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편소설 因緣
<제13편 도화연정>
①야속한 놈-31
“종길아! 왜 허사비츠럼 서있냐? 으-음.”
줄포댁은 게슴츠레한 눈을 박종길에게 보내면서 안쓰러운 듯이 말을 흘리고 있었다.
그러나 붉은 불빛아래 그의 몰골은 허수아비가 아니라, 몽달귀신을 닮아있었다.
“엄니, 지 극정언 말어유.”
그는 이렇게 대꾸하고서 그대로 서서 그녀가 신령님의 밑에 눌린 채 쉴 새 없이 팔다리를 바스대고, 이따금 격하게 고개를 도리질하자, 쪽머리가 풀어지고, 흥분에 도취되어 이를 가는 모습을 활동사진처럼 바라보고 있었다.
“시방 느그 아부지가 온거여. 너도 기억날끼다. 고기잡이서 돌아온 날밤이문, 느그 날 요케 벌거벗겨 뉘여놓고서나, 밤새 놀던 일얼? 어-억.”
그녀는 열기가 상승하는 가운데, 몽달귀신처럼 서있는 아들에게 죽은 남편이 한밤에 자신을 벗기어놓고, 놀던 짜릿한 순간을 회상하고 있었다. 비록 다시 돌아올 수 없는 불귀의 객이었으나, 그 귀신이 신령님을 통하여 자신에게 돌아와, 예전처럼 함께 논다는 말이었다.
“엄니, 즈그도 멫 번 봤어라오. 배타고 오신 아부지넌 강안이다 배를 매놓고, 쌀가마니를 메다가 집이 들여놓기만 허문, 밤낮 읎이 엄니한티 붙당겼어라오.”
“그러제! 느그가 고걸 워뜨기 자사허기 본겨?”
박종길이 그의 아버지가 살아있을 적에 기억을 되살리자, 줄포댁은 감개무량한지, 그러한 걸 어떻게 자세히 보았느냐고 물었다.
“즈그넌, 뒷방이서 문구멍으러 봤어라오.”
“니가 눈도 밝다야, 껌껌헌 방인디, 뵈던겨? 으-음.”
그가 아버지와 어머니가 벌거벗고, 한 덩이로 뜨겁게 놀던 모습을 샛문 구멍으로 보았다고 하자, 그녀는 짓궂게 껌껌한데, 보이더냐고 물었다.
“고럼유. 시방 신령님이랑 똑같혔어라오.”
“느그 아부지 귀신이 온 건 게로. 으-윽!”
그때 남자의 공이질이 가속되었다.
“오메, 종길아! 아이고 나 죽넌다야!”
그녀는 남자가 야무지게 콩콩 공이질을 하자, 박종길 쪽으로 손을 뻗히었는데, 그제야 그가 몸을 주저앉히고, 그녀의 손을 쥐며, 보드랍게 매만지었다.
그때 미닫이문이 열리면서 김이 무럭무럭 피어오르는 탕과 시원하고, 맛깔스러워 보이는 김치 동치미가 오른 술상을 들이어오더니, 다시 나가서는 동동주 술통도 가지어다놓았다.
“하-악!”
그때 남자의 외마디소리가 진동하고, 여체는 몸을 한껏 움츠린 채, 뿌리어진 정수를 받아들이는 모습이었다. 그와 동시 두 남녀는 한 덩이로 굳어지었다.
“신령님! 목 마르신디, 술 드셔유.”
줄포댁의 손을 잡고 있던, 박종길이 드디어 손을 놓고, 물러앉으며 말하였으나, 두 남녀는 반응이 없었다. 남자가 쏘아댄 정수를 여체가 벙벙히 채우고도, 넘치어 흘렀던가보았다.
그런데 남편이 남이라더니, 정녕 그의 아내는 그와 붙어 앉지 아니하고, 따로 따로 앉았고, 그녀는 방금 나가면서 가랑이에 찼던 속곳마저 벗어젖히었다.
그제야, 줄포댁과 한 덩이로 굳은 듯하였던, 남자가 몸을 일으키고, 줄포댁도 헝클어진 머리채를 뒷머리로 모아 올리고는 쪽을 틀어 비녀를 꽂았다.
박종길은 혼자 앉고, 남자의 좌우로 그의 아내와 줄포댁이 다 발가숭이인 채 술상 앞에 앉아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목에 동동주를 붓고 있었다.
박종길이 남자의 술잔에 술을 채우며, 말하였다.
“신령님, 울 엄니랑 아내넌 오매불망 신령님얼 기다려유.”
그러자, 남자가 안타까운 듯이 그에게 묻고 있었다.
“종길 씬, 밤에 어디서 시간을 보내오?”
남자의 물음에 그는 머뭇거림도 없이 대꾸하였다.
“아내럴 아끼넌 맘여서유.”
“그건 또 무슨 해괴한 핑계인가?”
남자가 그의 엉뚱한 핑계에 불끈하자, 그때 또 아이가 잠에서 깨어나 바스대었다. 그의 아내가 아이를 안아다가 둥싯거리고 있었다.
“신령님, 울 아그가 누구 닮었나 보셔유.”
그의 아내가 보에 싸인 아이를 남자에게 보이어주면서 누구 닮았는지, 보라고 하였다.
그러자, 남자가 빼앗듯, 안아다 넌지시 보더니만, 아이를 도로 건네주었다.
“곱슬머리만 보더라도, 저희 아빠 빼닮았네!”
“깔깔깔...”
첫댓글 벌거벗은 고부와 남편 그리고 신령이 둘러앉은 주안상이 진풍경입니다~
무슨 탕인지는 몰라도 김이 모락 모락 피어오르는 탕이랑 동동주에 더 눈길이 갑니다
이런 인간의 꾸밈없는 삶이란 요즘 금전주의에 빠져
정신 못 차리는 무리들보다 훨씬 차원높은 삶이지요.
인간의 삶과 죽음에는 어떤 방만과 탈선도 비유시킬
수 없지요. 박종길네도 남아선호 사상에서 빚어지는
이야기지만, 며누리나 시어머니는 다 박씨네 집안에
들어와 박씨네 가문을 열겠다고 남편의 자손을 번성
시키려는 일념이 가상한데 비록 남믜 남자의 씨라도
무작정 남자만 낳면 된다는 생각으로 변하는데 그게
남부장에서 여부장제로 전환하는 시점이라고 보지요.
현대인들의 발상이 차츰 움트기 시작한거라 보이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