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60년, 그 우정의 세월, 덕분에
십 수 년 전으로 거슬러 어느 날의 일이었다.
문득 한 생각을 일으켰다.
내 삶의 원천에 대한 생각이었다.
그 즈음의 내 인생은, 31년 9개월의 검찰수사관 신분을 ‘명예’라는 이름으로 벗어놓고 집행관의 신분으로 서울지방법원남부지원의 집행관사무소에서 제 2의 인생을 보낼 때였다.
채권자와 채무자의 다툼을 마지막으로 정리해주는 것이 내 맡은 일이어서 때로는 위험한 순간을 맞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는 여유를 부릴 수 있는 일터였고 수입도 괜찮은 편이었다.
게다가 맏이를 장가보내기도 해서, ‘행복’이라는 말을 입에 달고 다닐 때였다.
바로 그 행복한 삶의 원천에 대해서 생각해 본 것이다.
그때 그 결과로 이어진 단어가 있었다.
딱 석 자로, 이 단어였다.
‘덕분에’
맨 먼저 떠오른 얼굴이 있었다.
아내의 얼굴이었다.
가난한 집안의 맏이고 장손이고 종손인 나를 헌신적으로 도운 아내가 있어 내 오늘의 행복한 삶이 있을 수 있었던 것이기에, 1번 순위로 아내의 얼굴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리고 뒤를 이어 떠오르는 얼굴이 부지기수였다.
두 아들의 얼굴도 떠올랐고, 검찰수사관 시절의 동료 선배 후배의 얼굴도 떠올랐고, 집아 혈육의 얼굴도 떠올랐다.
그들 또한 내 오늘 존재함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계속 떠올려봤다.
그렇게 떠올려 마지막으로 눈앞에 어른거린 것이 있었다.
고향땅 풍경이었고, 그 땅에서 정든 고향 친구들이었다.
그 풍경 속에서 소꿉동무들과 어울린 어린 시절이, 내게는 인생 주춧돌 같은 바탕이 되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내 그 덕분을 고마워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2023년 5월 24일 수요일인 바로 어제 일이다.
오후 느지막하게, ‘햇비농원’ 우리들 텃밭으로 친구들이 왔다.
중학교 동기동창인 안휘덕 조방연 박희구 그렇게 세 친구들이었다.
나와 농약을 치고 아내는 고구마 모종을 심는 텃밭 농사 중이었다.
농사를 도우러 온 것이 아니다.
이번 주말인 5월 27일 토요일에, 우리들 모교 문경중학교 교정에서 열릴, 졸업 한 갑자 기념행사에 대한 상의를 할 것이 있다면서 왔다.
그 일에 유달리 적극적인 친구들이었다.
그런데 막상 와서 보니, 나와 아내가 농사를 짓고 있으니, 우선 그 일부터 돕고 나섰다.
덕분에 농사는 금방 끝냈다.
이제는 아내가 나섰다.
애써준 친구들을 위해 저녁을 사겠다고 나선 것이다.
덕분에 우리는 읍내 새로 개업을 한 장어집에서 값비싼 저녁을 하면서 행사에 대한 의견 교환을 할 수 있었다.
그렇게 의견 교환을 하면서도, 내 생각은 히딴 곳에서 맴돌고 있었다.
고향땅 고향 친구들을 고맙다하고 찾아줄 친구가 과연 몇이나 될까 하는 그 생각이었다.
첫댓글 멋진 풍경!
좋아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