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데즈
원제 : Valdez Is Comming
1971년 미국영화
감독 : 에드윈 세린
원작 : 엘모어 레너드
출연 : 버트 랭커스터, 수잔 클라크, 프랭크 실베라
존 사이퍼, 리처드 조던, 바톤 헤이먼
필 브라운
'발데즈'는 할리우드 50년대 톱 스타 버트 랭커스터의 후기 주연작에 해당되는 71년 작품입니다. 1946년 '살인자'로 데뷔한 버트 랭커스터는 50년대부터 60년대 중반까지가 황금기라고 할 수 있지만 전성기를 지난 70년대 작품들도 우리나라에 몇 편 개봉되었는데 '에어포트' '발데즈' '스콜피오' '카산드라 크로싱' 같은 작품들입니다. 물론 미개봉 된 70년대 출연작 중에서도 '서부의 보안관' '가족의 초상' 등 준수한 작품들이 있습니다. 오랜기간 꾸준하게 작품을 남긴 인물이지요.
'발데즈'의 내용은 마치 서부버전 존 윅 같습니다. 왕년에 한가닥 했던 주인공 남자가 나이가 들어 조용히 살려 했는데 어떤 사건에 휘말려 의도치 않은 살인을 하고 악당들에게 모욕을 당하자 다시 과거의 군복을 입고 총을 들고 응징에 나서는 내용입니다. 건드리지 말아야 할 사람을 잘 못 건드려서 사건이 커지는 내용이지요.
과거 아파치 사냥꾼으로 활동한 발데즈(버트 랭커스터)는 보안관으로 조용히 살고 있었는데 어느 오두막집에 고립된 흑인을 죽이려 모여든 태너 일당을 발견하고 참견에 나섭니다. 태너는 그 흑인이 자기 절친을 죽인 탈영병이라고 주장하는데 발데즈는 자초지종을 파악하고 흑인이 무고하다는 걸 직감하고 그를 구해주려고 하는데 태너에게 잘 보이려고 치기를 부린 데이비스(리처드 조던) 라는 청년 때문에 흑인을 죽이게 됩니다. 태너 등 마을 사람들의 오해로 빚어진 비극, 발데즈는 흑인의 인디언 아내를 가엾게 여겨 마을 사람들에게 200달러를 모아 주자고 요구하지만 그들은 태너가 100달러를 내면 나머지 100을 주겠다고 합니다. 태너의 소굴에 찾아간 발데즈는 십자가에 묶이고 말까지 빼앗기는 모욕을 당하며 간신히 목숨을 부지합니다. 결국 과거 아파치 토벌 시절에 입었던 군복과 총을 들고 그는 응징에 나섭니다. 태너의 애인 게이(수잔 클라크)를 인질로 삼은 발데즈의 손에 하나 둘씩 태너의 부하들이 죽어 나가고 태너는 애인을 되찾고 발데즈를 죽이기 위해서 부하들을 이끌고 발데즈가 숨은 산으로 향합니다. 그곳에서 태너 일당을 기다리는 발데즈, 태너의 추격은 점점 좁혀 오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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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사 같은 상남자 역을 자주 연기했던 버트 랭커스터는 영화 초반에는 나이들고 어눌한 모습을 보이며 무기력하게 악당에게 당하지만 군복을 갈아입고 부터는 냉정하고 용맹한 주인공 다운 모습으로 변모합니다. 100달러 주고 자신의 잘못으로 벌어진 비극을 쉽게 해결할 수 있는데 그 대신 발데즈를 잘못 건드리는 바람에 애꿎은 부하들을 희생하며 일을 크게 벌린 태너는 오락 서부극에는 거의 등장하는 못된 악당의 전형입니다. 그리고 발데즈의 응징이 나름 통쾌한 부분도 있지만 태너 하나 때문에 애꿎은 부하들이 희생하는 것이라서 다소 씁쓸한 내용입니다. 그리고 발데즈를 도와주던 선량한 친구의 가족들도 험한 꼴을 당하는 것이 좀 보기 안스럽죠. 여주인공 역할을 하는 게이 라는 태너의 애인도 인질이지만 발데즈에게 오히려 보호를 받는 느낌인데 악당의 연인역할을 하는 어리석은 여자이기 때문에 별로 동정이 가지 않습니다.
버트 랭커스터 전성기인 50년대에 출연한 작품들 보다는 완성도가 확실히 떨어지지만 오락적으로 나름 볼만한 작품입니다. 하지만 이런 수준의 영화에 출연할 정도라면 이미 후배 배우들인 폴 뉴만, 말론 브란도, 스티브 맥퀸, 숀 코네리, 워렌 비티 등에 밀리는 신세라는 건 부인할 수 없습니다. 더구나 듣보잡 감독인 에드윈 세린 이라는 인물이 연출했는데 이 작품이 감독 데뷔작입니다. 발데즈라는 주인공도 결국 인디언 학살을 하다가 은퇴 후 착한 척 하고 사는 것이라서 이래저래 크게 호감가는 등장인물이 없는 셈입니다. 이 영화의 업그레이드 버전이 '존 윅' 이라고 할 수 있지요.
아메리칸 정통 웨스턴이 한물 가고 마카로니 웨스턴이 더 득세하던 시기였는데 그런 와중에도 미국에서는 '작은 거인' '헌팅 파티' 솔저 블루'라는 볼만한 수정주의 웨스턴이 등장하던 시기였습니다. 하지만 '발데즈'는 그 수준에는 미치지 못합니다. '헌팅 파티'와 유사한, 아주 장거리 총이 나오는 부분이 있습니다. 국내 개봉작이긴 하지만 버트 랭커스터의 편수 채우기 정도의 의미를 넘지 못한 작품입니다.
ps1 : 게이 역의 수잔 클라크는 3년 뒤 출연한 '미드나잇 맨(심야의 휘파람)' 에서도 버트 랭커스터와 공연하는데 연인 관계로 설정되지요.
ps2 : 버트 랭커스터가 70년대 첫 출연한 영화가 나름 재난영화로 괜찮은 평가를 받은 '에어포트'인데 이후 공교롭게도 3편 연속 서부극에 출연합니다. 그 3편 중 '발데즈'가 가장 완성도가 떨어집니다.
ps3 : 원작이 있는 영화인데 원작이 더 나을 듯한 예감입니다. 엘모 레너드 원작인데 그는 작가 겸 각본가로 왕성하게 활동했습니다. '겟 쇼티' 재키 브라운' 등 나름 유명한 영화의 원작자이기도 합니다.
ps4 : 마지막에 끝을 맺지 않고 상황만 만들고 끝나는 것이 특징입니다. 물론 어떻게 될지는 뻔하지만.
[출처] 발데즈 (Valdez Is Comming, 71년) 악당무리를 응징하는 건맨|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