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 이야기-60년, 그 우정의 세월, 언젠가는
“고물 삽니다. 컴퓨터, 냉장고, 텔레비전, 자전거, 관리기, 예초기 등, 고물 삽니다.”
그렇게 외치는 소리가 있었다.
2023년 5월 25일 목요일인 오늘 오전 9시 반쯤해서, 나와 아내가 ‘햇비농원’ 우리들 텃밭에서 농사를 짓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트럭을 몰고 다니는 고물장수가 왔다는 것이다.
쫓아나갔다.
몇 가지 버릴 것이 있어서였다.
농막 뒤쪽이며, 농막 옆으로 빼낸 그늘막이며 해서, 잡다한 것들이 쌓여 있던 자리가 휑하니 비어졌다.
쓰레기 같은 고물을 싣고 가는 고물장수의 트럭을 보면서, 내 문득 떠올린 시구가 있었다.
이날 아침에, 내 중학교 동기동창인 윤종렬 내 친구가 잔잔한 배경음악과 함께 카카오톡 메시지로 띄워 보내준 것으로, 일제 강점기를 산 만해(卍海) 한용운이 읊은 ‘언젠가는’이라는 시였다.
언젠가는 그 쓰레기처럼, 아니면 언덕 위에 한들거리는 꽃 양귀비처럼 사라지고 말 내 인생을 떠올렸던 것이다.
그러기에 오는 5월 27일 토요일에, 중학교 졸업 한 갑자 세월이 되었다고, 그 날을 기념해서 모교인 문경중학교 교정에서 만나게 될 친구들의 면면이 더 애틋해지고 있었다.
다음은 그렇게 내 맘을 흔든 그 시 전문이다.
언젠가...
말 못할 때가 옵니다.
따스한 말 많이 하세요.
언젠가...
듣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값진 사연, 값진 지식 많이 보시고 많이 들으세요.
언젠가...
웃지 못할 때가 옵니다.
웃고 또 웃고 활짝 많이 웃으세요.
언젠가...
움직이지 못할 때가 옵니다.
가고픈 곳 어디든지 가세요.
언젠가...
사람이 그리울 때가 옵니다.
좋은 사람 많이 사귀고 만나세요.
언젠가...
감격하지 못할 때가 옵니다.
마음을 숨기지 말고 마음껏 표현하고 사세요.
언젠가...
우리는 세상의 끝자락에 서게 될 것입니다.
사는 동안 최선을 다해
후회 없는 삶을 살다 가시면 참으로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