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그날
-김종원 詩人-
항상 이맘쯤엔
새학기가 시작이 됩니다
그리고 새학기에 분주한 길거리를
활기차게 지나가는 학생들을 볼때면
내가 저랬을때의 생각
더 자세히 말하자면
그 사람과 내가 저만할 때의 생각이 납니다
저만큼 예뻤으리라,
저만큼 순수했으리라,
꼭 저만큼은 행복했으리라.....
세월이 흐른다는 게
나이만 먹는 게 아니었습니다
그 시절의 기억도
그 사람의 모든 몸짓 하나 조차도
난 이제 잊어갑니다....
그 시절
딱히 갈 곳이 없어
놀이터에 가기 위해 만나는 사람처럼
우린 만나면 늘 놀이터에 갔었습니다
겨울엔 꼭 감싸 안아주고
여름엔 가끔 불어오는 시원한 바람을 맞으며
여기 참 좋다
여기 참 좋다라고.....
생각해보면, 도대체
놀이터가 뭐가 그리도 좋았는지...모르겠습니다
나는 모르겠습니다
모르고 싶습니다......
그래요,
이 노래 가사처럼
언젠가
당신이 아닌, 다른 누군가의 남편이 되어
당신을 추억 할 날이 오겠죠
그리고,
내가 당신을 추억 할 때 즈음엔
당신도 이미
세살 된 예쁜 아이의 어머니가 되어
나 아닌 다른 남자를 위해
맛있는 저녁을 만들어 두고,
설레이는 마음으로 시계를 보며
퇴근할 남편을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겠죠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저 모든 이유를 다 뛰어넘어
사랑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했던
오래전 그날
내 오래전 그날....
1999년 2월 4일 김종원 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