앨리스 스위트 앨리스
원제 : Communion
다른 제목 : Alice Sweet Alice
The Mask Murderer
1976년 미국영화
감독 : 알프레드 솔
출연 : 린다 밀러, 밀드레드 클린턴, 폴라 E 셰퍼드
루돌프 윌리치, 나일스 맥매스터 제인 로우리
브룩 쉴즈
'앨리스 스위트 앨리스'는 마치 이탈리아 B급 지알로 무비를 미국으로 옮겨놓은 듯한 느낌의 영화입니다. 물론 온전한 미국영화지요. 국내에 개봉되지 않았고 B급 저예산 장르인 범죄 호러물인데 그래도 한참 뒤에 우리나라에서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바로 '브룩 쉴즈'의 데뷔작 이기 때문입니다.
'브룩 쉴즈'는 80년대 최고 인기 10대 아이돌 배우였고, 영화보다는 미모와 섹시함으로 선풍적 인기를 끌었습니다. '끝없는 사랑'이 국내에 개봉되고 나서 노출연기를 보였다는 '블루 라군'이 불법 비디오로 유통된다는 사실이 암암리에 있었고, '사하라' '템프테이션'이 개봉되었지만 별로 인기가 없었고 그녀 자신도 연기보다 학업을 위해 프린스톤 대학에 진학하면서 배우로서 긴 명성을 끌고가진 못했습니다. 이후 다운로드 시대가 되면서 희귀 영화들을 꽤 쉽게 구할 수 있게 되었고 브룩 쉴즈가 어릴 때 출연했던 '프리티 베이비'나 '앨리스 스위트 앨리스' 등의 영화들이 관심을 갖게 된 것입니다. 사실 이 영화에 브룩 쉴즈가 나오지 않았으면 누가 관심이나 가졌겠어요?
하지만 실상 브룩 쉴즈가 등장한 건 초반 10분 정도. 영화 시작하고 얼마 안되어 무참히 살해당하는 역할이지요. 그래서 브룩 쉴즈 출연작 이라는 것 자체가 다소 무색한데 대신 이 영화는 70년대 저예산 호러 영화로 나름의 팬을 갖는 장르라서 브룩 쉴즈를 잊어도 이런 장르 좋아하는 분들, 특히 지알로 무비 선호자들에게는 볼만한 작품입니다.
어릴때부터 미모가 남달랐던 브룩 쉴즈
브룩 쉴즈가 살해되는 안타까운 장면
처음에 두 자매가 나오지요. 이혼한 엄마와 함께 사는 아직 10대의 어린 자매인데 동생 캐런(브룩 쉴즈)은 착하고 예쁘지만 언니 앨리스는 아주 못되고 캐런을 자주 괴롭히지요. 아무튼 이런 상황에서 가족이 함께 성당에 간 날, 캐런과 앨리스가 첫 영성체를 하게 된 날 캐런이 살해된 채로 발견되지요. 그리고 앨리스도 용의자 중 하나로 떠오릅니다. 물론 엄마인 캐서린(린다 밀러)은 절대 그럴리 없다고 믿지만요. 딸이 살해되었으니 이혼한 캐서린의 남편도 급거 돌아와서 범인이 잡힐 때까지 함께 지내려고 합니다. 이후 캐서린의 언니인 애니가 계단에서 노란 우비를 입은 여자에게 칼부림을 당하고 입원하게 되는데 애니는 범인이 앨리스라고 말합니다. 아랫층 사는 뚱보도 그렇게 주장하고. 더구나 앨리스는 노란 우비를 갖고 있지요. 앨리스는 정신병원에 들어가게 되는데 죽은 캐런이 나타나서 한 짓이라고 주장하지요. 과연 진범은 누구일까요?
나름의 반전(?)이 있는 범죄 호러물인데 귀신이나 악령 같은 게 나오는 건 아니고 사람이 저지른 범죄입니다. 반전(?) 이라고 표시한 이유는 영화 끝이 아니라 중간에 드러나기 때문이지요. 즉 누가 범인일까의 이야기라기 보다는 범행을 저지르는 과정에 치중한 부분이 있죠. 지알로 호러나 그 유사 장르가 미스테리나 추리물이 아니라 칼부림과 살인 장면이 인상적인 장르니까요.
트러블 메이커인 앨리스
'쳐다보지 마라'에서 활용한 노란 우비와
섬뜩한 할로윈 축제용 가면을 결합시킨 살인마의 모습
브룩 쉴즈는 어린 만큼 아주 귀엽고 예쁜데 놀랍게도 한두살 터울처럼 등장한 언니 역의 배우는 당시 19살이었더군요. 유명 배우들이 전혀 나오지 않는데 그래도 브룩 쉴즈가 나중에 유명해져셔 거론되는 작품이 되었으니 감독은 그녀에게 고마워해야 할까요?
