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는것은 멋지다

[녹림처사]

◈ 읽는것은 멋지다 ◈

베스트셀러 코너에 19세기 철학자 ‘쇼펜하우어’ 책들이 꽂히고 있어요

2021년 1종, 2022년 2종이었던 쇼펜하우어 책은

작년 9월 ‘마흔에 읽는 쇼펜하우어’ 이후 32종이 출간됐지요

작년 말 배우 하석진이 방송에서 쇼펜하우어를 소개하면서 시작됐고,

걸그룹 ‘아이브’ 장원영이 관련 책을 언급하자 판매가 폭증했어요

장원영은 “염세주의적 쇼펜하우어를 통해 위로를 받는다”고 했지요

“군자는 떳떳하고 소인은 늘 근심한다는 말이 좋다”며

공자의 ‘논어(論語)’도 추천했어요

아이돌이 입은 옷이나 들렀던 식당처럼

요즘은 그들이 읽은 책이 소셜미디어를 타고 유행이 되고 있지요

책이나 활자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20대 아이돌이

책을 읽는 것 자체가 힙(hip)하다(멋지다)는 이미지를 줬다고 했어요

그래서 ‘읽는 것은 멋지다’는 의미의 ‘텍스트 힙(text hip)’이라는

용어가 MZ세대 사이에서 화제가 되고 있지요

읽으면 기분이 좋아진다고 해서 독서와 도파민의 합성어인

‘독파민’도 등장했어요

광화문광장에 누워 책을 읽고, 홍대나 합정동 카페에서 와인을 마시며

책을 읽지요

국밥 한 그릇을 비운 뒤 올리던 완식(完食) 인증 샷 대신

책 한 권을 읽고 완독(完讀) 인증 샷을 올리고 있어요

‘지적 허세’라는 비판도 있지만 그 부모 세대들도

그 나이 때 마찬가지 였지요

80년대에는 읽지도 않는 ‘타임지’를 옆구리에 끼고 다니는

대학생이 수두룩했어요

미국서도 교양인 행세 하려면 잡지 ‘뉴요커’ 구독이 필수였고,

카페에서 ‘르 몽드’를 읽어야 파리지앵 취급을 받았지요

요즘은 잡지 ‘뉴요커’보다 부록인 에코백이 교양인의 상징이 됐어요

유명인들이 공항에서 입은 옷들이 유행하면서

‘공항 패션’이 화제가 되고 있지요

그런데 요즘은 공항 패션 대신 ‘공항 책’이 대수가 됐어요

걸그룹 르세라핌의 허윤진은 출국 때 자주 책을 들고 나오지요

그녀는 메이크업 중간에도 독서를 하거나 인상적 문구를

필사(筆寫)하고 있어요

이유를 묻자 “생각 정리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지요

그러다 보니 정치인도 공항에 책을 들고 나타나고 있어요

한강의 노벨 문학상 수상은 ‘텍스트 힙’ 유행에 기름을 부었지요

‘힙하다’는 건 남들과 다르지요

주류가 아닌 비주류라는 의미를 담고 있어요

성인 10명 중 6명이 1년에 책을 한 권도 읽지 않는 나라에서

‘텍스트 힙’은 그래서 역설적이지요

얼마나 책을 읽지 않으면 책을 읽는 게

남달라 보이고 멋있어 보일까요?

AI 시대에서 읽기와 쓰기로 단련된 사고력은

대체할 수 없는 강력한 무기가 될수 있어요

아무튼 가을은 독서의 계절이지요

이 가을이 ‘독서의 계절’이 된 진짜 이유 3가지가 있어요

‘가을밤은 시원하고 상쾌하기 때문에 등불을 가까이 해서

글을 읽기에 좋은 계절이다,’라는 뜻의 사자성어 ‘등화가친(燈火可親)’에서

유래한다는 이유가 그 첫 번째이고

기온 18~20℃, 습도 40~60%의 기상조건을 갖춘 가을은

가장 쾌적함을 느끼게 해주고, 태양에서 오는 가시광선 중 파장이 짧은

파란색을 많이 전달받은 파란 가을하늘 덕분에 우리의 눈은 편안함을 느껴

독서를 통한 사색과 명상에 잠기는데 더없이 편안하다는 것이 둘째이지요

마지막으로 태양의 고도가 낮아져 일조시간이 줄어든 가을은

‘행복호르몬’이라고 불리는 ‘세로토닌’의 분비가 줄어드는데,

이로 인해 고독함을 느끼고, 차분해져 자연스레 사색에 잠기게 된다는 것이

의학계의 설명이지요

이유를 불문하고, 읽고 또 읽어도 지나침이 없는 책은 마음의 양식이지요

찬바람이 강해지며 계절의 시계는 겨울로 향하고 있어요

점점 짧아져가는 가을!

눈과 마음속에 부지런히 새겨놓기를 바라고 있어요

-* 언제나 변함없는 녹림처사(一松)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