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기는 장열공이 쓰는 줄 알았는데 2월로 잠시 미룬다고 총무님의 간곡한 부탁으로 허겁지겁 준비없이 올렸음을 널리 너그러이 양해해 주십시오*
<관악여정>
신년 산행은 총무가 대박을 선언했다. 과연 그럴까 했는데 정말 그러했다.9시 30분 서울대입구 3번출구에 정말 많은 사람들이 모여 들었다. 회장님 대장님 총무님을 비롯하여 종원형 준희님 경환형 용진형 만석형 은경님 광성님과 신입 장열공. 서울대 입구로 가서 희용형을 만나고 연주대 입구에서 홍주형을 만난다. 14명이다.
한명이 비어있다. 오늘의 총 인원은 15명인데, 규철이가 없다. 어디로 갔는가. 아직 오지 않은 것이다. 아마 어제 어디에선가 진하게 한잔 한 모양이다. 규철이의 진행 방향에 맞추어 연주대로 급히 노선을 바꾸었다. 애초의 무너미 고개-삼성천계곡-서울대 수목원- 안양유원지를 거쳐 뽕잎사랑이 신년 산행의 종착지였는데 바로 그 뽕잎사랑은 다음으로 기약한다.
오늘이 어떤 날인가. 신입 막내들이 오는 날 아닌가. 장열공, 규철공이 바로 이들이다. 둘다 오십대 중반을 향해 가는데도 산악회에선 막내이니. 오늘은 신입사원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지 할 수 있는 그런 날이다. 연주대 방향 초입서 기다리던 홍주형은 둘레길로 가면서 나중에 만나기를 예약하고서 일시 이별을 통보했다.
계곡전체가 얼음인 곳이 있는가 하면 얼음 밑 깔깔대는 물소리가 계절의 변화를 슬며시 살며시 보여주기도 한다. 가는 길 군데군데 얼음의 발자취가 진하게 뿌려져 다들 조심스러웠다. 전반적으로 출발 온도는 차갑고 미세먼지가 시야를 흐리게 하였지만 쾌청함이 더해져 발자국 수가 늘어날수록 포근함마저 느끼는 그런 날이다.
관악산은 쉬운 산이 아니었다. 경기 오악중 하나로 가볍게 발을 들여 놓았다가 큰 코 다친 이들이 많은 곳이다. 지금이야 계단이 곳곳에 놓여져 급경사 길을 이어주고 있지만 예전엔 심한 경사도로 인해 한번 산행으로 여럿 병원신세 졌다는 얘기들이 내려오기도 하는 곳이다. 그래도 서울서 산사람들이 가장 즐기는 곳의 하나이니 모두들 경쾌한 기분으로 한 걸음 한 걸음 옮기고 있다.
희용형과 회장님이 전체의 무리를 이끌고 알대장님이 후방서 쳐지는 회원들을 받쳐 주고 있다. 산악회 15년 역사가 말해주 듯 다들 산에는 이력이 있는 사람들이다. 종원형과 만석형은 이틀전에 한라산 눈 산행을 마치고서도 신년 산행에 합류할 정도로 이 바닥의 강적들이다. 지난 해 송년산행이 난코스로 기록되면서 올해의 첫 산행은 회장님과 대장님이 많은 공을 들였다. 하지만 공들인 코스는 한 순간에 바뀌고 말았지만.
교회오빠와 교회 동생들이 무더기로 길을 막아서면서 강적들의 거침없는 산행을 방해하기도 하였지만 딱한번 휴식을 취하고서 줄곧 한땀 한땀 흘리며 연주대로 연주대로 길을 이어갔다. 오늘도 희용형의 무용담은 굶고 짧게 이어지고 경기 오악으로 대미를 장식한다. 예전엔 깔딱고개라 불리웠던 무척이나 기간긴 급경사 계단앞에 다들 지칠법도 했지만 은경님까지도 하늘의 보호하심에 큰 무리없이 오르기에 성공할 수 있었다. 연주대를 지척에 두고서 암릉구간으로 직행하는 직진파와 고소공포증 우회파가 잠시 갈렸지만 연주암을 배경으로 다들 인상사진을 한 장씩 남기고서 연주대에 무사 안착했다.
어디서들 왔는지 연주대는 사람들로 꽉 차 있었다. 하기사 관악오르내리는 길이 몇 십개나 된다니 그럴만도 하겠다. 연주대는 한 낮에 산책나와 붐비는 도시공원같았고, 사람들 추수하러 모여든 연주평야같았다. 정상인지라 온도가 약간 떨어져 쌀쌀함이 느껴지기도 하였지만 봄같은 기운을 호흡하며 공원과 평야를 뛰어들 다녔다. 뜀박질 선수는 역시 알대장이고 광총무다. 긴 줄을 서가며 관악산 등정사진을 남기고서 기다리고 기다리던 회포의 시간을 가졌다.
