 행하지 아니하면, 닦은 것은 모두 혜리가 없게 되는 것입니다. 비유하면, 원적을 이겨야 용자가 되는 것처럼, 노ㆍ병ㆍ사를 제하는 자라야 보살이라고 이를 것입니다."
4 문수보살은 유마힐에게 물었다.
"거사여, 병이 있는 보살은 어떻게 그 마음을 조복해야 합니까?"
유마힐은 문수보살에게 대답했다.
"문수사리님, 병이 있는 보살은 마땅히 이렇게 그 마음을 조복해야 하는 것입니다. 조복하는 마음에도 머물지 않으며 조복하지 않는 마음에도 머물지 아니해야 할 것입니다. 왜냐하면, 만일 조복하지 않는 마음에 머물면 그것은 어리석은 이의 법이요, 만일 조복하는 마음에 머물면 그것은 성문의 법이니, 그러므로 보살은 마땅히 조복하고 조복하지 않는 마음에 머물러 이 두 법을 여의면 그것이 곧 보살행입니다. 생사에 있어도 더러운 생을 하지 않고, 열반에 머물러도 길이 멸도하지 않으면 이것이 곧 보살행이요, 범부의 행도 아니요 현성의 행도 아니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때 낀 행도 아니요 조촐한 행도 아니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마행을 만날지라도 모든 마군을 항복받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일체지를 구하되 아닌 때非時에 구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모든 법의 불생을 관할지라도 정위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십이인연을 관할지라도 모든 사견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일체 중생을 섭취할지라도 애착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멀리 여의기를 즐기더라도 몸과 마음이 다 진한 데에 의지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삼계에 행할지라도 법성을 파괴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공을 행할지라도 여러 덕본을 심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무상을 행할지라도 중생을 제도하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무작를 행할지라도 몸 받는 것을 나투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무기를 행할지라도 일체 선행을 일으키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육바라밀을 행할지라도 중생의 마음과 심수법을 두루 알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육통을 행할지라도 누를 다하지 않으면 그것이 보살행이며, 비록 사무량심을 행할지라도 범세에 나기를 탐착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할행이요, 비록 선정ㆍ해탈ㆍ삼매를 행할지라도 선禪을 따라 살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사념처를 행할지라도 신ㆍ수ㆍ심ㆍ법을 길이 여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사정근을 행할지라도 몸과 마음의 정진을 버리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사여의족을 행할지라도 모든 중생의 근의 이둔을 분별하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오력을 행할지라도 부처님의 십력을 즐거이 구하면, 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칠각분을 행할지라도 부처님의 지혜를 분별하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팔정도를 행할지라도 무량한 불도를 즐거이 행하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비록 지ㆍ관ㆍ조도의 법을 행할지라도 필경 적멸에 떨어지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모든 법의 불생불멸을 행할지라도 상호로서 몸을 장엄하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성문ㆍ벽지불의 위의를 나툴지라도 불멸을 버리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모든 법의 구경에 청정한 상을 따를지라도 응할 바를 따라서 몸을 나투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요, 모든 부처님 국토가 길이 적멸하여 공과 같은 줄로 관할지라도 가지가지로 청정한 부처님 국토를 나투면 그것이 곧 보살행이며, 비록 불도를 얻어 법륜을 굴리며 열반에 들어갈지라도 보살의 도를 버리지 않으면, 그것이 곧 보살행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