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젊은이들로부터 '꽃돼지'라고 놀림거리가 되었던 녀석을 이제 한국의 모든 신문 방송에서 꼬박꼬박 국무위원장이라고 불러준다. 대단한 녀석이다. 마치 씨름판에서 배지기에 당해 넘어가다가 순간적으로 몸을 뒤틀어 뒤집는 묘기를 보는 듯하다.
트럼프의 압박 전략에 견디지 못하고 부하에 의해 거세되든지, 주민들에게 밟혀죽든지, 그래도 버틴다면 미국의 폭격을 맞든지, 어쨌든 정치 생명이 곧 끝날 것 같던 녀석이 생생하게 돌아다니고 있다. 그것도 세계의 주목을 받으며 'G2' 지도자들과 연쇄 회동을 하고 있다. 반전의 묘기가 따로 없다.
이제 녀석을 두고 평가하는 것도 무의미해졌다. 누구 때문이고, 무엇이 걱정이고를 따지는 것도 실없어졌다. 녀석은 지금 G2 지도자들을 데리고 노는 형국이다. '협상의 달인'이란 명성이 부끄럽게도 트럼프는 한 번의 만남에서 어이없이 당했다. 처지가 뒤바뀌고 말았다. 핵을 버리라고 호통치다가 이제 김정은으로부터 되레 '군사훈련 집어치우라', '압박 제재 풀라'라는 등의 호통 앞에 직면하게 되었다. 시진핑도 녀석이 트럼프를 만나기 전에 부랴부랴 새치기 면담으로 선대의 인연까지 들먹이며 환심을 샀다. 그리고 벌써 세 번째 만났다. 문재인의 팔뚝을 툭 치던 왕이 외교부장도 녀석 앞에서는 더없이 공손해 보였다.
청출어람(靑出於藍)이 따로 없다, 아비보다 낫다는 말 들을 만하다. 잔머리나 굴리는 아비보다는 훨씬 선이 굵고 배포가 커 보인다. 이미 7년 차 집권 경험에 이제 종신 집권을 보장받기 위해 협상을 벌이고 있다. 이를 위해 중국은 물론 한·미까지 나섰으니 속으로는 회심의 미소를 지음직하다. 현 상황대로라면 10년쯤 뒤에는 한·미·중 집권자들은 다 바뀌고 녀석만 한층 더 성숙한 모습으로 건재할 것이다. 그때까지 대한민국이 성할지도 미지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