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모님의 기쁨,
우리의 희망
오늘 우리는 성모님께서 하늘로 오르시는 기쁨의 축제를 지내고 있습니다.
오늘의 기쁨은, 하느님의 아드님을 낳으신 어머니, 천사의 알림에 "말씀대로 저에게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루카 1,38) 하신 성모님의 믿음과 봉헌을 기억하면, 성모님의 이런 영광은 당연처럼 여겨집니다. 하지만
반대로 '흔들리는 신앙'을 살아가는 '나'와 같은 이는 꿈꿀 수 없는 저 먼 희망처럼 느껴지기도 합니다.
하지만 오늘 교회는 이 기쁜 축제일이, 성모님만을 위한 선물이 아나라, 우리에 부족한 '믿음살이'의 영광스
런 모습을 미리 보여주고 있음을 알깨워줍니다. 그렇다면 이 희망의 근거가 되는 것은 무엇일까요?
마리아는 천사가 전해준 소식에, '두렵고 떨리는 마음'으로 응답합니다. 주님 뜻을 받아들인 마리아는 이 기쁨
을 혼자 간직하기 벅찼습니다. 그녀는 '서둘러 길을 떠나' 엘리사벳을 찾아 "그분께서 당신 종의 비천함을 돌보
셨기"에 기쁨과 설레임으로 가득하다고 고백합니다.
하지만, 아들을 낳은 기쁨도 잠시, 그녀의 삶은 아들의 골고타와 크게 다르지 않은 길을 걸어야 했습니다.
백성들의 아들에 대한 열광과 적대감, 아들에 대한 소문에 두려움과 걱정의 시간을 보내야 했고, 급기야,
하느님 나라의 기쁜 소식을 전하던 아들이 십자가를 지고 걷는 길을 애통해하며 따라야 했습니다.
아드님의 십자가 죽음에 이르러, 그녀는 하느님의 뜻을 온전히 알아듣게 됩니다. 죽음 마저 넘어서는 생명과
사랑의 하느님을 믿으며, 두려움에 떠는 제자들과 함께 기도하며 부활하신 주님을 기다리십니다.
성모님의 삶은, 아들 예수님에게서 눈을 떼지 않는 삶이었습니다. 아들 예수를 바라모는 것, 그분을 통해 드러나는
사랑의 하느님을 바라보는 것이 믿음 살이의 중심입니다. 그분의 믿음살이는 일상에 지치고 인생이란 바다에서
악전고투하는 우리의 삶을 닮았습니다. 우리도 성모님처럼 아들 예수님에게서 눈을 떼지 말아야겠습니다.
그때 우리는 성모님처럼 우리 인생 길에 깊숙이 와 계신 사랑과 생명의 하느님을 볼 수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이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있습니다.
가브리엘 천사는 나자렛의 처녀 마리아를 찾아갑니다. 그녀는 세상눈으로 볼 때, 어떤 능력과, 자격으로 눈에 띄는
사람이 아니었습니다 하느님의 눈은 그녀를 찾아내시어, 그녀를 인생의 주인공으로, 하느님 역사의 주역으로 뽑아
세우십니다. '하느님의 선하고 자비로운 눈이, 먼저 그녀를 찾으시고 뽑아 세우시는 것이 믿음 살이의 첫걸음입니다.
이렇듯이, 아버지 하느님께서는 비천한 우리들을 찾아오시고 뽑으셨고, 당신 자녀로 삼으셨습니다.
우리를 당신과 사랑의 관계로 부르셨습니다. 비록 누리는 아무것도 준비하지 못했고, 세상의 눈에 드러낼 것이 없을
지라도..., 이것이 우리의 믿음 살이이며 이것은 선모님의 기쁨과 설레임을 닮아 있습니다.
사랑하는 형제 자매 여러분!
구원의 영광은 하느님께로 향하는 우리의 시선과 영원으로부터 우리를 찾아오시는 주님의 시선이 만날 때 이뤄지는
사랑의 역사입니다. 주님께서는 먼저 우리를 사랑하시어 부르십니다. 비록 우리의 삶이, 믿음의 응답이 흔들리고, 때론
마음의 꿰찔리는 아픔이 있을지라도 포기하지 않고, 주님께 '아멘' "말씀대로 저에게 이뤄지기를 바랍니다." 하고 응답
합시다. 우리의 믿음 살이는 성모님의 영광을 닮은 믿음으로 자라날 것입니다. 오늘 이 기쁜 소식을 마음 깊이 새기고,
설레는 신앙의 삶을 살아갑시다.
천주교 대구교구 부교구장
김종광 시몬 대주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