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형 사드, 미사일 요격시험 성공
40~70km 고도 탄도미사일 표적
‘비행시험’ 9개월만에 요격 성공
軍 “요격고도 사드급으로 높일것”
中반발 ‘사드추가도입 대안’ 검토
2월 28일 국방부가 공개한 L-SAM 시험발사 장면. 당시엔 표적 요격 없이 비행성능 시험만 이뤄졌다. 국방부 제공
군이 북한의 탄도미사일을 요격하는 장거리 지대공미사일 ‘L-SAM’ 요격시험을 이번 달에 성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40∼70km 고도에서 탄도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어 ‘한국형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로 불리는 L-SAM은 군이 2026년 실전배치를 목표로 개발 중인, 한국형미사일방어체계(KAMD)의 핵심 무기다. 군이 그동안 비행 시험만 실시됐던 L-SAM의 실제 표적요격시험에 성공한 건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는 출범 후 이 L-SAM과 개량된 L-SAM2를 조기 전력화해 ‘한국형 3축 체계’를 강화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이번 시험 발사 성공으로 북한의 미사일 고도화에 맞서 KAMD 다층 방어망 구축에 속도가 붙을 것으로 전망된다.
○ 비행시험 성공 9개월 만, 요격시험까지 성공
21일 정부 소식통에 따르면 국방과학연구소(ADD)는 최근 비공개로 L-SAM 유도탄으로 표적 미사일을 요격하는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 이 표적요격시험은 대탄도탄유도탄(ABM)과 대항공기유도탄(AAM) 두 종의 유도탄을 시험 발사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것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군 수뇌부도 시험 발사를 참관했다”고 전했다.
통상 요격무기 시험 발사는 유도탄 성능시험(비행시험)과 표적요격시험 등 2단계로 진행된다. 유도탄 성능시험이 표적이 없는 상태에서 미리 설정된 궤도를 따라 비행성능만 검증한다면, 표적요격시험은 실제 표적 미사일을 발사한 뒤 이를 유도탄으로 요격해 보는 방식이다. 군은 2월 L-SAM 비행시험에 처음 성공한 지 9개월 만에 이번에 2단계 표적요격시험까지 성공했다. 실전성을 입증한 것이다.
현재 우리 방공망은 15∼40km 고도의 미사일은 천궁-2(M-SAM2)와 패트리엇미사일(PAC-3), 40∼150km 고도의 미사일은 경북 성주기지에 배치된 주한미군의 사드로 요격하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다. 군은 여기에 더해 40∼70km 고도 구간에 L-SAM을 실전배치하면 다층 방어망이 크게 강화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ADD는 내년까지 L-SAM에 대한 추가 시험 발사와 시험 평가를 진행한 뒤 2024년 말 체계 개발까지 완료할 방침이다. 군에선 양산 등 L-SAM의 실전배치 시점을 2026년으로 보고 있다.
○ 文 정부, 표적 없는 시험비행 “성공” 홍보
국방부는 7월 윤 대통령 업무보고에서 사드 추가 배치에 대한 언급 없이 L-SAM을 조기 전력화해 KAMD를 강화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동시에 L-SAM의 요격 고도를 ‘사드급(40∼150km)’으로 높여 성능을 개량한 L-SAM2 개발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했다. 당시 국방부 관계자는 “L-SAM2가 조기에 개발된다면 굳이 사드는 필요하지 않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미군이 운용하는 사드에 중국의 반발 등이 거센 만큼 사드 추가 도입은 신중히 검토하되 사실상 L-SAM과 L-SAM2를 대안으로 제시한 것이다.
올해 문재인 정부는 3·9 대선 직전인 2월 28일 L-SAM 등 요격무기 시험 발사에 성공했다며 관련 홍보 영상을 이례적으로 공개하기도 했다. 당시 영상은 같은 달 실시한 L-SAM 시험 발사 장면이었다. 하지만 표적이 없는 비행시험이었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져 논란이 됐다. 일각에선 요격시험도 진행되지 않은 개발초기단계 무기를 안보 불안 해소를 명분으로 공개한 것을 두고 ‘선거 개입’ 의혹까지 제기됐다. 또 당시 실무자의 실수로 국방부가 공개한 L-SAM 영상 도입부에 5년 전 미국 미사일방어청의 요격무기 시험 발사 영상이 삽입돼 조작 논란에도 휩싸였다.
신규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