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렉산더 대왕
원제 : Alexander the Great
1956년 미국영화
각본, 감독 : 로버트 로센
출연 : 리처드 버튼, 프레드릭 마치, 다니엘 다류
클레어 블룸, 스탠리 베이커, 피터 쿠싱
해리 앤드류스, 배리 존스, 마리사 데 레자
세계 3대 정복자로 알려진 인물은 '프랑스의 나폴레옹' '몽골의 칭키스칸' 그리고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입니다. 세계 3대 정복자라는 것은 세계 3대 살인마 라는 말과 유사하다고 생각합니다. 기원전 시대 인물인 알렉산더 대왕은 이미 20세 정도 나이에 정복자로서의 기질을 유감없이 발휘했으며 불과 33세의 나이로 사망할 때까지 유럽 전역, 이집트, 페르시아, 인도까지 침략의 손길을 뻗쳤을 정도로 전쟁광이자 야망이 큰 인물이었습니다. 지금 기준으로는 원시시대라고 볼 수 있는 기원전 시대에 이런 왕성한 정복을 하였으니 확실히 제정신 가진 인물은 아니었을 듯 합니다. 10년 넘게 왕궁이 아닌 전쟁 원정을 다녔을 정도니 정복 자체가 그의 삶이었던 거죠.
그의 일대기를 다룬 영화는 생각보다 별로 영화화되지 않았는데 우리에게 알려진 두 작품이 2004년 올리버 스톤 감독의 영화가 있었고 1956년 고전 '알렉산더 대왕' 이 있습니다. 오늘은 56년 고전에 대한 소개를 하겠습니다.
우리나라에 '육체와 영혼' '모두가 왕의 부하들' '허슬러' 등으로 알려진 로버트 로센 감독의 작품인데 대작 전문 감독은 아니지요. 그래서 시대극 치고는 약간 소품 느낌이 나는데 가장 전투장면이 많아야 할 알렉산더 대왕 이야기가 오히려 '십계' '스팔타카스' '벤허' '엘시드' 등의 영화보다 훨씬 소규모처럼 되어 버린거죠.
아들을 얻고 기뻐하는 왕, 하지만 왕비와
사이가 좋지 않아 마냥 기뻐하지만은 않는다.
왕과의 부부관계가 악화되었지만
아들 알렉산더를 통해서 희망을 얻은 왕비
이 시대에 이런 책이 존재했을까?
모자관계로 등장한 다니엘 다류와 리처드 버튼
영화는 의외로 전투묘사 대신에 정치적인 내용이 강합니다. 2시간 20분 정도 영화에서 절반은 왕, 왕비, 왕자의 암투를 다룬 내부의 정치적 이야기, 후반부 절반은 왕위에 오른 알렉산더의 정복 이야기 입니다. 물론 정복 이야기를 다룬 후반부도 거의 페르시아와의 전투 위주로 다루고 있습니다.
마케도니아의 왕 필립(프레드릭 마치)은 전쟁 원정 중 왕자가 태어났다는 소식을 듣습니다. 하지만 그다지 기뻐하지 만은 않습니다. 그는 올림피아스 왕비(다니엘 다류)와 별로 사이가 좋지 않았고, 그로 인하여 아들의 탄생에 대해서도 담담합니다. 특히 왕의 심복 아탈루스(스탠리 베이커)는 왕과 왕비를 이간질하는 역할을 하지요. 알렉산더(리처드 버튼)는 자라면서 아리스토텔레스에게서 학문을 배우지만 학문보다 그의 몸에 배어있는 타고난 전투 기질은 빨리 아버지를 따라 전쟁에 참여하고픈 욕구를 감추지 못합니다. 필립 왕에게 처음 한 지역을 관리하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그는 순식간에 전쟁 지도자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고, 이런 알렉산더의 인기를 필립 왕은 은근 경계합니다. 하지만 올림피아스 왕비는 이런 알렉산더의 성장을 반깁니다. 필립왕이 아탈루스의 조카딸 유리디스와 결혼을 계획하면서 왕비를 폐위시키자 알렉산더와의 사이는 더 틀어지고 아탈루스와 알렉산더도 반목이 심하게 됩니다. 결국 필립왕은 결혼식 이후 알렉산더의 심복에게 살해당하고 알렉산더는 그 심복을 직접 처단한 뒤 압도적인 인기를 바탕으로 왕위에 오르게 됩니다. 그가 왕이 되면서 아탈루스, 유리디스, 그리고 유리디스가 낳은 아기의 운명은 참혹한 신세가 되지요.
아버지와 대립하는 알렉산더
아버지가 자기 또래의 젊은 여성을 왕비로 맞이하고
어머니를 폐위시키려고 하자 반감을 갖는 알렉산더
해머영화 스타 피터 쿠싱(가운데)과 명목상
여주인공인 클레어 블룸
아버지 필립왕이 알렉산더의 심복에게
살해당하고....
이렇게 왕과 왕비의 반목으로 시작되어 아들 알렉산더와 아버지간의 세력타툼으로 전개되는 전반부 이야기는 마치 우리나라 조선 왕조의 야사를 보는 느낌입니다. 조선 왕조 역시 형제간의 칼부림 등 피로 얼룩진 왕권이었는데 야심이 큰 알렉산더 역시 아버지와 심한 대립의 모습이 보여지고 특히 아들 알렉산더를 이용하여 자신의 권위를 다시 찾으려는 왕비로 인하여 그런 대립이 더 격화됩니다.
