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행 2
언제부터인가 바깥 활동은 움츠려 지내는 편이다. 세월 따라 세상과 영 담을 쌓고 살 수 없어 꼭 얼굴을 내밀어야 하는 경우가 없지는 않다. 경주 산골 주말 농장을 일구고 사는 친구에게는 혼자도 찾아갔지만 동행도 있었다. 동행 덕으로 내가 운전을 하지 않기에 제법 되는 거리를 수월하게 오갈 수 있었다. 내가 중간에서 다리를 놓아 산방 주인장은 새로운 인물과 교류가 있었다.
동행인은 진해 어느 고교에서 영어를 가르치며 대학 진학 상담에 일가견이 있다. 다년간 한 우물을 파 이제 도내에서 명성은 물론 전국적으로 강의 요청이 쇄도하고 있다. 강의 대상은 같은 교사들이나 학교 관리자거나 학생이나 학부모일 수 있었다. 십이월 둘째 주 토요일 오후엔 진해 친구가 울산광역시교육청에서 주관하는 고3과 학부모 대상 입시 설명회 초청 강사로 나서게 되었다.
진해 친구는 혼자 길을 나서도 임무를 잘 수행해 올 수 있으련만 강의가 끝나고 나면 울산에서 나하고 1박을 하면서 한 해를 마무리 짓자고 했다. 울산에는 내가 잘 알고 지내는 경주 산골 지음산방 주인장이 살았다. 그리고 그 산방에서 몇 차례 얼굴을 뵌 다른 지인 둘도 함께 자리를 갖길 원했다. 이런 뜻을 울산 친구에서 전했더니 지인들에게 연락해 주말 저녁 시간을 비워 두었단다.
나는 주말이면 즐겨 가는 산행을 마다하고 새벽녘 온천장을 다녀온 것으로 끝냈다. 집으로 돌아와 몇 가지 자잘한 집안일을 끝내고 친구로부터 연락이 오기를 기다렸다. 점심나절 연락이 되어 남산동 시외버스터미널로 나갔다. 진해 친구를 접선했더니 주말임에도 불구하고 학교에 나가 도교육청으로부터 온 공문에 따라 어느 대학에서 위촉한 원고를 쓰느라고 머리 쥐가 날 정도라고 했다.
나는 동반석에 너무 흥분하지 마십사고 주문했다. 바쁠수록 둘러 쉬어가고 둘러 가가라고 권했다. 친구가 밟아가는 차는 그새 창원터널을 넘어 장유를 지났다. 남해고속도로에서 북부산 못 미쳐 김해 대동으로 빠져 낙동강을 건넜다. 양산에서 경부고속도로를 타 통도사를 지나 언양에서 울산으로 접어들었다. 내비게이션이 안내하지 않아도 울산광역시교육청이 위치하는 곳은 알고 있었다.
울산광역시교육청은 학부모들이 타고 온 차량으로 주차공간이 협소해 지하 2층까지 내려가 겨우 차를 세웠다. 오후 2시부터 대학 정시 모집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진학 설명회였다. 전반부는 부산 어느 고교에서 온 강사가 수도권 대학 진학에 관한 입시 정보를 소개했다. 강당 밖에선 울산 지역 소재한 방송국에서 파견된 카메라 취재 기자들이 인터뷰를 하기 위한 전략을 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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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사로 위촉된 친구가 미리 보낸 강의 원고는 책자로 엮어져 고3과 학부모들 손에 쥐어져 있었다. 전반부 강의가 끝나고 짧은 휴식 후 100분 강의는 친구가 맡았다. 행사를 주관하는 장학사가 초청한 청중들 앞에서 강사인 친구를 소개했다. 키가 훤칠하고 외모가 준수한 친구가 연단 위에 오르자 박수를 한껏 보냈다. 강의 내용은 영남권 대학 정시 모집 입시 전략을 소개한 내용이었다.
친구는 영어를 가르치면서 다년 간 고3 담임과 학년부장을 맡았더랬다. 거기다가 교직 입문 초기 사립 고교에서 교육민주화운동을 펼치다 해직을 당했다. 그로부터 5년간 교단에서 밀려나 뜨거운 아스팔트에서 복직 투쟁을 벌이다가 닭장차를 타기도 했다. 근래는 공립 고교에서 대학 입시 전문가 반열에 올랐다. 이제는 인근 광역시 교육청에서도 강사로 모셔 갈만큼 전문가가 되었다.
친구의 강의가 끝나갈 즈음 울산에 사는 친구로부터 전화가 왔다. 태화강 야경을 볼 수 있는 일식집에 저녁자리를 예약해 놓았다고 했다. 시가지는 어둠이 깔려 강변로는 가로등이 켜져 있었다. 언젠가 경주 산골 지음산방에서 작은 음악회를 열었던 지인 둘을 포함하니 다섯이었다. 생선회와 조갯살을 안주 삼아 잔을 비우다가 노래연습장으로 자리를 옮겼더니 선경이 멀리 있지 않았다. 2015.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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