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무덤을 지키는 진묘수(鎭墓獸)

사자(死者)의 시신이 묻혀있는 무덤은 성스러운 장소로 귀중한 유품들이 부장되어 있다. 악령이나 도굴꾼의 침입을 막기 위해 묘실과 연도에다 상서로운 짐승의 모습을 표현한 진묘수(鎭墓獸)를 두었다. 초기에는 점토 모형이 주류를 이루지만, 점차 유약을 사용한 도기로 바뀌어 간다. 몸체는 사자, 용, 멧돼지 등을 모델로 삼았으나, 머리에는 뿔을 몸에는 날개를 달았으며, 눈을 크게 뜬 채 혀를 내밀고 있는 괴수의 모습들이 많다. 얼핏 보면 멧돼지를 연상시키지만, 머리와 등에는 뿔이나 날개가 달려 있다. 상상 속의 신령스런 지승이며, 전체적으로 주칠(朱漆)하였음을 알 수 있다.
악령을 물리치고 묘실을 지키는 역할의 부장품으로 기두(魌頭)라고도 불리운다. 그 전통은 한대(漢代)의 인면수신용(人面獸身俑)이나 독각수(獨角獸)에서 찾을 수 있다. 북조대(北朝代)에 이르러 쌍각(雙角)이 달린 수면(獸面)이나 꼬아 올린 원발(圓髮)의 인면 진묘수(鎭墓獸)가 나타나며, 어깨에는 화염상(火焰狀)의 날개가 달리고 등에는 배골(背骨)이 장식되게 된다. 이들 진묘수 한 쌍은 우제류(偶蹄類)의 발을 가진 사지수(四肢獸)로, 수면 진묘수의 경우 머리 위에 갈고리 같은 두 개의 큰 뿔이 있고 코는 녹색으로 큼직하게 묘사되어 있으며, 크게 벌린 입에는 아래 위에 각각 두 개씩의 송곳니가 있고 턱수염이 있다. 등에는 유약이 시유되지 않은 배골이 달려있고, 양 어깨에는 화염 모양의 갈기가 세워져 있어 상대를 위협하는 형상으로 묘사되어 있다. 인면 진묘수의 경우 전체적인 자세는 수면 진묘수와 같으나, 험상궂은 얼굴에 머리 위의 직립한 큰 뿔과 큰 귀가 특이하다. 얼굴과 귀, 뿔 부분에는 시유가 되어 있지 않으며, 단지 앞머리에서 이마와 콧등에 걸쳐 녹유가 직선으로 시유되어 있어 위혁(威嚇)의 효과를 증대시키고 있다. 인물용 당삼채나 인면 진묘수의 경우 얼굴 표정을 섬세하게 묘사하기 위하여 시유하지 않는 것이 일반적이다. 어깨 위의 화염상 갈기와 발굽의 색은, 수면 진묘수가 갈색, 인면 진묘수가 녹색으로 표현되어 있다.
공주박물관 무령왕실에서 소장.전시하고 있는 무령왕릉 석수(石獸, 국보162호). 중국 신화에 나오는 상스러운 동물을 형상화한 석상으로 무덤을 지키는 진묘수(鎭墓獸)라고 한다. 무덤이나 궁전 앞에 세워두어 나쁜기운이나 악귀(惡鬼)를 쫓아내는 벽사(僻邪)의미를 갖고 있다.후대의 왕릉이나 궁궐에서는 흔히 볼 수 있다. 이런 의미를 갖는 석상 중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되었다. 이는 웅진기 백제의 지배층을 중심으로 중국의 도교.신선사상이 전파되었음을 잘 보여주고 있다. 악귀를 물리치는 진묘수는 중국 고유의 문화이기도 하지만, 실크로드를 통해 불교와 함께 전해진 서역문화의 일부분으로 보기도 한다.
무령왕릉 석수, 국보 162호.
공주시 무령왕릉에서 발견된 백제 때 만들어진 석수이다. 석수(石獸)란 돌로 만든 동물의 상(像)으로 좁게는 궁전이나 무덤 앞에 세워두거나 무덤 안에 놓아두는 돌로 된 동물상을 말한다. 무령왕릉 석수는 높이 30.8㎝, 길이 49㎝, 너비 22㎝로 통로 중앙에서 밖을 향하여 놓여 있었다. 입은 뭉뚝하며 입술에 붉게 칠한 흔적이 있고, 콧구멍 없는 큰 코에 눈과 귀가 있다. 머리 위에는 나뭇가지 형태의 철제 뿔이 붙어있다. 몸통 좌우, 앞·뒤 다리에는 불꽃무늬가 조각되어 있는데 이는 날개를 나타낸 것으로 보인다. 꼬리가 조각되어 있으며 배설 구멍이 달려 있을 정도로 사실적이다. 무덤 수호의 관념에서 만들어진 것으로 우리나라에서는 처음 발견된 것이다.
투루판 이스타나고분군에서 출토된 무덤을 지키는 상상의 동물인 진묘수. 무령왕릉 진묘수와는 달리 사람얼굴을 하고 있다. 서역과 교류가 활발했던 남북조~수.당기에는 이런 형태의 문화가 널리 퍼져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투르판의 아스타나, 카라호자 무덤에서 흔히 출토되는 진묘수(鎭墓獸)의 머리에 해당한다. 진묘수는 무덤을 지키는 역할을 하는 상상의 동물이다. 시신을 안치하는 널방의 문에 한 쌍이 배치되며, 때로는 천왕을 표현한 인형과 함께 등장하기도 한다. 사람이나 짐승의 얼굴을 하고 있으며, 엉덩이를 땅에 붙이고 앞다리를 세워 정면을 향해 응시하고 있는 자세를 취한다. 묘를 지키는 역할에 어울리게, 상대를 위협하는 듯한 사나운 표정을 짓고 있다. 이 두상은 투구를 쓰고 있는 사람 얼굴을 보여준다. 머리 윗부분에는 잘려나간 뿔의 흔적이 남아 있고, 목 아래에도 짐승의 털이 묘사되어 있어 진묘수의 머리 부분임을 알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