필립 왕이 죽은 뒤 왕위에 오른 알렉산더의 정복자로서의 삶이 후반부의 내용이데 아시아의 거대한 국가 페르시아의 왕 다리우스(해리 앤드류스)와의 대립이 상세히 그려집니다. 제법 전투다운 전투로 다루어지는 내용은 다리우스가 이끄는 페르시아 군과의 격전입니다.
2시간 20분 정도의 분량이지만 10년 넘게 정복자로서 삶을 살았던 알렉산더의 전 생애를 다루기에는 매우 부족한 시간입니다. 그래서 주요 사건 위주로 집중해서 다루고 있고, 이야기가 많이 압축되어 있습니다. 그의 탄생부터 죽음까지의 전 생애를 다 다루고 있지요.
'성의'로 스타가 된 영국의 리처드 버튼이 알렉산더 대왕을 굳세게 연기하는데 그는 '성의' '클레오파트라' 등 시대극에 몇 편 등장하지만 예민한 현대인의 역할에 훨씬 더 어울리는 배우입니다. 체격도 그다지 크지 않고. 이런 유형의 영화에는 찰톤 헤스톤이나 빅터 마츄어, 로버트 테일러 등이 더 잘 어울리지요. 로버트 로센은 미국 감독이지만 영국 배우들을 많이 기용했는데 리처드 버튼 외에도 명 조연 배우 해리 앤드류스, 그 시대 영국에서 나름 인기가 있었던 스탠리 베이커, 해머 영화사의 간판 스타가 되는 피터 쿠싱 등이 출연합니다. 명목상 여주인공인 클레어 블룸도 영국 여배우지요. 하지만 실질적으로 왕비 역의 다니엘 다류가 더 비중이 큽니다. 클레어 블룸은 아테네의 지도자 멤논(피터 쿠싱)의 아내 역할인데 주연급 여배우이기 때문에 억지로 비중을 늘리려고 애쓴 모습이 보입니다. 사실 없어도 되는 역할입니다. 무늬만 여주인공인데 그다지 많이 나온다고도 할 수 없죠. 대신 2년 뒤 출연한 '성난 얼굴로 돌아보라' 에서 리처드 버튼과 제대로 남녀 주인공으로서 합을 맞추지요.
여배우 중에서 실질적으로 가장 비중이
높았던 다니엘 다류
1930-40년대 프랑스의 전설적 여배우다.
알렉산더와 바신느(클레어 블룸)의 로맨스는
오히려 영화에 불필요한 내용처럼 느껴지면서
영화의 전개를 방해하는 느낌이다.
위풍당당 알렉산더 대왕
페르시아를 정복한 알렉산더
필립 왕 역은 할리우드의 30-40년대 명우 프레드릭 마치가 등장하는데 수염을 붙이고 나와서인지 외모를 알아보기 힘듭니다. 아무튼 상당한 호화배역의 영화인데 리처드 버튼을 제외하고는 주연 비중으로 나오는 인물이 없습니다. 전반부 후반부에 인물의 교체도 상당히 되고.
나름 볼만한 고전 시대극인데 앞부분의 정치적 내용보다 후반부의 정복 내용이 덜 재미있는 게 다소 단점입니다. 아무래도 프랑스의 전설적 여배우 다니엘 다류와 할리우드 명우 프레드릭 마치가 이끌고 가는 부분이 더 재미있죠. 거의 리처드 버튼 혼자서 독무대를 이루는 후반부는 약간 시들한 느낌입니다. 별로 불필요한 캐릭터를 연기한 클레어 블룸이 오히려 이야기의 흐름을 방해하는 느낌이고.
아무튼 짧고 굵게 살다간 전형적 인물, 전쟁광이자 정복왕인 알렉산더의 삶, 영화를 보고 허무함을 느낀 게 결국 일찍 죽게 될 운명을 그렇게 정복하러 다니는데 쏟았고, 그의 사후에 그가 정복한 여러 국가들이 마케도니아의 통치를 지속적으로 받은 게 아니라 반란과 혼돈을 이루며 곧바로 분열된 것을 보면 그의 일생에 걸친 정복행위가 과연 무슨 의미가 있나 싶습니다. 그는 영웅도 위대한 인물도 아닌 그냥 광기와 헛된 욕망에 정복행위만 일삼다 죽은 어리석은 광인이 아니었을까 싶네요. 물론 정복한 국가에 문명과 학문을 전파하고 약육강식의 시대에 마케도니아의 안위를 위해서 벌인 행위라고 미화할 수도 있겠지만 어떤 이유로든 남의 나라를 침공하는 전쟁은 합리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더더욱 허무함이 강하게 느껴지는 영화로 다가왔습니다.
ps1 : 알렉산더 보다 줄리어스 시저 영화가 더 많지만 그 영화들에서 실질적 주인공은 시저가 아니라 안토니우스지요. 줄리어스 시저 영화가 플루타크 영웅전이 아닌 윌리암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영화화 한것이 대부분이라 그렇습니다.
ps2 : 알렉산더가 책을 읽는 장면이 나오는데 기원전 시대에도 책이 존재했는지 모르겠군요.
ps3 : 페르시아 왕이 알렉산더에게 '공과 금과 채찍'을 선물하며 강화에 나서는데 그 이유가 재미납니다. 채찍은 혼이 날거라는 경고이고 공은 아직 나이 어린 알렉산더에게 어른 일에 나서지 말고 공이나 갖고 놀라는 의미이고 금은 페르시아는 워낙 부자이고 금이 많으니 가난한 알렉산더에게 돌아갈 때 여비삼아 쓰라는 의미입니다. 물론 나중에 알렉산더의 마케도니아 군대에게 개박살나지만.
[출처] 알렉산더 대왕 (Alexander the Great, 56년) 호화배역진의 고전 시대극|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