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안의 힘] 1부 힘든 시절 ㉔ ‘A Lover’s Concerto’를 들으며
"얼마 만에 이런 기쁜 마음이 드는 건가"
픽사베이
치료를 받은 지 한 달이 지난 뒤 나는 원장의 처방에 따라 진정제를 끊었고 수면제는 반으로 줄였다.
자전거를 탄 지 두어 달이 지난 어느 날 새벽, 자전거를 한강 변에 세워놓고 산책을 했다. 새벽부터 분주히 움직이는 새들의 지저귐을 들으며, 며칠 새 부쩍 키가 자라 우거진 강변 갈대숲을 혼자 걷고 있었다. 갑자기 나도 모르게 흥얼흥얼 콧노래가 흘러나왔다.
“How gentle is the rain~”으로 시작하는 노래, 내가 좋아하는 팝송 중 하나인 ‘A Lover’s Concerto’였다. 원래 1960년대 노래지만 우리에게는 1990년대 영화 〈접속〉으로 유명해졌는데 그 노래가 떠오른 것이다.
아! 얼마 만에 이런 기쁜 마음이 드는 건가. 마음이 울컥했다. 이 또한 얼마 만인가. 사막과 같았던 내 마음속에 드디어 단비가 내리다니….
바뀐 공간과 운동의 힘은 위대했다. 지친 삶의 때와 상처, 너덜너덜해진 마음의 폐허를 뚫고 다시 돌아올 수 없는 어린 시절 골동품과 같았던 기쁨과 감성의 정서가 새싹처럼 돋아나다니….
만약 내가 얼마 전처럼 비참한 마음속에 그냥 집에서 널브러져 누워 있었다면 이렇게 느낄 수 있었겠는가.
그런데 매일 아침 집을 박차고 한강 변으로 나와 숨을 헉헉거리고 땀을 흘리다 보니 이렇게 마음의 정서가 바뀌는 것이었다. 선택은 한 발짝 차이다. 그러나 그 결과는 엄청나게 다르다.
의사들은 정신질환 치유의 첫 단계는 환자의 의지보다 치료라고 말한다. 정신질환 자체가 환자의 의지로 통제되지 않는, 의지를 넘어서는 속성을 띠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일단 치료가 진행돼 재활이나 회복이 진행될 때는 환자의 의지가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하는 의사들이 많다. 행복한 마음 상태를 만드는 최종적인 힘은 환자의 의지에서 나오지 약물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 또한 이 견해에 동의한다.<계속>
출처 : 마음건강 길
https://youtu.be/bRlicxf8iJ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