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한달만을 기준으로, 간밤에 내린 눈으로는 117년 만의 최대 적설량이 쌓인 날이다. 당일 또한 눈 또는 비가 계속 되는 것으로 폭설/폭우 주의보가 내려진 상황이다.
아침 8호선 산성역에 11시 경 11인이 모였다. 멀리 인천에서 2시간 반 전에 아침 일찍 출발한 남식 부부가 손수 만든 명품 겉절이를 배낭에 담아 왔다. 그런가 하면 5인이 안전을 택하여 불참을 알려왔다.
다행이 오전에 소강상태를 보인 날씨 덕에 남한산성행 버스가 운행 중이라 20여분 기다려 차를 탔다. 산성으로 바로 가는 직행 버스가 아니라서 좀 우회를 하기도 했지만 30여분 걸려 눈이 덮힌 도로를 버스가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며 오르막 길을 천천히 오른다. 사방이 눈천지라 마치 강원도 눈 덮인 산골을 달리는 듯한 느낌이다.
산성 초입 정거장에 내려 200 여 미터 떨어진 지화문(남문)으로 이동하여 설경을 배경으로 사진을 많이 찍고, 수어장대를 향하여 산행을 개시한다. 눈이 오지 않았더라면 경관이 좋은 성곽길을 택하였겠지만, 눈이 수북히 내린 오늘은 선택의 여지 없이 성곽길 아래에 있는 넓은 산책로 갈 수 밖에 없다. 그것도 길 한가운데 다져놓은 외줄기 발자국을 따라가야만 한다. 조금만 옆으로 새면 수북히 쌓인 눈에 등산화가 푹 빠져 젖게될 판이다.
달콤한 설국의 정취에서 께어나는 데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무거운 습설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산책로 주변의 아름드리 소나무들의 큰 가지나 몸통이 부러져 길을 여기저기기 막고있다. 어떤 곳에서는 부러진 나무토막 사이를 턴널 통과하듯 하기도 헀다. 수십년 자란 튼튼하고 우람한 소나무들의 시신을 보니 가슴이 절로 절여온다. 눈 꽃 구경이라 설레였던 마음이 얼마나 철없는 아이의 꿈이 였는가..
수어장대에 오르기 전에 길 아래에 보이는 지붕이 있는 쉼터가 있다. 한 주 전에 석회장이 몇몇 산우들과 들려 쉰 장소로 미리 보아둔 곳이다. 지붕이 넓지 않고 그 아래에 설치되어 있는 긴 테이블을 보호하는 정도라서 측면으로 들어온 눈이 20~30 센치 쌓여있었다. 눈을 털어내고 자리를 잡아 겉절이 파티를 연다. 석회장이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와인을 내놓으니 그 기분이란! 애주가인 영이가 위스키에 김치가 별미라고 하니.. 와인에 겉절이도 이상할 이유가 전혀 없다.
남한산성에서 제일 높은 수어장대에 오를 때 눈이 펑펑 쏱아지기 시작한다. 눈이 계속 내리면 버스길이 막히고 걸어서 내려가야하고 안전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석회장이 예약한 음식점에 확인해보니 버스가 운행을 중단했다고 한다. 여유있게 걷고 산성 안에 있는 맛집에서 두부전골로 뒷풀이를 하려던 스케쥴을 변경할 수 밖에 없었다.
설경은 이제 뒷전이다. 눈길을 안전하게 내려가는 일이 우선이다. 가장 안전한 코스는 좀 길어도 지화문을 거쳐 남한산성입구역 방향으로 내려 가는 길이다. 다행스럽게 경사는 그리 심하지 않고 눈을 좋아하는 등산객들이 간간히 올라오니 길은 다져있다. 1시 50분 경 수어장대를 출발하여 3시 50분 경 뒷풀이 식당에 도착했으니, 2시간 정도를 조심조심 눈길을 내려온 것이다. 내려오는 도중에도 습설에 나무가 뿌러지는 소리가 간간히 들려온다..
참석자: 김부경/김성진/김영/김종국(+1)/김준호/박승훈/백남식(+1)/석해호/송주은
당일수지(천원):
회비: 0 (Zero)
회식비: 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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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8