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없어서 예전에 읽은 책으로 급히 쓴 글
레이먼드 카버의 단편 소설을 처음 읽을 때는
<대성당>이라는 제목만 보고 ‘아 신앙적인 얘긴가?’하고 생각했지만 전혀 그런 얘기가 아니어서 좀 당황스러웠다. 마지막 부분에서 주인공은 아내의 친구인 맹인과 함께 TV에 나오는 대성당을 본다. 그런데 비장애인인 주인공은 대성당을 잘 설명하지 못한다. 오히려 장애가 있는 맹인은 주인공의 손을 잡고 대성당을 그리며 주인공에게 굉장히 신기한 경험을 하게 해주었다. 근데 대체 이 책은 무슨 내용인 걸까?
주인공은 맹인들에게 고정관념을 가지고 있었다. "앞을 못 보는 사람을 내가 개인적으로 알거나 만나본 적은 한 번도 없었다…. 그는 갈색 슬락스에 갈색 신발, 밝은 갈색 셔츠, 넥타이, 스포츠 재킷을 입고 있었다. 멀끔멀끔. 또한 그 덥수룩한 턱수염도 있었다. 하지만 그는 지팡이를 사용하지도 않았고 검은 안경을 쓰지도 않았다. 나는 항상 맹인들에게는 검은 안경이 필수품이라고 생각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그 사람도 그런 안경을 썼으면 싶었다."주인공은 맹인은 눈이 안보이기 때문에 무조건 검은 안경을 써야한다고 생각한다. 긴장의 끈은 놓치지 않았지만 맹인과 계속 지내면서 어느 정도 친해진다.
어느 날 TV를 대성당에 관한 내용이 나와서 주인공과 맹인은 그 내용을 계속해서 본다. 성당을 설명하는 목소리가 끊기자 주인공은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 맹인에게 이어서 설명해 주지만 맹인이 질문 하나를 하자 방금 본 것인데도 말문이 막혀버린다. 그러자 맹인은 주인공에게 종이와 펜을 가져오라 하고 그림을 주인공의 손을 잡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그럼 계속 눈은 감고.' 그가 말했다. '이제 멈추지 말고. 그려.' 그는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했다. 내 손이 종이 위를 움직이는 동안 그의 손가락들이 내 손가락들을 타고 있었다. 살아오는 동안, 내 인생에 그런 일은 단 한 번도 없었다. 그 때 그가 말했다. '이제 된 것 같은데. 해낸 것 같아.' 그는 말했다. '한 번 보게나. 어떻게 생각하나?' 하지만 나는 눈을 감고 있었다. 조금만 더 그렇게 눈은 감은 채로 있자고 나는 생각했다. 마땅히 그래야 한다고 나는 생각했다. '어때?' 그가 물었다. '보고 있나?' 나는 여전히 눈을 감고 있었다. 나는 우리 집 안에 있었다. 그건 분명했다. 하지만 내가 어디 안에 있다는 느낌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거 진짜 대단하군요.' 나는 말했다.‘
난 이 부분이 여러 번 곱씹을수록 좋고 신기한 부분이었다.‘어떻게 한 번도 보지 못한 맹인이 그림을 그릴 수 있지?’너무 신기했다. 그리고 난 바로 저 질문이 이 책의 의도이자 내용인 것 같다. 또 읽으면서 한편으로는 나도 알게 모르게 장애인에 대한 편견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반성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