총무님이 준비한 막걸리, 김밥, 장열공의 샌드위치, 알대장의 비엔남 술, 희용형의 미안마 위스키, 종원형의 컵라면 등등 막거리들이 엄청 풍성하게 차려졌다. 먹고도 먹고도 남아서 희용형의 위스키는 이 자리서 빛을 보지 못했다. 회포의 시간은 신입 장열공으로 맞추어졌다. 싱싱한 참외가 왔어요! 한번 먹어봐! 꿀물이야 꿀물! 장열공은 오늘 산악 모임의 꿀물이었다.
오전 10시 오르기 시작하여 11시 50분쯤 연주대에 도착하고 30분간 회포의 시간을 가졌으니 이제 12시 30분! 내려가야 할 시간이다. 연주대 너럭바위 드러누워 선 잠에 취해나 볼까, 해방춤이나 멋들어지게 한번 출까, 아니여, 그냥 가자고 가자고! 내려 가자고!
서울대-연주대코스로 올라왔는데 내려가는 길은 낙성대 길이다. 사당가는 길에서 살짝 비켜난다. 바위와 절벽으로 험난함이 곳곳에 널려 있지만 절경이다. 비경이다. 천하가 눈 아래로 들어온다. 과천 서울대 공원과 저 멀리 롯데월드도 한 눈에 잡힌다. 서울대 전경이 여기저기서 얼굴을 내민다.
천하절경을 눈 앞에 두고서도 바위틈에 메달려 끙끙거리는 사람도 있었다. 죽지 않으려 돌 부스러기를 붙들고 얼마나 용을 썼던지 허벅지가 한자나 부풀었다는 얘기도 전해진다. 하지만 대부분의 우리 강적들은 천하무적이었다. 바위강을 두려움없이 건너 다녔다. 날라다녔다고 하는 것이 적확한 표현일 수 있다. 관악문 바위를 지날 때가 완전 압권이었다.
세상에 이런 데가 다 있다니. 헬기장을 지나고 마당바위를 지난다. 봉우리 세 곳을 점령했는데 아직 다 왔다는 소식은 들리지 않는다. 낙성대를 알리는 표지는 어디에도 없다. 그러나저러나 생장과 윤기 찬란한 봄에 왔다면 아마도 기절했을 법하다. 말라있는 지금도 풍광이 이리도 좋은데 춘하지절에는 또 어떨지. 그때는 용기 백배하여 찾아 오리라!
정확히 오후 3시 10분이다. 낙성대이다. 다들 생생하다. 강감찬장군이 태어났다는 낙성대에 다다랐다. 하늘에서 별이 떨어져 찾아 가보니 아이가 태어났는데 바로 강감찬장군이라고! 옛날에는 성역화, 요새는 공원화, 하여튼 잘 다듬어져 있었다. 낙성대에서 조금 걸어가니 오늘의 만찬장이 기다리고 있었다. 홍주형이 미리 와서 맞이할 준비를 하고 있었고.
회장님은 고기를 안 드시고 총무님은 생선회를 안드시고! 그래도 산악회의 만찬장은 늘 푸짐했던 것 같다. 오늘은 뽈찜집이다. 거하게 한 상 차려진다. 회장님의 신년인사가 이어지고 회원들의 덕담이 줄을 짓는다.
여기서 잠깐! 출석자를 점검해 보자. 1.회장님 .2.대장님 3.총무님 4.만석형 5.종원형 6.용진형 7.희용형 8.홍주형 9.경환형 10. 광성님 11.은경님 12.장열공 13.준희대사, 14명이네, 분명 열다섯인데 한 명이 없다. 규철이다. 규철공은 지금 오고 있다고 한다.
만찬은 거하게 이어진다. 희용형의 미안마 위스키가 드디어 불을 밝힌다. 한잔씩들 돌린다. 장열공은 맛있다고 연거푸 받아 마신다. 정상에서 대장님의 비엔남 술도 자기 입맛이라고 입술을 다졌는데 이 위스키도 자기 취향이란다. 장열공은 “이렇게 반갑게 맞이해 주어 고맙고 앞으로는 절대로 빠지지 않고 꼬박꼬박 참석하겠노라”고 강력하게 다짐한다. 만석이형 희용이형은 장열공이 폭주를 잘 제조한다며 만찬내내 바텐더로 임명하였다. 만찬은 격하게 흐른다. 아니되옵니다. 통촉하옵소서! 오늘도 통촉파가 분위기를 좌지우지 한다. 폭주가 돌고 돌고 또 자꾸 자꾸 돈다.
