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의 건맨
원제 : Heaven with a Gun
TV 방영제 : 건맨의 기도
1969년 미국영화
감독 : 리 H 카친
출연 : 글렌 포드, 캐럴린 존스, 바바라 허쉬
존 앤더슨, 데이빗 캐러다인, 노아 비어리 주니어
J.D 캐논, 해리 타운스, 윌리암 브라이언트
버지니아 그렉
'천국의 건맨'은 40-50년대 빅 스타 였던 글렌 포드가 주연한 서부극입니다. 69년 작품이므로 글렌 포드의 후기작에 속하지요. 이름있는 스타들이 나이가 들면서 그냥 그런 감독의 작품에 출연하면서 주연 배우로서의 명목을 잇는데 이 작품이 그런 것이죠. 그렇지만 생각보다는 흥미롭고 볼만한 영화입니다. 50년대 등장했다면 뭐 괜찮은 평가를 받았을 겁니다. 이미 이런 류의 서부극이 한참 휩쓸고 지나간 뒤에 뒷북처럼 등장한 영화일 뿐. 다만 엔딩은 좀 차별화가 되었습니다.
전직 총잡이인 짐 킬리언(글렌 포드)은 목사가 되어 어느 마을에 나타납니다. 그곳 허름한 창고를 인수하여 교회를 세우지요. 마을 사람들은 드디어 이곳에도 교회가 생긴다는 사실에 대체로 환영합니다. 하지만 그런 킬리언의 행보를 탐탁지 않게 보는 인물이 있죠. 바로 가장 큰 목장을 소유하고 있는 에이사 벡(존 앤더슨) 입니다. 이 마을은 소몰이꾼과 양치기들간의 끝없는 영역분쟁으로 사람이 죽어나가는 곳입니다. 하지만 킬리언은 소와 양들이 함께 공존할 수 있다면서 두 세력 간의 평화를 중재합니다. 오랜동안 분쟁을 일으켰던 양측은 처음에 킬리언이 등장하고 그가 귀신같은 총솜씨를 지닌 걸 알자 서로 스카웃을 하려고 했지만 킬리언은 그들 모두를 교회에 초대하여 화해시키려 한 것입니다. 이렇게 해서 마을 사람들은 킬리언에게 동조합니다. 에이사 일당만 빼고.
좀 특이한 주인공을 내세운 영화입니다. 한 손에는 성경책을, 한 손에는 권총을. 킬리언 이라는 주인공은 나름 개과천선하여 목사가 된 인물이지만 그렇다고 총을 버리진 않습니다. 총이 사람들을 보호한다는 신념하에 총을 늘 소지하며 악당을 응징하지요. 그와 대립하는 메인 악당이 거대한 목장주인 에이사 벡이고요. 그리고 망나니 악당 역할은 에이사 벡의 아들인 코크(데이빗 캐러다인) 입니다. 주로 코크와 킬리언의 대립이 이어지죠. 킬리언은 목사답게 제법 자비도 가졌습니다. 마음만 먹으면 악당을 손쉽게 죽일 수 있지만 죽이기 보다는 혼내주는 쪽을 더 선호하지요. 물론 죽일 때도 있지만.
당연히 흥미를 돋구기 위하여 킬리언의 여자들도 등장합니다. 그와 오랜 인연을 가졌던 과거의 연인으로 술집을 운영하는 매지 맥클로드 라는 인물이 나오는데 캐럴린 존스가 출연합니다. 캐럴린 존스는 '건 힐의 결투'에서 인상적 역할을 했고, 그외 '신체강탈자의 습격' '납인형의 비밀' 등에 등장한 50년대 여배우입니다. 메이저 스타는 아니죠. 그녀가 별로 곱게 늙지 않은 모습을 보입니다. 그리고 코크일당에게 살해당한 인디언 아버지를 묻어준 킬리언을 따라다니며 처분(?)을 바라는 젊은 혼혈 여인 역할로 바바라 허쉬가 출연합니다. 바바라 허쉬는 '공황지대'라는 영화로 대표되는 70-80년대 배우입니다. 즉 캐럴린 존스가 끝물이라면 바바라 허쉬는 등장이지요.
유능하고 정의로운 총잡이 주인공 나오고 그와 대치하는 악당 무리들이 나오고 총잡이 주인공과 친한 두 여자들이 나오고, 뭐 갖출 것 갖추고 보여줄 것 보여주는 영화에요. 심심찮게 총잡이 주인공의 실력발휘 장면도 나오고. 뭔가 서부의 마동석 같은 믿음직한 인물로 설정됩니다. 많은 서부극들이 그렇듯 이 역시 비현실적으로 총을 잘 쏘는 인물이고요. 하지만 이런 유형의 정의로운 총잡이 주인공의 활약 서부극은 이미 60년대 초반쯤에 마무리 되었습니다. 69년 당시는 좀 더 진화된 수정주의 서부극이나 마카로니 웨스턴의 시대였죠.
엔딩이 차별성이 있다는 이야기는 주인공의 직업에 기인합니다. 평화의 전도사가 되어야 할 목사가 늘상 총이나 잡고 살인이나 하면 안되겠죠. 목회와 살인 사이에서 고민할 만 하죠. 그렇다고 주인공이 번뇌하는 장면이 나오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그냥 엔딩의 처리가 일반적인 서부극과 다르지요. 일종의 '총 보다 평화' 같은 메시지입니다. 그리고 약자들이 뭉치면 강하다 뭐 그런 내용이기도 하고. 우리 모두는 화해하고 평화를 지킨다 그런 메시지도 담기고. 그래서 박진감 있는 엔딩의 클라이막스를 기대한 분들은 실망할 수도 있지만 제 개인적으로는 아주 합리적인 결말이라고 봅니다.
글렌 포드가 많이 나이든 모습으로 등장하지만 젊었을 때 많이 연기한 선역 주인공으로서의 정의로움과 강인함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습니다. 제가 본 그의 주연작 중에서는 가장 후기 작품이지요. 이후 작품은 '미드웨이' '슈퍼맨' 같이 조연 출연작들 입니다. 실제로 이 작품 이후로 그는 주로 TV로 돌았지요.
리 H 카친 감독은 스티브 맥퀸 주연의 '르망'을 연출한 인물인데 그다지 많이 알려지진 않았습니다. '르망'도 그렇고 '천국의 건맨'도 그렇고 둘 다 국내 미개봉작 이므로 더욱 알려지지 않은 감독이지요. 그나마 빅스타를 출연시킨 영화였는데. 국내 미개봉작이라서 희귀하고 생소한 작품일테고 우리나라에는 1981년 TV에서 방영한 정도입니다. 그때의 방영제목은 '건맨의 기도' 였지요. '천국의 건맨'은 이후 케이블 TV 방영제입니다. 둘 다 나름 어울리는 제목이라고 봐요. 서부극 좋아하고 과거 50-60년대 낭만적 서부영화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무난히 재미있게 볼 영화입니다.
ps1 : '쿵후' 시리즈로 인기를 모았던 데이빗 캐러다인이 악당입니다. 그런데 좀 가엾은 악당이지요. 시종일관 글렌 포드에게 당하니까요. 그리고 죽는 것도 아주 비참하고.
ps2 : 여기 마을은 대체 보안관이 없나봐요. 사건이 일어나도 보안관은 코빼기도 안 보이는군요.
[출처] 천국의 건맨 (Heaven with a Gun, 69년) 총잡이 목사 이야기|작성자 이규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