제목이 좀 많은 영화입니다. 지금 IMDB 제목은 'Communion(성찬식)' 이라고 나옵니다. 단 이 제목이 쉽게 쓰여지지 못한 이유가 불경스럽기 때문이었던 것 같네요. 영성체 의식은 가톨릭에서 굉장히 경건한 의식인데 공포영화의 제목으로 활용되기는 좀 그렇잖아요. 실제로 영성체 의식 때 살인이 벌어지는 영화이기 때문에 종교적 논란이 좀 있을 수 밖에 없어요. 그래서 대안 제목이 '앨리스 스위트 앨리스'가 된 것인데 사실 그것도 완벽한 제목은 아닙니다. (영화 보시면 알겠지만) 어느 곳에서는 'The Mask Murders (가면의 살인)' 이라고 상영되기도 했다는군요. 그 제목이 사실 제일 어울려요. 살인할 때 음산한 여자얼굴 가면을 쓰거든요. 물론 가면 보다는 노란 우비가 더 인상적이고 단서이긴 하지만. 그 노란 우비는 이 영화보다 몇 년 먼저 만들어진 니콜라스 뢰그 감독의 수작 공포물 '쳐다보지 마라(Don't Look Now, 73)' 에서 쓰였지요. 그걸 절묘하개 재활용합니다.
지알로 무비 스타일이니 당연히 희생자가 브룩 쉴즈 하나는 아니죠. 오히려 브룩 쉴즈는 얌전하게 죽는 편입니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서. 물론 그렇다고 엄청 잔인한 영화라는 의미는 아닙니다. 그냥 지알로 무비 스타일을 가진 작품 정도. 다만 성찬식 에서의 살인 이라는 부분이 섬뜩하죠. 성당에서, 그것도 아주 경건한 예식속에서 벌어지니까요.
정신병원에 가게 된 앨리스
이 영화 찍자 마다 같은 해 발표된 루이 말 감독의 '프리티 베이비'에서 브룩 쉴즈가 유명해지자 이후의 배급버전에서는 타이틀을 브룩 쉴즈 이름이 가장 먼저 나오는 것으로 바꾸기도 했습니다. 제가 본 영상도 브룩 쉴즈 이름이 제일 먼저 나오죠. 겨우 10여분 정도 나오는데 이렇게 하는 건 좀 속보이는 거죠. 이 영화가 76년에 발표되었는데 아직 귀여운 꼬마에 불과한 브룩 쉴즈가 불과 4년 뒤의 '블루 라군'에서 그렇게 관능적이고 성숙하게 변한 게 놀랍습니다.
상영시간이 1시간 47분으로 B급 공포물 치고는 다소 긴 편인데 이게 원래 더 짧았다네요. 성당 살해 장면 중 일부 컷이 잘려서 개봉되었다가 나중에 제대로 추가된 것이라네요. 성찬식 살해 장면이라는 게 이래저래 종교와도 연관되었고 껄끄러운 장면이기도 하지요. 또한 식복사(신부의 밥을 차려주고 시중을 드는 여성) 여인과 나이든 신부와의 날선 말다툼 같은 장면도 있고 가톨릭 입장에서 반가워할 작품은 아닙니다. 제목이 여럿 혼용될 수 밖에 없는 게 당연해 보이기도 합니다. 엔딩 부근에서 결정타가 나오고요. 시간 때우며 볼만한 장르 매니아들 전용 영화입니다.
평점 : ★★☆ (4개 만점)
ps1 : 70년대 영화지만 61년이 배경입니다. 바티칸 공의회에서 중요한 논의가 꽤 길게 이어진 기간이었기에 그 이후에 변화된 가톨릭 교회의 70년대의 모습보다 그 전의 성당 예식으로 다루기 위해서인것 같습니다. 옛날에는 라틴어로 미사를 했다고 하고 신부가 뒤돌아서서 전례를 했다고 하죠. 이후에 지금처럼 돌아서서 신자들을 보고 그 나라 말로 미사를 하는 걸로 바뀌었다죠.
ps2 : 살인할 때 쓰고 나오는 그 음산한 가면은 실제로 할로윈 축제때 많이 팔린 기성품이라고 합니다.
ps3 : 네이버 영화에는 원래 제목이라는 '커뮤니언' 이라고 나와 있습니다.
[출처] 앨리스 스위트 앨리스 (Communion, Alice Sweet Alice, 76년) 브룩 쉴즈 데뷔작|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