심조간동 신입사원, 이 두 개의 건배사가 만찬장을 한번 더 뒤집어 놓았다.
심장은 조국을 위해 간은 동물을 위해
신입사원입니데이 입뿌게 봐주세요 사랑합니데이 원샷
희용형의 아드님은 가스공사로 갔다고 전했다. 100년을 두고 잘 선택한 것 같다.
격정의 만찬장은 정겹게 마무리한다. 이제 어디로 갈까 회장님의 신년 노랫가락을 아니들을 수 있나. 해서 가까운 노래방으로 이전한다. 모두들 좌정하고 한 곡조 뽑으려 하는데 오늘의 주인공 규철공이 입장한다. 하나같이 큰 박수로 맞이한다. 어젯밤에 무엇을 했는지가 무에 중요하랴. 오늘 이렇게 우리와 같이 있음에.
‘니나노‘에는 역시 규철공이 왕이다. 찰떡지게 사회를 본다. 흥이 흥을 돋운다. 회장님이 노래 두 곡을 뽑는다. 정성껏 아주 정성껏 불러 제낀다. 감성이 백점이다. 총무님도 광성님도 불러제낀다 알대장님도 분위기를 잡는다. 오늘의 주인공 규철공은 역시 발라드의 왕이다. 만석이형은 희용형과 듀엣의 제왕이다. 무얼 불러도 어긋남이 없다. 완벽한 박자다. 드디어 떼창이다. 이제 끝날 때가 된 것인가.
“해뜨는 동해에서 해지는 서해까지
뜨거운 남도에서 광활한 만주벌판
어찌 우리 가난하리오
어찌 우리 주저하리오
다시 서는 저 벌판에서 움켜진 뜨거운 흙이여”
역시 우리 산악회는 뜨겁다. 용광로같다. 불이 붙으면 누가 끌 수 있으랴. 타고 또 타고 태우고 또 태운다 2월의 시산제는 강화도 마니산과 공주 계룡산이 2파전을 벌이고 있다. 계룡산은 준희대사가 적극 유치하는 곳으로 알려져 있다. 어디로 간들 어떠랴. 신방은 불나비고 신방은 용광로임에. 나이가 들어도!
다시 만날 날이 그리워집니다!!!
첫댓글 역시 필력이 대단합니다. 강요에 의해 허겁지겁 준비없이 쓴 산행기가 아닌것 같군요. 작년에 영입한 기철 인재가 한 몫을 제대로 하는것 같습니다.
현장에 있지 않았어도 충분히 생생하게 느껴지는 산행깁니다. 산행후기 작가 영입 또한 성공적인 것 같네요. 재밌게 읽었습니다~^^
오호 재밌고 즐겁네, 인재영
입 인사 장열은 장렬 아니니 수정해야 하네
그렇네요 알겠습니다 옛부터 장렬전사 장렬산화로 불리우다 보니 구분이 안되었네요. 워낙 준비없이 써다 보니 회장님 부르신 감성 노래 곡목이 생각이 안나더군요. 진심으로 오호통재입니다!
잘 읽었네. 아예 산행기를 전담하는 방안도 검토해볼 만할 듯. 근데 심조간동에 동이 동물이라고?
심장은 조국에 간은 동지에게!
아무래도 책 내야 할 듯!!! 잘 읽었소!!
덕분에
무너미고개 찍고
관악산 서울대 정문 찍고
다시 서울대안으로...
경영대 자연과학대 공대 음대 법대
사회과학대 치대 등등 3시간 걷다가
낙성대 앞으로 ...
산행기 쓰기 위해 산에 오르는 것 아닌가? ㅋ 재미있게 잘 읽었습니다.
진짜 사람마다 재능이 다르네. 호랭이의 산행기를 이제야 읽고 댓글 단다. 재미있게 잘 썼네, 앞으로도 자주 쓰길 바란다. 근데 지금이라도 작가 등단을 생각해 보지? 이미 등단했나? 지금은 새벽 5시 반. 이제 오후 9시에 뱅기를 타면 일단 6일 오후 6시쯤 귀국 예정. 그 뒤에 움직일 계획은 아무래도 분위기상 취소해야 할 듯... 내가 부른 노래는 립스틱 짙게 바르고와 부초... ㅋㅋ 그런 건 안 적어도 되긴 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